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최루가스·드론 공격"…우크라, 병력 50만명 추가 동원 검토
미국·유럽 등 서방의 군사 지원이 불확실한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지난 반년간 동·남부 최전선에서 실시한 대반격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러시아 군이 최루가스 살포와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는 병력 50만명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크라 대반격 고전…러, 최루가스에 드론 동원
미국 CNN방송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올여름 대반격을 감행했지만, 러시아가 잘 훈련된 병력을 추가로 계속 배치하고 최루가스와 드론 등을 활용한 새로운 전술로 우크라이나군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州) 오리히프 전선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이호르 사령관은 CNN에 "그 계획은 서류상으로는 훌륭했지만, 참호에 대해선 잊어버렸다"고 했다. 대반격 작전이 계획과 달리 참호 진지 등을 활용한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뚫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고, 이는 병사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매우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병력과 군 장비를 계속 투입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개전 이후 군인 65만명을 투입했다. 미국은 이중 절반 정도인 31만5000명을 사상자로 추산했다. 러시아 측은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전차(5.6배)·드론(16.8배)·탄약(17.5배) 등 주요 무기 생산량을 대규모로 늘렸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전선에서 최루가스도 활용하고 있다. 한 우크라이나군의 전투 의무관은 "적이 드론으로 최루가스를 투하해 공포를 유발한 다음 바로 재래식 포격과 드론 공격을 퍼붓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의 공세에서 살아남은 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최루가스가 참호에 떨어지면서 화염에 휩싸였고, 눈이 멀고 숨을 쉴 수 없었다"면서 "즉시 적의 공격이 시작됐고 우리에겐 1초의 시간도 없었다"고 밝혔다.
최루가스는 지난 1997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정에 따라 전쟁에서 사용하는 것이 금지됐다. CNN은 전장에서 화학 물질을 사용했다는 건 러시아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우크라, 병력 50만명 추가 모집 검토
러시아의 맞공세에 우크라이나군 사상자도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지난해 2월말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군에서 38만3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특히 지난 6월 대반격에 나선 이후 약 반년간 15만9000명에 이르는 병력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측은 추가 동원령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 지도부로부터 병력 40만∼50만명 정도를 추가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며 "매우 민감한 문제지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현재까지 약 80만~100만명의 병력을 투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추가 동원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개전 초기엔 조국을 지킨다는 명분에 자원입대자가 인산인해를 이뤘으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입대자가 감소하고 있다. 아울러 병력의 증원을 뒷받침하려면 약 135억 달러(약 18조원)가 필요한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재정 지원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으로부터의 추가 지원을 낙관했다. 그는 이날 "미국이 전쟁 피해국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으며 EU와의 관계에도 감사하고 있다"며 "한국 23억 달러(약 3조원), 벨기에 17억 달러(약 2조2000억원), 프랑스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 등 우리를 존중하고 우리와 특별한 관계를 맺은 나라들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국방부 이사회 확대회의에서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며 "우크라이나와 미국, 서방이 협상을 원한다면 응하겠지만, 우리의 국익에 따라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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