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했던 K팝... 영광 혹은 논란의 1년
[김상화 기자]
늘 그러했지만 대중음악계, 이른바 '케이팝'으로 불리는 한국의 음악업계는 올해 2023년 역시 크고 작은 성장과 진통을 겪어왔다. 20여 년 이상 업계의 대표주자로 불렸던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가 하면, 중소 기획사 소속 그룹의 빌보드 입성과 법적 공방이 뉴스를 뒤덮었다.
스트리밍 시대를 맞아 사양길로 접어든 음반 판매량이 다시 백만 장 단위로 껑충 뛰어오르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존재했다. 음원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던 걸그룹들이 음반과 공연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면서 확실한 대세로 자리 잡은 것 역시 2023년의 특징 중 하나였다. 다사다난했던 케이팝의 2023년을 5가지 중요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해 봤다.
▲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 |
ⓒ 카카오 |
그룹 H.O.T, S.E.S.를 앞세워 국내 가요계의 대표적인 기획사로 성장한 SM엔터테인먼트의 주인이 바뀌었다. SM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지난 2월 하이브는 SM의 주식을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M&A를 시도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 SM 내부의 갈등도 적잖게 터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카카오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역전에 성공, SM의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었다.
카카오의 승리로 끝나는 듯싶었던 SM 인수전은 최근 새로운 양상을 맞이하고 있다. 시세 조종 혐의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지난 8월 카카오 김범수 창업주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10월에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구속, 김범수 의장의 검찰 소환 조사, SM 경영진 입건 등이 한꺼번에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엔터업계의 큰 손으로 자리 잡는 듯했던 카카오는 현재 창업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상태다.
▲ 피프티피프티 |
ⓒ 어트랙트 |
한 중소기획사 소속 걸그룹이 빌보드 및 해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초 4인조 그룹 피프티피프티는 싱글 '큐피드'로 빌보드 Hot 100 차트 최고 17위까지 오르면서 세계 음악 팬들을 사로잡았다. SNS를 기반으로 입소문을 타고 성장한 이 팀의 음악은 뒤늦게 한국에도 상륙, 역주행 인기를 얻었고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호사다마였을까. 소속사 어트랙트와 외주 프로듀싱 업체 더기버스, 그리고 멤버 4인을 둘러싼 계약 관련 각종 법적 공방이 지난 6월 말부터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기도 전에 터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피프티피프티의 시동은 한순간에 꺼지고 말았다. 현재 멤버 키나 1인만 원 소속사로 복귀한 상태이며 나머지 3인에 대한 각종 손해배상 관련 소송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단일음반 판매량 400만장을 돌파한 그룹 세븐틴 |
ⓒ 플레디스 |
디지털 음원 시대에 CD 판매 급등이라니? 지난 19일 한국음반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집계된 음반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150만 장 증가한 1억 1600만 장으로 집계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 대중음악산업 역사상 최초의 일이며 LP, 카세트테이프, CD로 대표되던 1980-1990년대 실물 음반 시대를 뛰어넘는 경이로운 사건이다.
글로벌 팬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 케이팝 그룹의 음반은 새로운 수출 인기 상품으로 각광받으면서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그 결과 한국 가수들은 빌보드 200 음반 차트 1위 자리에 번갈아 등장할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논란도 뒤따랐다. 음반을 수십 종류의 버전으로 나눠 판매하는 상술에 대한 비판, 플라스틱 사용량 급등에 따른 환경 오염 문제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의견 또한 적지 않았다.
▲ 뉴진스 |
ⓒ 어도어 |
뉴진스, 아이브, 에스파, 르세라핌 등으로 대표되는 일명 '4세대 걸그룹'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친 것 역시 올해 케이팝 업계가 얻은 수확 중 하나였다. 다채로운 세계관, 기발한 아이디어에 기반한 악곡 구성 등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면서 이들 그룹은 음반 및 공연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그 결과 연말 거행되는 각종 시상식의 주요 부문을 석권하는가 하면 해외 곳곳을 누비는 투어 공연 역시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 음원 시장에 국한되었던 인기의 범위를 뛰어넘었고 이전 세대 선배들과는 사뭇 다른 방향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POP SUPER LIVE |
ⓒ KBS |
지난 8월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POP SUPER LIVE('잼버리 콘서트')는 여전히 정치권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새만금 잼버리 파행 운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행사였다. 당초 8월 6일 새만금에서 개최 예정이던 공연이 폭염 등으로 인해 연기되면서 장소, 출연진이 시시각각으로 변경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최종적으로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으로 장소는 정해졌지만 뒤늦게 출연진을 물색하느라 북새통을 이뤘고, 태풍 북상이라는 날씨 악재까지 겹쳐 리허설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개최되는 전무후무한 진행이었다. 다행히 기존 스케줄까지 변경하면서 동참해준 가수들의 협조 속에 콘서트는 무사히 마무리 되었지만 "만만한 게 아이돌이냐?", "가수들이 무슨 5분 대기조냐?"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졌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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