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문1', 역사상 가장 비싼 '스타워즈' 팬 픽션

이학후 2023. 12. 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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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애플TV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볼까 막막한 분들을 위해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추천하는 길잡이가 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이학후 기자]

▲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 영화 포스터
ⓒ 넷플릭스
 
우주 최극단의 위성에 불시착한 코라(소피아 부텔라 분)는 베일에 싸인 과거를 뒤로 하고 평화로운 정착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어느 날, 시해된 왕을 대신하여 마더월드 왕국을 지배하는 잔혹한 섭정왕 발리사리우스(프라 피 분)가 반란 세력을 이끄는 블러드액스 남매(클레오파트라 콜먼, 레이 피셔 분)를 체포하기 위해 파견한 노블 제독(에드 크스레인 분)의 군대가 나타난다. 

노블 제독은 10주 후에 모든 수확물을 가져가겠노라 위협한 뒤 일부 군인들을 남기고 떠난다. 혼자 도망치려던 코라는 위험에 빠진 마을 사람들을 보자 마음을 바꾸어 정착촌을 감시하던 군인들을 모조리 죽인다. 코라는 군나르(미힐 하위스만 분)와 10주 후 돌아올 노블 제독의 군대에 맞서 함께 싸울 전사들을 찾는 여정에 오른다.

양극단의 평가를 받는 잭 스나이더 감독
 
▲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 영화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잭 스나이더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양극단의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조지 로메로의 <시체들의 새벽>(1978)을 리메이크한 <새벽의 저주>(2004)는 달리는 좀비와 높은 수위를 앞세워 < 28일 후... >(2002), <레지던트 이블>(2002)과 함께 좀비 영화 붐을 일으켰고,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삼은 < 300 >(2007)은 액션 장면 연출에 슬로 모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이후 여러 영상물에 영향을 주었다. 강렬한 액션과 특유의 영상미를 자랑하는 <왓치맨>(2009)과 <맨 오브 스틸>(2013)은 슈퍼히어로 장르의 걸작이란 평가를 받으며 특정한 팬층을 확보했다. 

반면에 부실한 서사와 미흡한 캐릭터 개발이란 문제점도 줄곧 지적받았다. <써커 펀치>(2011),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 <아미 오브 더 데드>(2021)가 대표적인 경우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신작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는 악의 제국에 맞서는 용감한 전사들을 그린 작품이다. 감독에 따르면 처음 구상은 대학 시절로 기존의 스토리에 새로운 환경을 설정해 보는 발표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미군이 12명의 사형수를 모아 고도의 훈련을 시켜 독일 나치에 침투하는 내용을 다룬 <더티 더즌>(1967)의 배경을 우주로 옮기는 상상을 했다고 한다. 

이후 영화의 아이디어는 < 7인의 사무라이 >(1954)에서 받은 영감이 더해져 2010년대에 내놓을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를 준비하던 루카스 필름에 스핀오프로 제안되었다. 그러나 제작은 실현되지 못 했다. 잭 스나이더가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아이디어는 방대한 세계관으로 확장되어 2편을 동시 제작하는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와 <레벨 문: 파트2 스카기버>로 비로소 완성되었다. 제작자 데보라 스나이더는 <레벨 문>프로젝트는 3부작으로 향후 파트 3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채로운 캐스팅... 스토리텔링 문제는 여전
 
▲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 영화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잭 스나이더 감독은 배역에 어울리는 캐스팅을 하는 걸로 정평이 났다.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는 우주를 돌아다니며 전사들을 모으는 내용이다 보니 알제리 출신의 소피아 부텔라, 잉글랜드 출신의 찰리 허냄, 웨일스 출신의 안소니 홉킨스, 미국 출신의 레이 피셔, 아프리카 출신의 자이먼 운수, 한국 출신의 배두나 등 세계 각지의 배우들이 모이며 자연스레 문화 간, 세대 간 다양성을 얻게 되었다.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명배우 안소니 홉킨스가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안드로이드 병사 지미다. 그는 파트 1에서는 분량이 많지 않으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만든다. 

검술의 달인 네메시스로 분한 배두나 배우는 거미와 인간이 결합한 하마다(지나 말론 분)가 벌이는 인상적인 전투로 관객의 마음을 훔친다. 특히 네메시스는 갓을 쓴 의상으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잭 스나이더 감독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킹덤> 시리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원래 남성만 착용하던 갓을 여성에게 씌어 성별을 깨부수는 느낌을 주고 배두나가 가진 한국이란 뿌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존중해주었다고 설명한다.

스토리텔링의 문제는 여전하다. 친숙한 스토리와 설정, 캐릭터와 장면이 실로 밋밋하게 뒤섞여 있다. 독창적인 '무엇'이 전무한 수준이다. 기본적인 구조는 < 7인의 사무라이 >를 따르거니와 카이(찰리 허냄 분)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한 솔로(해리슨 포드 분)를 빼닮았고 네메시스가 휘두르는 칼은 라이트세이버에 가깝다. 

거미인간과 네메시스의 싸움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영향 아래에 있고, 타라크(스티즈 네어 분)가 거대한 생명체를 길들이는 장면은 <아바타>(2009)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 잭 스나이더 감독답게 더 많은 피와 폭력, 성적 위협과 묘사, 거친 욕설을 넣어 마치 '성인 등급의 <스타워즈>'를 보는 느낌마저 든다. 물론, 19금 수위까지 기대하진 마시기 바란다.
 
▲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 영화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잭 스나이더 영화에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특유의 영상미와 슬로 모션을 활용한 액션 연출은 장점이다. 세트, 의상, 시각 효과도 준수하다. 부실한 이야기와 미흡한 캐릭터 개발은 단점이다. 관객이 전사들의 여정에 감정적으로 공감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배두나 배우는 파트 2에서 네메시스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무엇 때문에 복수를 하고 싶은지 자세히 나올 것이라 언급한 바 있는데 이런 묘사는 파트 1에 나오는 게 맞다. 지금은 별다른 동기 없이 그냥 합류하는 모습이다.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은 2023년 12월 22일 선보이고 <레벨 문: 파트2 스카기버>는 2024년 4월 19일에 공개할 예정이다. 영화에 대한 판단은 파트 2, 그리고 1시간가량 분량을 추가한다는 감독판의 완성도에 따라 올라갈 수도, 또는 내려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잭 스나이더는 역사상 가장 비싼(제작비는 2편 합해 1억 6600만 달러로 알려진다) <스타워즈> 팬 픽션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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