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그날, 왜 일본인까지 죽였을까?

신아연 2023. 12. 2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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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9월 2~7일, 씨알재단(이사장 김원호)이 주관한 '일본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고 왔습니다.

관동대학살은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때 일본 관헌과 민간인들이 재일조선인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을 말합니다.

지인 말이, 일본에서 40년을 살았음에도 아직도 안 된다니 얼마나 고약한 발음인지 저로선 가늠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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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 동행기 18]

저는 지난 9월 2~7일, 씨알재단(이사장 김원호)이 주관한 '일본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고 왔습니다. 관동대학살은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때 일본 관헌과 민간인들이 재일조선인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을 말합니다. 학살 당한 대부분이 먹고 살 길을 찾아 현해탄을 건넌 일용직 노동자에, 부두 하역 잡부들, 그리고 그 식솔들이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씨알(민초)이었을 뿐인데... 가슴이 아리고 눈물이 납니다. 그 원혼들을 달래기 위해 치른 5박 6일간의 추모제 동행기를 쓰고자 합니다. <기자말>

[신아연 기자]

(*지난 기사 "<1923 간토대학살>, 우리는 무언가를 했다"에서 이어집니다)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은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느니라"

지난 번 글에 한 독자께서 마태복음 10장 26절 말씀을 댓글로 주셨습니다. 김태영 감독의 영화 <1923 간토대학살> 시사회를 다녀온 제 느낌이 '이 잡듯 뒤졌다'는 것이라 하자, 제 느낌에 대한 느낌을 성경말씀으로 주신 것이죠.

그러면서 이 문제를 들고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까지 가는 씨알의 여정을 기도로 함께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감추인 것이 드러나고 숨은 것이 알려지도록!

기도는 어떻게 응답되는지 여러분, 아시나요? 네, '간절함'으로 응답되지요. 저는 체험이 있습니다. 마치 산고 끝에 출산을 하듯 간절한 기도, 기도의 산고로 낳은 삶의 출산물들이 있습니다.

제 삶에서 절실하고 절박한 순간을 기도의 쇄빙선으로 돌파해 나가던 때처럼 저는 관동대학살이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제노사이드로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이 일은 우리 국민 모두의 뜻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기에 이 일의 성취를 위해 제가 만나는 사람 모두와 잘 지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합니다. 간절함이 이룹니다.

영화 <1923 간토대학살>에는 '이등병의 편지'를 작사 작곡한 김현성님의 노래 <귀향>이 추모제를 배경으로 나옵니다. 지난 9월 3일, 함께 했던 동경 아라카와 강변이 영상에 흐르고 그 영상을 따라 노래가 덧입혀지자 눈물이 났습니다. 김현성님의 노래는 최루제가 묻어있는 것 같습니다.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귀향 (歸鄕)
김현성

눈 감아라 내 아내여
내 등에 업혀 고향 가자
눈 감아라 내 아기야
고향집 갈 때까지 눈 뜨지 마라

마당에 봉선화꽃 가득 피어
떠난 제비가 돌아오듯이
훨훨~ 훨훨 간토를 떠나
혼이라도 날아오너라

눈 감아라 내 아내여
고향집 갈 때 눈을 떠라
눈 감아라 내 아기야
고향집 갈 때까지 눈 뜨지 마라
고향집 갈 때까지 눈 뜨지 마라
 
 9월 3일, 동경아라카와 강변에서 열린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에 세워진 6661명의 넋전들
ⓒ 신아연
 
 1923 관동대학살로 희생된 조선인, 중국인, 일본인, 오키나와인들을 추모하는 위패들
ⓒ 신아연
 
추모제는 조선인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진을 확대하여 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우측부터, '관동대학살 조선인 희생자 제위', '관동대학살 중국인 희생자 제위', '관동대학살 일본인 희생자 제위', '관동대학살 충승인 희생자 제위', 이렇게 중국인, 일본인, 충승인까지 함께 모셨습니다. 제위(諸位)란 '여러분'이란 뜻이고요.

충승인(沖繩人)은 '오카나와 사람'을 의미합니다. 한자 음역으로 오키나와를 '충승도'라고 한답니다. 오키나와 부두 노동자들이 특히 많이 희생되어 따로 위패를 모신 거지요.

그런데 왜 제 나라 사람인 일본인까지 죽인 건가 의아하실텐데요. 얼굴 생김이 같으니 구분이 안 되어 휩쓸려 죽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사회적 혼란을 틈타 반체제적 좌익들, 양심세력들을 그 참에 처치해 버린 결과라고 합니다.

거기에 더해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글에 '쥬고엔 고쥬센(십오원 오십전)'을 본토 발음으로 할 수 있으면 일본인, 못하면 조선인, 이렇게 구분하여 죽였다고 했잖아요. 지인 말이, 일본에서 40년을 살았음에도 아직도 안 된다니 얼마나 고약한 발음인지 저로선 가늠도 안 됩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 중에도 혀 짧은 사람은 그게 안 되었던가 봅니다. 그 바람에 또 다수가 죽었다고 하니까요. 그런 상황을 모티브로 만든 관동대학살에 관한 일본 영화가 있습니다.

(*다음 기사에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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