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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2023. 12. 2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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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서 지난해 1단계에 이어 올해 7월 2단계 시범사업 시행중인 '상병수당제도'

[김은진 기자]

▲ 건강보험관리공단 안양지사에 있는 상병수당운영팀 올해 7월부터 안양시에서 2단계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시행되었다.
ⓒ 김은진
'아프다'는 말의 의미

얼마 전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라는 책을 읽었다. 주인공 명주는 남편과 이혼하고 딸과 떨어져 살며 이런저런 일을 하게 된다. 보험회사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다 백화점 구두매장 판매원이 되었고, 다음으로 자동차공장 급식 조리원으로 일하다 뜨거운 물로 인해 발에 화상을 입고 만다. 회복도 더뎠지만 원인 불명의 통증으로 그녀는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보려 했지만 '근로능력불가'라는 판정을 받기가 어려웠다.

막막한 상황에 처한 그녀는 홀로 사시던 엄마의 집으로 들어간다. 얼마 후 치매를 앓던 엄마는 어느 날 갑자기 사망하게 되고 명주는 그 사실을 숨긴 채 매달 나오는 엄마의 연금으로 생활한다. 어떤 심정으로 그렇게 생활하게 되었을까. 그녀는 말한다.
 
'이건 세상이 내게 준 모욕과 멸시에 대한 보상이다, 이 세상이 내게 갚아야 할 빚이야.'(p138)

절망의 터널 속에서 명주는 옳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된다. 소설 속 주인공이 엄마의 사망 사실을 숨기는 것도 문제고 연금을 부정수급하는 것도 불법이며 처벌대상이 된다. 하지만 명주에겐 생활비를 벌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명주의 부상이 산재보험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프다'는 말의 의미는 생계가 중단된다는 의미이다.
 
▲ 한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앞  상병수당 신청하면 일 지급액 46,180원이 최대 120일 동안 지급된다.
ⓒ 김은진
뉴스를 통해 본 사례들 

이와 비슷한 일을 우리는 종종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게 된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4년 2월, 서울시 송파구에 사는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엄마는 인근 놀이공원 식당에서 일을 하고 귀갓길에 팔을 다쳤다. 근로 중이 아니었기 때문에 산재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고 자발적 퇴사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성인이 된 두 딸이 부양의무자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도 아니었다. 그러나 큰딸은 중증당뇨환자였고 작은 딸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결국 주소득자의 실업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송파 세 모녀는 집세와 공과금 70만원, 짧은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비슷한 사건이 2022년 8월에도 일어났다. 수원시 권선로의 낡은 주택에 살았던 가족은 엄마는 암환자이고 큰딸과 작은딸은 질병과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택배일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왔던 아들이 3년 전 질병으로 사망한 뒤 세 모녀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빚이 많아 숨어 살면서 복지급여 상담도 받지 않고 전화도 잘 받지 않았다고 한다. 채무는 파산신청으로 변제받고 질병이 있으면 기초생활 수급 또는 긴급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위기가 가중되다 보니 삶의 의지를 잃은 듯하다. 이곳에 다 적지 못하지만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 대학병원에서 진료접수 중인 환자들 18일 한 대학병원의 모습, 지역내 지정된 의료기관에서 상병수당신청용 진단서를 즉시 발급 받을 수 있다.
ⓒ 김은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해와 질병

나도 20대에 힘을 많이 쓰는 일을 하다 몸에 무리가 가서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야 했던 적이 있다. 그때 부모님이 소득이 있으셔서 나는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그렇게 무기력한 상황이 된다면 나는 아주 힘들 것이다. 육아와 병행하며 간간이 하는 일도 그만두어야 하고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와 보험료, 통신비, 아이들 교육비 등 모든 곳에서 소비를 줄여야 한다.

생각도 하고 싶지 않지만 가장이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환자의 상태가 얼마간 누워있다가 회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아픈 상황이 커다란 절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규모가 큰 회사에 다니고 정규직일 경우 병가나 연차를 쓰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소규모 업체의 근로자나 소상공인들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바로 상병수당제도이다. 업무 외의 일로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 도움받을 수 있다.  

현재 시범지역에서는 상병수당 지급 중

보건복지부는 2022년부터 3년간 상병수당제도 시범사업을 진행, 2025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침 내가 거주하고 있는 안양시가 2단계 상병수당 시범지역이어서 건강보험관리공단 안양지사에 전화를 걸어 상병수당 제도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문의하였다.

현재 상병수당제도는 5가지 모형으로 나뉘며 지역별로 보장내용이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그러니 우선 지역내 건강보험지사로 전화하여 상병수당 지급 대상자인지 확인을 해야 한다. 1단계 시범사업은 2022년 7월부터 시행되었고(서울 종로구, 부천, 순천, 포항, 천안, 창원) 2단계 시범사업은 올해 7월부터 시행(용인, 안양, 대구 달서구, 익산)되었다. 
 
▲ 건강보험관리공단 안양지사 1층, 상병수당을 홍보하는 영상 18일, 건강보험관리공단 안양지사 1층로비에서 상병수당을 홍보하는 영상이 알기 쉽게 방송되고 있다.
ⓒ 김은진
안양시 지원대상자는 안양지역 거주취업자 또는 관내 소속 사업장 근로자 중 소득 하위50%이하 취업자(만15~65세)였다. 지난 18일 통화한 안양시 건강보험지사 상병수당 담당자의 말이다.

"전화로 지사에 연락 주시고 ARS안내에 따라 주민번호를 누르시면 본인이 지원대상자인지 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현재 안양시는 11월 말기준 신청건수 197건이고 도움받은 사람은 161명이며 평균지급일수 18.4일이고 평균지급금액은 862,129원입니다."

안양에서만 작년 7부터 5개월 동안 161명의 시민이 혜택을 받았다니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기존의 사회보장제도가 더 확장되어 사각지대가 없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있었다.

이러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마침 버스정류장에서 상병수당 홍보게시글을 볼 수 있었고 지나가는 버스에 옆면에도 해당 광고가 부착되어 있었다. 19일 통화한 안양시 고용노동과 노동정책 담당자의 말이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홍보는 물론 현수막과 관공서의 게시판과 전광판을 통해서도 홍보하고 있습니다. 7월초 관내 모든 전통시장에서 소상공인을 상대로 설명을 하였고, 8월24일 비정규직 노동박람회에서 홍보했습니다. 10월31일에는 찾아가는 노동자 상담센터에서 정책을 설명하였습니다."

상병수당제도의 총 5가지 모형 중에 안양시는 입원여부에 상관없이 질병으로 휴직하게 되면 급여를 받는 모형4에 해당한다. 잘 운영되어 2025년 전국으로 확대될 때 유용하게 반영되길 바라여본다.

그리고 혼자 사시거나 아프시더라도 너무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 공동체에서 연결고리를 만드셨으면 한다. 우리도 질병을 갖고 계신 분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베풀고 서로가 다가갈 수 있는 넉넉한 품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된 건강보험관리공단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https://www.nhis.or.kr/nhis/policy/wbhaea03600m01.do
 
▲ 버스정류장 게시판을 통한 상병수당 홍보  18일 평촌역 인근, 상병수당을 홍보하는 버스정류장 게시판
ⓒ 김은진
  

덧붙이는 글 | 이글은 작가의 브런치에 실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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