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공세로 승부수 띄웠지만…전 같지는 않은 OTT 위상 [2023 대중문화 결산-OTT]

장수정 2023. 12. 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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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무빙’ 흥행 불구…글로벌 OTT, 반복되는 호불호 숙제
적자 늪에 빠진 티빙·웨이브, 어떻게 반등할까

올해 초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파트2도 파트1 못지않은 큰 사랑을 받으면서 ‘오징어 게임’이 불러일으킨 K-콘텐츠 신드롬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마스크걸’, ‘도적: 칼의 소리’, ‘정이’, ‘발레리나’를 비롯해 전작의 인기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D.P.2’, ‘스위트홈2’ 등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연이어 혹평 혹은 낮은 관심을 받으며 글로벌 OTT 넷플릭스도 잠시 주춤하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글로벌 OTT 여전히 잘 나가지만…반복되는 ‘호불호’ 해결은 숙제

물론 넷플릭스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매출액은 85억 4200만 달러(약 11조 5744억 원), 영업이익은 19억 1600만 달러(약 2조 5961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8%, 25.0% 늘었다. 성장세는 둔화가 됐지만, 흑자 기조는 유지 중이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피지컬:100’ 등 새로운 형식의 다큐, 예능을 선보이며 재미와 의미 동시에 잡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큰 제작비를 투입한 작품들이 거듭 미적지근한 반응을 얻으면서 K-콘텐츠 위기 분위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도 ‘무빙’의 글로벌 흥행으로 그간의 부진을 씻었지만, 최근 공개작인 ‘비질란테’는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으며 기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물론 ‘더 글로리’, ‘무빙’이 남긴 성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D.P.’, ‘오징어 게임’, ‘수리남’ 등 공개한 작품들이 모두 호평과 함께 TV 드라마들을 압도하던 코로나19 시기와 비교하면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관계자들 사이에선 “콘텐츠들이 너무 많아서 전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작품이 줄어드는 것 같다. 트렌드 변화도 빨라져 흥행작의 인기 지속 기간도 짧아졌다”며 더욱 어려워진 경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위기의 국내 OTT…전보다 줄어든 콘텐츠 향한 관심

국내 OTT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 OTT 티빙, 웨이브는 지난해 각각 1191억원, 1217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올해 콘텐츠들의 호응도도 크지 않았다.

티빙은 올해 ‘방과 후 전쟁 활동’, ‘운수 오진 날’ 등 장르물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완성도와는 별개로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유발하지는 못한 것이다. 2021년 ‘술꾼도시여자들’, ‘유미의 세포들’, ‘환승연애’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신뢰를 높이던 티빙이었지만, 치열해진 경쟁 속 시청자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전처럼 쉽지 않은 셈이다. 곧 공개되는 판타지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를 비롯해 추격 액션 사극 ‘우씨왕후’, 학원 스릴러 ‘피라미드 게임’, 모범생의 전교회장 도전기를 다룬 정치 드라마 ‘러닝메이트’ 등 다채로운 장르의 콘텐츠를 대거 예고했으나, 지금처럼 관심이 저조한 상황에서 ‘눈에 띄는’ 것조차 힘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 어린 시선이 이어지기도 한다.

웨이브 또한 최근 공개한 ‘거래’가 시청자들의 이렇다 할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으며, 대표 흥행작 ‘약한 영웅’ 시리즈도 넷플릭스에 넘겨주며 어려운 상황을 체감하게 했다.

티빙-웨이브 합병, 어떤 결과 부를까

반등의 발판은 마련됐다. 우선 넷플릭스는 전 세계 넷플릭스 구독자들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K-콘텐츠의 글로벌 관심을 이끈 ‘오징어 게임’ 시즌2의 공개를 내년 앞두고 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가 된 ‘오징어 게임’이 이번에는 또 어떤 파급력을 만들어낼지 기대감 가득한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티빙-웨이브의 합병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OTT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이어진다. 지난 5일 업계에 따르면 CJENM과 SK스퀘어는 전날(4일) 자사의 OTT 서비스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티빙 최대 주주는 CJ ENM(48.85%)이고, 웨이브 최대 주주는 SK스퀘어(40.5%)다.

그간 업계에서는 국내 OTT들이 적자 상태를 벗어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플랫폼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는데, 실제로 실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아직 갈 길은 멀다. 또 중복 가입자가 많아 드라마틱한 효과는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다만 각 OTT들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만큼, 이것이 내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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