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이순신? "배12척 맡겨보자"... 비대위원장 사실상 낙점
[곽우신, 남소연 기자]
▲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20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중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배 12척을 한동훈에게 맡겨보자." - 유흥수 국민의힘 상임고문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선임을 위한 당내 의견 수렴을 마무리한다. 일각에서 점쳐졌던 당원 여론조사는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의원총회와 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이어 상임고문단과의 간담회까지 거치며 충분히 명분이 쌓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얼굴로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르겠다는 분위기이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오찬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유흥수 상임고문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마지막에 등판했다. 그때 배 12척이 남았다"라며 "그래도 이순신 장군은 '배 12척이 남았다' 해가지고 그걸 이끌고 임진왜란에서 승리를 했잖느냐"라고 이야기했다. "지금 우리 국민의힘 당의 상황이 배 12척이 남은 상황과 같다"라며 "'배 12척을 한동훈에게 맡겨보자'라는 그러한 식의 중지가 대개 모아졌다"라고 안의 분위기를 전했다.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윤재옥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오늘로 사실상 의견 수렴 과정은 마무리할까 한다"라고 선언했다. 이번 주말 즈음 발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이런 추측을 강하게 부인하지도 않았다.
주말에 발표? "여러분이 상상하시면 충분히 아실 수 있을 것"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오찬간담회를 시작하며 "여러분 알다시피 당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김기현 대표의 사퇴 이후 새 지도체제를 정비하고, 내년에 가장 중요한 일인 총선에 대비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이 어떻게 이 상황을 수습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지도 체제를 구성해 선거에 승리할 것인지 고문들께서 많은 지도를 해주시면 저희가 의사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다"라고 이 자리의 취지를 강조했다.
신영균 상임고문단 명예회장은 "요즘 참 어려운데 이제 총선이 3~4개월밖에 남지 않은 중요한 시기"라며 "이 시기, 당 대표도 사표를 내고 아주 정말 어렵게 생각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 상임고문들이 오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자문을 많이 해서, 우리 당이 반드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함께해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1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된 간담회 후, 윤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라며 "의견 수렴을 순차적으로 해왔는데, 오늘 사실상 의견수렴 과정은 마무리할까 한다"라고 알렸다. "의견수렴 과정을 마쳤다"라며 "여러 가지 고민과 또 숙고를 통해서 제가 판단하겠다"라는 선언이었다.
내부 분위기가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하기를 거부한 그는, 당내 직능단체나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대해서는 "조직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제가 수렴할 것"이라며 "당원들 생각은 시도당을 통해서 점검해 보겠다"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는 고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결정 시점에 대해서는 "예산을 처리하고 나서"라며 "예산안이 본회의에 통과되고 나서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정리하겠다, 결정하겠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현장의 기자들이 돌아오는 주말에 발표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묻자, 윤 원내대표는 "이 시점에서 (발표 날짜가) 주말이다, 언제다 말씀드리진 않지만, 여러분이 상상하시면 충분히 '언제쯤 하겠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회의 예산안이 통과되고 나서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결정하겠다고 했으니 여러분이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는데, 사실상 이번 주말 발표를 상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남소연 |
이변이 없는 한, 결국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19일) 한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한동훈, 김건희 디올백 질문에 예민한 반응 "몰카 공작").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반박한 것으로, 다수 언론에서는 한 장관 스스로 비대위원장 자리에 대한 의지를 밝힌 대목으로 해석했다.
특히 당시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지적이 있다'라는 물음이 기자들로부터 나오자, 한 장관은 "저는 지금까지 공직 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날을 세우기까지 했다.
이를 두고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본인이 어저께(19일) 발언하는 걸 보니까 거의 본인도 결심을 하지 않았나"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미 비대위원장으로서 한동훈 장관이 간다는 것은 거의 다 확실시 된 것 같다"라며 "지금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적에 국민의힘 자체로서는 별다른 선택이 없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이 지금 현재 비대위원장 인선에 있어서 대통령의 소위 결심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라며 "대통령 의중에도 아마 '한동훈 전 장관을 갖다가 비대위원장으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하는 그런 마음의 결정을 하지 않았겠느냐"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도 "여당의 비대위원장이라는 것이 행동반경이 없다"라며 "정치인으로서의 등판이 지금 너무 빠르지 않았나" 등의 우려도 덧붙였다.
합당을 통해 곧 당적이 국민의힘으로 변경될 예정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분들이 한동훈 장관이 너무 아깝다, 너무 이르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 하시는데 지금 절박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애피타이저 대신 메인 메뉴를 바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승부를 보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1월 1일 날 아마 수많은 매체에서 총선에 대한 전망, 여론조사 결과를 쏟아낸다"라며 "이 여론조사 결과가 4월 10일까지 큰 틀에서는 그대로 간다"라고 지적했다. "극적인 국면의 전환이 없으면 1월 1일 여론조사 결과가 4월 10일까지 저희들의 발목을 무겁게 잡을 것"이라며 "우리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의 카드를 쓰는 게 맞다. 국민의힘, 여권 진영에서 가장 좋은 카드 중에 하나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란 건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특히 당내 일각의 반대 목소리에 대해서는 "한두 명 반대하실 수 있있다. 민주주의 정당인데 어떻게 김정은 위원장 선출하는 것도 아니고"라면서도 "만장일치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충분히 목소리를 듣고,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으로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면 우리 모두 성공적으로 비대위가 운영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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