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관.종]고영, HBM 검사장비로 영토 확장
3D SPI·3D AOI 시장점유율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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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표면실장기술(SMT) 검사장비 시장을 이끄는 기업이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고영테크놀러지(고영)’이다. 주력제품인 납도포 검사(SPI), 부품 실장 검사(AOI) 시장에서 2013년 이후 점유율 1위 고수하는 강소기업이다. 지난달 내내 부진했던 주가는 이달(12월1일~12월18일) 들어 1만1110원에서 1만5300원으로 37.7% 급등했다. 고영이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으로 검사 영역을 확장해서다.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저조한 실적과 주가를 보였으나, 올해 4분기 웨이퍼레벨패키지(WLP) 어드밴스드 패키지 관련 검사장비 초도 공급에 성공하면서 재평가받고 있다.
세계 최초 3D 검사장비 개발…세계 시장점유율 1위고영은 2002년 4월 설립된 3D 검사장비 업체다. 인쇄회로기판(PCB) 조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을 3차원으로 측정한 뒤 검출하는 로봇을 만든다. 자동차 전장, 반도체, 모바일 등 다양한 전방산업에서 수요가 존재한다. 고영의 사업부문은 크게 ▲3D AOI ▲3D SPI ▲기타(Meister, Neptune, KY P-3 및 부품 등)로 나뉜다. 매출 비중은 3D AOI 부문 48.3%, 3D SPI 부문 42.2%를 차지하고 있다.
3D AOI는 납땜 위에 다른 부품이 제대로 얹혀 있는지 검사하는 장비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3D SPI는 PCB 표면에서 납땜의 불량을 잡아내는 검사다. 제조물 책임법 발효로 인해 품질 보장을 위한 체계적인 검사 자동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면서 자동차, 이차전지 등 다양한 전방산업에서 검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자동차 관련 업계의 경우 ECU, 에어백, ABS 컨트롤 유닛 등 안전과 관련된 제품은 반드시 검사를 거쳐야 한다. 고영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고영이 일본, 독일 기업을 제치고 인정을 받은 이유는 기술력이다. 고영 이전에는 2차원(2D) 검사장비가 대세였다. 2D AOI 장비의 경우 불량 검출이라는 최소한의 기능을 수행하지만, 가성 불량과 불량 유출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고영이 세계 최초로 3D 검사장비를 만들었고, 검사 장비의 프레임이 3D로 바뀌었다. 고영이 독일 지멘스에 납품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고영을 찾았다.
미·중 반도체 전쟁에 ‘리쇼어링’ 흐름…실적에 영향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광일 고영 대표가 창업한 지 6년만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그 여파로 매출이 급감했고, 2009년 실적도 휘청였다. 모든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설 때 고 대표는 오히려 투자를 확대했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고 대표의 판단은 옳았다. 2010년 세계 경제가 회복되자 고영의 매출은 2.5배 급증했다. 그리고 기술력으로 시장을 주름잡던 독일, 일본 기업을 제치고 검사장비 시장을 석권했다.
꾸준히 매출을 확대하던 고영은 올해 상반기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529억7787만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0억8632억원, 38억6603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매출액(1335억원), 영업이익(210억9482만원), 당기순이익(249억2112만원)보다 각각 60.1%, 85.3%, 84.4% 급감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반도체 D램 재고 문제가 실적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올해 상반기 메모리와 비메모리 시장 모두 위축되자 검사장비 수요도 감소했다. 또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제재도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중국 내 산업 장비 투자가 불황으로 접어들면서 고영의 매출도 줄었다.
다행히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면 실적도 반등할 전망이다. 전방산업인 반도체 기업이 신규 라인을 투자하거나 증설을 단행하면 검사장비 수요 역시 늘어난다. 중국 수요는 줄었지만,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 반도체 이외의 일반산업 분야에서 검사장비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점도 다행으로 꼽힌다.
더불어 의료부문 로봇(카이메로)으로 주력 사업 침체를 방어하고 있다. 고영은 뇌수술용 의료 로봇도 생산하고 있다. 뇌와 척추 등 신경외과 수술에 의료 로봇이 막 도입되는 상황이다. 신경외과 수술 로봇의 세계시장 규모는 2021년 약 2조원에서 2028년 약 5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FDA 인증 절차도 다시 준비 중이다. 해외로 매출처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이 고영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시스템 반도체 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서다. 고영은 올해 4분기 웨이퍼레벨패키징(WLP) 공정 검사 솔루션인 ‘Meister W’ 시리즈를 글로벌 반도체 고객사의 양산 라인에 투입했다. WLP는 웨이퍼 가공 후 하나씩 칩을 잘라내 패키징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웨이퍼 상태에서 한 번에 패키지 공정과 테스트를 진행한 후 칩을 절단해 간단히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말한다.
WLP 방식은 제조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무엇보다 두께 감소, 생산성 향상, 방열 기능 향상 등의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WLP 방식의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 부각되면서 관련해 다양한 신규 검사 수요 등이 창출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의 경우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등 개인용 기기에서 자체적으로 작동하는 AI를 의미한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온디바이스 AI 서비스를 지원하는 반도체를 출시하고 있다. 내년부터 모바일 시장 등에서 온디바이스 AI가 기본화 되는 등 본격적으로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경우 AI 시장이 커지면서 HBM 공급을 확대하기 위 어드밴스드 패키징 라인 신설을 추진 중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처럼 향후 반도체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정에서 HBM 등 다양한 대상물에 대한 검사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고영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곧 동사가 반도체 검사 장비로 거듭나면서 성장성 등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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