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63세 ‘만학도 중·고등학생들’의 특별한 성탄 찬양

임보혁 2023. 12. 2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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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7세의 만학도들이 공부의 열정을 불태우는 2년제 평생교육학교 진형중·고등학교.

성탄절을 앞둔 20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이 학교에 필기 소리가 아닌 찬양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형중·고교가 이날부터 이틀간 여는 찬양예술제의 첫날 모습이다.

진형중·고교는 '배움의 전도사'로도 알려진 남서울대학교 설립자 이재식(88) 이사장이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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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제 평생교육학교 진형중·고교, 이틀간 찬양예술제 개최
“배운 것 사회를 위해 쓰고 싶어요”
진형중·고등학교 학생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학교 강당에서 찬양을 부르고 있다.

평균 연령 67세의 만학도들이 공부의 열정을 불태우는 2년제 평생교육학교 진형중·고등학교. 성탄절을 앞둔 20일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이 학교에 필기 소리가 아닌 찬양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름다운 사랑을 나눠요, 주님의 사랑을”,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 등 찬양 가사를 부르는 만학도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빨간 하트가 그려진 악보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산타 모자와 사슴뿔 머리띠 등을 쓰고 열심히 율동도 했다. 안무가 반 박자씩 느린 이들도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췄다. 눈빛은 진지하고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진형중·고교가 이날부터 이틀간 여는 찬양예술제의 첫날 모습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주로 청소년기 여러 이유로 학업을 그만뒀다가 이제는 인생의 후반기를 맞은 이들이다. 배우지 못한 평생의 한을 풀고자 다시금 책을 펴고 연필을 손에 쥐었다.

학생들은 방학과 성탄절을 앞두고 열리는 이 행사를 위해 지난 열흘간 찬양과 율동 연습에 매진했다고 한다. 지난 학기 동안 공부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1년간 고생한 학우를 격려하며 함께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진형중·고등학교의 찬양예술제 모습.

총학생회장 박정원(63·여)씨는 공부가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2년 전 부산에서 올라왔다. 박씨는 “입학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다”며 “선생님들이 보여주신 헌신과 사랑 덕분에 배우지 못했던 한을 이제야 풀게 돼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다”며 눈물을 훔쳤다.

옆에 있던 원종남(68·여)씨 역시 “공부할 마지막 기회일 것 같아서, 또 공부하고 나면 하나님이 내게 맡기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입학을 결심했다”며 “미션스쿨인지 모르고 입학했는데 지금 와보니 모두 하나님의 인도하심인 것 같아서 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찬양을 연습하며 이번 기회에 학우들 모두 예수님을 믿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며 “특히 옆에 계신 윤연례 학생회부회장님이 불교 신자이신데 찬양하시는 걸 보며 더 큰 감동이 됐다”고 덧붙였다.

윤씨(72·여)도 “‘실로암’ 찬양을 학우들과 같이 부르니 눈물이 날 것 같았고, 너무 행복했다”며 웃었다.

진형중·고등학교의 찬양예술제 모습.

2년 과정을 모두 마치고 졸업을 앞둔 박씨와 원씨는 배운 것을 사회를 위해 쓰고 싶다고 했다. 원씨는 한 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

홍형규 교장은 “2016년 이 학교에 부임하며 학생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예수의 탄생과 의미를 기렸으면 하는 마음에 찬양제를 시작했다”며 “과거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학생들이 뒤늦게 만학의 꿈을 꾸고 배움에 행복을 느끼는 걸 보니 보람이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올해 360명의 졸업생 중 100명 정도가 대학에 진학할 예정인데, 이들이 앞으로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공부에 정진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홍 교장에 따르면 현재 진형중·고교의 크리스천 학생 비율은 39%인데, 이를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진형중·고교는 ‘배움의 전도사’로도 알려진 남서울대학교 설립자 이재식(88) 이사장이 세웠다. 2005년 12월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 인가·지정된 후 이듬해 첫 학생을 받았다.

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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