인생 후반의 시작에서 그녀가 선택한 마라톤 수영
[김형욱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포스터. |
ⓒ 넷플릭스 |
미국의 마라톤 수영선수 다이애나 나이애드는 60세를 맞이해 말도 안 되는 도전을 '다시' 하려 한다. 소싯적 28세 때 쿠바에서 미국 플로리다까지 165km에 달하는 해상을 맨몸 수영으로 건너려 했다가 실패한 도전을 다시 하려는 것이다. 그녀는 오래된 친구이자 코치 보니 스톨을 설득해 재도전에 나서려 한다. 하지만 보니는 다이애나에게 나이에 걸맞은, 이를테면 낱말 게임이나 연애, 상담을 권한다.
하지만 털끝만큼의 자기 연민도 없는 다이애나는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중무장한 채 보니를 설득시킨다. 이후는 상대적으로 일사천리, 최고의 선장이자 항해사를 찾는다. 구급대원과 바닷생물 전문가도 찾는다. 혼자서는 절대 해내지 못할 것이기에 '팀'을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출발조차 쉽지 않다. 날씨, 조류, 규정, 철칙 등을 철저히 살펴야 한다. 몸과 정신도 단련시켜야 한다.
때맞춰 출발했지만 60대에 접어든 노인의 몸으로 50시간이 넘는 동안 수영만으로 165km에 달하는 해상을 건너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충분한 훈련을 거치고 완벽한 팀을 만들어 적절한 때에 출발했건만 변수가 너무 많다. 단번에 성공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실패를 거듭하니 팀이 와해되기 시작한다. 과연 다이애나 팀은 도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다이애나 나이애드의 유명한 실화
2013년 9월 64세의 다이애나 나이애드는 쿠바 아바나에서 출발해 미국 플로리다 키웨스트에 이르는 177km 해상을 헤엄쳐 주파했다. 그녀는 1978년 첫 도전에 나서 실패한 후 2011년 두 번째 도전에 나선다. 이후 세 번째, 네 번째 도전에 계속 나섰지만 실패한다. 그리고 다섯 번째 도전 만에 기어코 성공한 것이다. 그렇다, 다이애나 나이애드의 쿠바-플로리다 해상 종단은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는 그 유명한 실화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겼다. 부부 감독 엘리자베스 차이 베사헬리와 지미 친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지만 그들이 <메루> <프리 솔로> <더 레스큐> <리턴 투 스페이스> 등으로 유명한 '다큐멘터리' 감독인 만큼 다큐멘터리로 선보였어도 충분했을 텐데 굳이 영화화시켰다.
다이애나와 보니 역을 맡은 두 전설의 면면을 보면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아네트 베닝이 다이애나로 분했고 조디 포스터가 보니 역을 맡았다. 어느덧 60대가 된 두 전설이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중무장한 두 60대 여성을 완벽하게 그려낸 것도 모자라 그 자체로 완벽한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어느덧 실화의 위대함은 저 멀리 어디론가 가 버리고 인생 후반전을 새롭게 영위하려는 60대들이 있을 뿐이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스틸 이미지 |
ⓒ 넷플릭스 |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에서 '도전'이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확하진 않다. 28살 때 실패했던 도전을 30여 년만인 60살 때 '다시' 도전하는 게 중요하며 도전의 과정에서 물러서지 않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성공시키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함께해야 한다는 '팀워크' 정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나이애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삶에서 하나만 성취해도 자부심을 갖고 타인의 칭송을 받는 것들이 있다. 나이애드가 성취한 도전, 의지, 팀워크 등도 물론 포함되어 있을 테다. 그런데 평생 가도 뭐 하나 제대로 성취하기 어렵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돈이 되는 일일까?' '누가 알아 주기나 할까?' '너무 위험하진 않을까?' 등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것이다. 그런데 극 중 나이애드의 나이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른다.
인생은 60부터라고들 하지만, 여전히 60세는 스스로도 그렇고 타인이 보기에도 그렇고 노년이라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뭘 시작하려고만 해도 '이 나이에 뭘' '내 나이가 몇인데'처럼 생각하고 또 말하기 일쑤다. 그만큼 나이 60에 새롭게 시작하는 게 어렵다. 나이애드가 시작한 도전에, 이룩한 성공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리고 그녀의 도전과 성공을 보고 있노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 생각들이 금방 사라질 것이다.
아쉬운 점을 상쇄하는 것들
영화의 아쉬운 점이라 한다면, 우선 영화 외적으로 나이애드의 거짓말 논란이 있다. 그녀가 각종 기록에 관해 거짓말을 늘어놓았다고 하는데, 그 사실을 인지한 채 영화를 보면 몰입이 조금 깨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영화 내적으론 두 부분 정도가 눈에 띈다. 그녀가 '왜' 다시 크나큰 도전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자세히 나오진 않는다. 즉 빌드업이 약하다. 그런가 하면 도전이 다섯 번이나 계속되면서 집중도가 조금 흐트러진다.
주지한 아쉬운 점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영화를 즐길 수 있을지 얘기해 보겠다. 나이애드의 거짓말 논란은 적어도 영화에선 나오지 않으므로 실제 인물과 극 중 인물 간에 거리 두기를 시행하는 게 좋겠다. 물론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만 이럴 때 적절한 게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이 아니다'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이애드가 왜 다시 도전을 시작했는지의 빌드업이 약한 부분은 그녀가 엄마 요양원 짐에서 집어든 시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답할 수 있겠다. 그중 '격정적이고 귀중한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쓸 생각인가?'라는 구절에 끌렸다. 하여 그녀는 다시 수영을, 그것도 마라톤 수영을 시작하기로 한다. 한 번뿐인 삶의 후반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아직까진 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해 보기로 한 것이다.
도전이 계속되면서 집중도가 흐트러지는 부분은 두 전설 아네트 베닝과 조디 포스터의 열연을 감상하며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을 테다. 그들의 연기는 도전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더 완연해지는 한편 더 열정이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녀 둘이 아니었다면, 아네트가 고된 훈련으로 수영 장면을 CG 없이 해냈고 조디 역시 고된 훈련으로 코치 역할에 맞는 근육을 키운 열정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이 정도의 평가를 받진 못했을 것이다. 두 전설의 열연을 감상해 보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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