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中주석, 마오 탄생 130주년 맞춰 기념당 참배할 듯
오는 26일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탄생 130주년 기념일을 맞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현 지도부가 마오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기념당을 직접 참배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중국 당국의 '마오 띄우기'가 시 주석의 위상이 마오와 동급이라는 '마오·시 대등론'으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천안문광장의 마오주석기념당은 지난 18일 공식 SNS에 오는 24일부터 26일 오전까지 “업무 필요에 따라” 일반 참배를 잠정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마오주석기념당은 마오쩌둥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 유리관에 미라로 안치한 추모 공간이다.
이를 두고 홍콩 성도일보는 오는 26일 오전 시진핑 주석 등 중앙 지도부가 마오 주석을 참배한 뒤 인민대회당에서 좌담회를 열고 마오를 재평가할 예정이라고 19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집권 2년 차였던 지난 2013년 12월 26일에도 마오주석기념당을 방문했다. 참배 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2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시 주석은 “혁명 영수는 신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그들의 위대함 때문에 신처럼 무한 숭배해서는 안 되며, 그들의 실수와 잘못을 제기하고 바로잡는 것을 용납하지 않거나 그들의 잘못을 부정하거나 업적을 말살해 허무주의의 늪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마오는 신이 아니다'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요즘 중국 분위기는 10년 전과 180도 달라졌다. 비판은 사라지고 마오를 숭배하는 목소리만 강조되고 있다. 중국공산당(중공)의 반월간 이론지『구시(求是)』 최신호는 지난 15일 “마오쩌둥 동지의 위대한 업적과 숭고한 품격을 영원히 새기자”는 제목의 글에서 마오와 시 주석을 동급으로 치켜세웠다.
‘중공중앙 당사(黨史) 및 문헌연구원’ 명의의 글은 “우리 당에는 시진핑 총서기라는 대중의 신망이 높은 당의 핵심, 인민의 영수, 군대의 통수(統帥)를 보유했다”며 “이는 당과 국가의 행복이자 인민의 행복, 중화민족의 행복”이라고 시 주석을 직접 찬양했다.
또한 최근 국제 환경을 마오 생존 당시와 빗대며 강력한 지도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글은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무상, 특히 외부의 공갈, 억제, 봉쇄, 극한의 압박에 직면해 우리는 마오쩌둥 동지가 일관되게 주장한 자립자강, 과감한 투쟁, 그릇된 사상을 믿지 않고, 귀신도 두려워 않는 정신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글을 두고 19일 싱가포르의 연합조보는 “마오쩌둥의 역사적 공적을 찬양하는 동시에 시진핑의 ‘영수’와 ‘통수’ 지위를 두드러지게 강조했다”며 “시진핑과 마오쩌둥을 중공 역사에서 같은 등급으로 평가한다고 보여 준 글”이라고 분석했다.
마오 띄우기는 각종 주선율(主旋律·공산당 이념 선전) 드라마의 방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마오쩌둥이 지은 시 ‘심원춘·창사(沁園春·長沙)’의 구절에서 제목을 따 젊은 시절의 마오를 다룬 드라마 “문창망(問蒼茫)”이 지난 12일부터 중국중앙방송(CC-TV)에서 방영을 시작했다. 마오의 학창시절부터 1921년 중공 창당 과정을 다룬 ‘곤붕격랑(鯤鵬擊浪)’은 18일부터 방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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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기념당 참배 외국 정상만 190명
마오의 시신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레닌(1870~1924), 베트남의 호찌민(1890~1969),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부패하지 않도록 처리된 상태로 마오기념당에 안치되어 있다. 기념당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977년 개관 이후 지금까지 2억4000여만 명이 참배했다. 이곳을 참배한 외국 정상급 인사도 190명에 이른다. 마오 탄생 90·100·110·120주년 기념일에 각각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이 이곳을 찾아 참배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19년 9월 30일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도 마오기념당을 찾았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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