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산에서 춤을, 이런 챌린지도 있습니다

김주영 2023. 12. 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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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쓰레기 덕질로 환경 인플루언서가 된 홍다경 작가의 <쓰레기 산에서 춤을>

[김주영 기자]

최근 MBC 방송 <놀면 뭐하니>에 등장한 김석훈 배우의 일상이 화제다. 소비 지상주의로 점철된 세상에서 유유자적하며 이곳저곳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플로깅, 줍깅) 중고물품을 구매한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런 거창한 목표보다는 제가 사용한 물품들이 어떻게 버려지는지 궁금했고 기후위기 시대에 친환경 실천해보자는 생각에서..." 유명 배우 입에서 나온 소박하며 진정성 담긴 발언이 소개된 뒤 덩달아 그의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가 대중의 알고리즘에 파고들었다.
 
 MBC 놀면뭐하니 방송 캡처 : '나의 쓰레기 아저씨' 김석훈 배우와 유재석 MC
ⓒ MBC 놀면뭐하니
 
우리 사회 곳곳에는 '나의 쓰레기 아저씨'들이 더러 존재한다. 본 기자가 최근 목격한 고사리 같은 딸의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쓰레기를 줍는 아빠라든가, 주말 거리를 무리지어 다니며 떨어진 담배꽁초를 줍고 다니는 청춘들,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책 주인공인 홍다경 작가까지 말이다.

한 사람이 쓰레기를 줍는데 얼마나 진심일 수 있을까? 만약 쓰레기 문제를 파고들다 아예 전국 방방곡곡 쓰레기 산을 찾아다니며 환경 캠페인을 벌여온 청년이 있다면 믿어지겠는가? 최근 <쓰레기 산에서 춤을>이란 책을 출간한 홍다경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환경을 덕질하다
 
 쓰레기 산에서 춤을 (홍다경)
ⓒ 도서출판 풀빛
 
2월 27일은 북극곰의 날. 그 다음 날이 본인 생일인지라 결코 잊을 수 없다는 홍 작가는 어머니를 졸라 북극 빙하 면적 감소로 서식 공간을 잃어 멸종위기종으로 전락한 북극곰을 정기후원하며 점차 환경에 관심갖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때는 급식 잔반 폐기물 문제를 고심하며 교장에게 나름 대안도 제시해보고, 모 스피치대회에서 200명의 학우 앞에서 '우리 모두 지구 시민이 되자'라는 주제로 최우수상까지 받은 싹수 보이는 환경 덕후였다.

한편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세상은 그녀를 우울하게 했다. 서울시 청년 일자리 공공근로를 통해 환경미화 업무를 하며 모 공공기관에서 '분리 없이' 배출되는 막대한 쓰레기양을 목도했다.

설상가상 '지구시민 발런티어' 봉사활동 차 1년간 머문 환경 선진국 뉴질랜드도 별반 다름이 없었단다. 식당 아르바이트 때 만난 현지 주방장은 어차피 전부 바다로 버려진다며 일반, 음식쓰레기를 구분 없이 막 배출하며 그녀에게 충격을 줬다. 태평양 한가운데 거대한 쓰레기섬이 생기는 것도 당연지사였다.

홍다경 작가는 본인 자신부터 집 주변 전봇대에 쌓인 쓰레기부터 치워보자고 결심 후 이행하고 있다. 길거리 도로 가장자리의 격자 모양의 철망을 뒤덮은 담배꽁초들을 볼 때 그 필터들의 이동경로를 떠올린다. 하수구 빗물받이에 덮인 담배꽁초들은 장마철이 되면 배수 흐름을 막아 도로를 물바다로 만든다.

방치된 필터들은 시간이 점점 잘게 조각나고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하천과 드넓은 바다로 유입된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올바르게 분리배출하고 재활용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그녀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플로깅 활동하는 홍다경 작가 ('쓰레기산에서 춤을' 일러스트)
ⓒ 도서출판 풀빛
 
쓰레기 덕후에서 환경인플루언서로

2018년 대한민국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재활용품 수거 중단이 몇 달 동안 이어지며 쓰레기 대란을 겪었다. 홍 작가는 당시 사태를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재활용품들이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을까?"라는 근본적 의문이 들었고 국내 재활용 선별장, 소각장, 매립장 현장을 직접 가보기로 결심했다.

홍다경 작가가 조직한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지지배)' 회원들과 및 몇몇 후원자들이 그녀의 서울, 대구, 부산, 광주, 울산, 대전, 강원도, 경기도 등 전국을 누빌 때 물심양면 도왔다.

현장에서 확인한 실제 재활용 비율은 처참했다. 안타깝게도 소비물품의 종류와 재질이 워낙 다양한 탓에 시민들의 분리배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쓰레기의 70~80퍼센트가 소각을 피할 수 없단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현재 상당수의 기업이 도입한 페트병 비접착식 라벨은 최근 이뤄진 긍정적 변화다. 그동안 홍다경 작가는 환경 관련 수많은 공청회에 참석하면서 환경적이지 않다면 '무조건 안 된다'는 강경 입장에서 반대 의견도 '일단 들어 봐야 한다'는 자세를 견지하게 됐단다.

접착식 페트병 라벨의 경우에도 기존 업계의 논리 즉, 재활용업체가 본드 부분은 도려내고 남은 페트 부분을 선별해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둔 것이나, 비용을 들여 비접착 라벨로 전환해도 소비자 사이에 라벨제거 인식 부재 시 재활용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등 말이다.

폐기물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다(No one left behind)'란 대명제 하에 상호 입장을 존중하고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환경 캠페인 뮤직비디오까지 제작
 
▲ Enlighten(with 김영흠) _오두식 Official [MV] ⓒ 홍다경

홍다경 작가는 쓰레기 산을 배경으로 한 춤과 노래로 환경 캠페인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아파트 8층 높이의 20만 톤의 쓰레기산이 전국에 무려 400개 이상 존재한다. 쓰레기산 하나의 폐기물을 15톤 덤프트럭으로 환산하면 무려 1만 3867대가 적재할 수 있는 양이란다.

이런 쓰레기를 조직적으로 투기하고 이윤을 챙기는 세력과 그들을 색출하고자 노력중인 공무원, 환경운동가들이 존재한다. 홍 작가는 '지지배' 회원들과 '쓰레기 산 지도'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지금까지 총 42곳을 찾아 대중에 공개했다. 폐기물 문제를 대중에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사비를 털어 환경 캠페인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했다.

"홍다경 한 사람이 쓰레기 분리배출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아. 너 혼자 해서 어디까지 되겠냐? 그거 한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아."

'나의 쓰레기 아저씨' 이석훈 배우처럼 플로깅 활동 내지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시민들은 홍 작가가 주변에서 들었다는 핀잔을 한 번씩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선의를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세상이 움직인다.

의류 폐기물 책임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른 패션계조차 그녀를 주시하고 있다. 보그코리아 잡지사는 2022년에 '시대의 지각변동을 이끄는 24인' 가운데 환경분야로 홍다경을 선정했다. 그녀는 그간 활동을 경험 삼아 삼성 임직원 가족 2,500명을 대상으로 분리배출 교육을 진행했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 쓰레기 산"이란 제목으로 TEDx인천대학교 강연 연사로 무대에 섰던 경험을 이번 책에 꾹꾹 눌러담았다.

홍 작가의 다음 쓰레기 행보 챕터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은평시민신문과 개인 블로그(지구별시골쥐)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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