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기업' 미리 낙인 찍는 플랫폼법…IT업계 "사약 내렸다" 우려
사전 규제 대상 정해 자사 우대 등 제한
혁신 경쟁 막고 소비자 후생 저하 우려
해외 플랫폼과 역차별 지적도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전 규제를 담은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을 두고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대형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사전 규제 대상 낙인을 찍어 정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옥죌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의 혁신 경쟁을 막아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면 해외 플랫폼에만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플랫폼 경쟁촉진법 도입과 관련한 내용을 보고했다. 일부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자사 우대 등 불공정 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쇼핑에서 기본 결제 수단으로 네이버페이를 설정하는 자사 우대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기업 입장에선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 사전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플랫폼사들은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동기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배적 사업자 '낙인'…"정상적 기업 활동도 제약"
플랫폼 경쟁촉진법의 핵심은 영향력이 큰 대형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매출액·이용자 수·시장 점유율 등 정량 요건과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 해당 시장의 진입장벽 같은 정성 요건까지 고려할 방침이다. 세부적인 기준이 나오진 않았지만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플랫폼 기업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플랫폼 업체는 이미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할 경우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의 처분을 받는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자사 가맹 택시를 우대하기 위해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했고 그 결과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는 위법 행위가 처분의 근거다. 여기에 플랫폼 경쟁촉진법까지 더해지면 위법 행위와 무관하게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 수단을 설정하거나 다른 플랫폼 가맹 택시에 콜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사전 규제 대상이 된다. 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독점과 부당한 방법을 통한 독점을 구분하지 않고 사전 규제 대상으로 낙인을 찍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이중 규제 우려에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동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혁신 사라지는 시장, 소비자 피해만"
사전 규제 내용에 대해서도 반발이 크다.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는 ▲자사 상품·콘텐츠를 다른 업체보다 유리하게 노출하는 '자사 우대' ▲경쟁사보다 동일하거나 더 싼 가격을 요구하는 '최혜 대우' ▲자사 서비스와 다른 상품을 함께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끼워팔기' ▲자사 플랫폼 이용자의 다른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멀티호밍 제한' 등이 금지된다.
업계에선 유통과 자체브랜드(PB) 상품 판매를 모두 하는 유통사나 영화 제작과 배급을 함께 하는 영화사 등과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다. 플랫폼사 관계자는 "플랫폼이 상품 판매와 중개를 함께 한다는 이유로 규제를 받는다면 다른 사업자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소비자 후생만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이용자를 모아 묶어두려는 플랫폼 특성상 쇼핑, 결제, 콘텐츠 등 자사 서비스를 결합해 우선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사 우대 행위에 해당한다. 자사 서비스를 키울 필요가 없어지면 혁신이 사라지고 결국엔 소비자 후생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해외 플랫폼과 역차별" 지적
해외 플랫폼과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매출과 이용자 수 등을 기준으로 하면 구글, 메타 같은 해외 기업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를 고려하면 해외 기업이 대상에서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정부의 플랫폼 사전 규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해외 플랫폼에 규제를 적용한다 해도 우회로를 통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구글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아일랜드 법인을 통해 산정한다.
결국 국내 플랫폼만 규제 대상이 되면 해외 기업에 국내 시장을 내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IT 협회들의 연합체인 디지털경제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해외 플랫폼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검색 시장에선 유튜브에 밀리고 생성형 인공지능(AI)에선 마이크로소프트(MS)와 경쟁하고 쇼핑에선 중국 알리익스프레스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규제 도입으로 해외 기업에 국내 시장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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