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성비’ ‘초개인화’ 그리고···2024년 사역 트렌드 키워드는?

최기영 2023. 12. 2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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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필름포럼에서 19일 진행된 ‘2024 문화선교 트렌드’ 문화 포럼 발제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엔데믹을 관통해오며 누적된 변화들은 우리 사회에 어떤 흐름을 보여줬을까. 이 흐름의 방향성을 진단하고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포럼이 19일 서울 필름포럼에서 열렸다.

이날 문화선교연구원(문선연, 원장 백광훈 목사)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목사)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가 공동주최한 문화 포럼에서는 ‘2024 문화선교 트렌드’를 대주제로 교회와 성도들이 재정립해야 할 교회론, 디지털 미디어 전망과 목회적 접근, 대중문화와 청년세대를 통해 바라본 과제가 소개됐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성돈(사진) 소장은 “회복기를 맞고 있다는 한국교회의 현재는 4년 전과 같은 교회가 아니며 이는 ‘교회는 무엇인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고 역설했다. 조 소장은 현장예배 참석자와 온라인 예배 실시간 접속자, 실시간 예배 후 누적 접속자까지 교인 통계로 주보에 소개하는 현실을 소개하며 “주일에 예배당에 모이는 것을 신앙의 본질로 여기는 교회론이 아닌 새로운 정의가 필요해진 시대”라고 설명했다.

조성실(사진·소망교회 부목사) 교회와디지털미디어센터장은 챗GPT의 등장으로 인해 교회가 사역 방식과 공동체 내부의 상호작용 변화를 맞닥뜨린 현상을 짚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숏폼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을 주목하며 ‘시성비(시간 대비 효율)’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조명했다.


조 센터장은 “시성비가 급부상한 것은 콘텐츠가 감상이 아닌 소비의 대상이 됐음을 의미하며,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를 빠르게 보거나 요약본으로 보는 목적은 주변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콘텐츠를 본 상태’에 이르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노방 전도에서 전도지를 나눠주듯 숏폼 콘텐츠가 복음의 메시지를 새롭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숏폼 콘텐츠의 특성상 신앙 교리가 단편적이고 피상적으로 전달될 수 있으며, 교회가 궁극적으로 제공해야 할 영적 통찰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음을 인지하고 지혜롭게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주은(사진) 문선연 연구원은 부모세대에게 “저게? 도대체 왜?”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청년세대와 대중문화의 특징을 분석했다. 키워드는 ‘불안’ ‘날 것’ ‘Y2K’ ‘오픈채팅’이었다. 임 연구원은 “초개인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세대들은 ‘안정적 어른’이 되는 것에 실패감을 느끼고 있지만, 불확실성을 크게 느낄수록 관계 맺기를 기피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멋진 선배’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또 “세기말 문화를 경험하지 않았던 10~20대가 X세대와 밀레니엄 문화에 호기심을 표출하는 건 ‘레트로(retro)’와 ‘뉴트로(new+retro)’를 넘어 ‘영트로(young+retro)’로 이어지는 현상”이라며 “청년들에게 예배당이 지닌 특별한 분위기,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예전과 교제를 참신한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향유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발제 후 진행된 질의응답과 패널 토론에서는 한국교회에 요구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용근(사진) 대표는 “축소시대를 맞은 한국교회가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성보다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역을 고민하고, 모든 교인들이 공감하고 마음에 새길 수 있는 북극성을 정하면 공동체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 센터장은 인공지능과 화상 연결 기술을 활용해 성도들과의 접촉점을 늘린 사역 사례를 소개하며 “기술을 선용해 더 많은 사역적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성도들은 풍성한 자원이나 편리한 시스템 제공돼서가 아니라 이름을 부르고 안부를 묻는 등 공동체에 연결돼 있다는 자체에 감동을 받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 소장은 “기술의 변화 속도에 맞춰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도 바뀌는데 모든 교회가 빠르게 달려가 그 선두에 서야 한다는 강박에 갇힐 필요는 없다”며 “속도에 매몰되지 않고 본질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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