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에너지'인 마을, 이게 어떻게 가능했냐면
녹색전환연구소는 지난 11월 29일~30일 '에너지 자립 마을'을 꿈꾸며 활동하고 있는 경북 봉화와 충남 대전, 충북 괴산의 마을을 방문하였습니다. 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에너지 자립을 위한 활동과 의미, 그리고 지역의 고민들을 총 5회에 걸쳐 독자에게 전합니다. <기자말>
[이유진]
▲ 에너지자립마을에 대해 설명하는 이도헌 대표 |
ⓒ 녹색전환연구소 |
"요즘 우리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에서 생산하는 액비를 살포해 달라는 농가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홍성군 성우농장 이도헌 대표가 최근 SNS에 남긴 글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9월 비료용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화학비료 수급 불안을 느낀 경종농가(땅을 갈고 씨를 뿌려 가꾸는 농업)에서 바이오가스 플랜트에서 나온 액비를 살포해 달라는 요청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정부의 비료 정책이 화학비료 기득권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는데, 이제는 가축분뇨를 비료로 활용하는 농촌 자원순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우농장에는 축분을 혐기소화해서 메탄을 생산하고, 메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있다. "똥이 에너지다"를 보여주는 시설이다. 하루에 축분 110톤을 투입하면, 유기물이 가스로 전환하면서 3톤이 줄고, 나머지는 고스란히 퇴비와 액비로 남는다. 남은 분뇨의 97%가 액비이기 때문에 이걸 처리해야 하는데, 경종농가에서 논밭에 비료로 사용하거나 아니면 정화처리를 해야한다.
▲ 홍성 성우농장의 바이오가스 플랜트 |
ⓒ 성우농장 제공 |
가축분뇨로 화학비료 대체하기
농업계에서는 가축분뇨 처분 시설에 추가 공정을 도입하면 화학비료와 같은 원료 추출이 가능하므로 축분을 비료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축산농가는 가축분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경종농가는 비룟값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고, 비료의 해외 의존도도 낮추고, 하천도 맑아진다. 우리는 농작물을 키우면서 질소, 인과 같은 양분을 과다하게 투입해 수질오염과 대기 배출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 원천에너지전환센터는 돼지 축분 기반 바이오가스 발전소로 3개의 혐기발효조가 있다. 하루에 돼지 축분 110톤을 처리하고 시간당 430kW를 발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바이오가스 발전소 계획단계에서부터 농촌 공간과 원천마을의 자원순환, 에너지 전환의 큰 그림 속에서 준비했다. 그림에서 보듯이 가축분뇨를 이용해 메탄을 생산하고 이를 그린 수소, 가스, 폐열, 비료로 재활용하는 순환모델이 에너지 생산만큼이나 중요했다.
발전소에 투입되는 돼지 분뇨는 바이오가스 발전소에 인접한 이웃 마을에서 가져온다. 분뇨는 52일 동안 플랜트 3동을 거치며 메탄가스를 생산하고, 이 메탄을 태워 현재는 1시간당 300㎾의 전기를 생산해 한국전력에 판매하고 있다. 현재 발전소 운영 인력은 8명이다. 총 30여 가구가 사는 원천마을에서 8명 정도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 원천마을 농촌에너지전환 마을 모식도 |
ⓒ 이도헌 |
"가축분뇨를 에너지로!" 독일에는 가축분뇨를 혐기소화해서 메탄을 만드는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1만 개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명박 정부에서 '저탄소 녹색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바이오가스가 본격화되었지만 축분을 유입해야 하다 보니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마을 사람도 아닌 서울에서 금융업에 종사하다 귀농한 이도헌 대표는 어떻게 원천마을에서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시도할 수 있었을까?
결성면 금곡리 원천마을에는 34가구가 살고 있는데, 이 대표가 2013년도에 귀농해 처음 한 일은 주민들과 함께 '우리 마을 잘 먹고 잘사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자립마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똥이 많으니 에너지자립 방법을 바이오가스플랜트로 잡았다.
마을에서 폭염에 돼지가 죽어 나가고 농작물 피해 규모도 커지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그렇게 마을발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2014년 원천마을의 미래를 "마을과 축산이 상생하는 에너지자립 마을"로 잡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원천마을은 어떻게 변했을까?
원천마을 10년의 에너지자립 노력
마을에서는 2016 '가축분뇨 에너지화' 사업추진을 합의했고, 마을 전체의 자립을 위해 주택 태양광과 지열 보급을 시작했다. 태양광 발전 설비는 현재 빈집을 제외한 모든 가구에 설치했다. 2018년에 '가축분뇨 에너지화 사업'이 확정되고, 같은 해 '패시브하우스'(최소한의 냉난방으로 적절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된 주택) 개념의 돼지 축사를 준공했다. 에너지 생산보다 중요한 것이 효율 개선이었고, 패시브하우스로 지은 축사는 돼지 사육에도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했다. 또한 마을주택 단열조사를 실시하는 등 '농가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도 진행했다.
2020년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완공되면서 마을기업 '머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머내'는 원천마을의 옛 이름이다. 머내협동조합은 '농업·농촌 RE100(재생에너지 100%) 실증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주민 공동으로 설치·운영하는 500㎾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 절반은 원천마을 주민에게 제공하고, 나머지 절반은 인근 마을의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 원천마을동화 |
ⓒ 녹색전환연구소 |
농촌의 독립형 마이크로 그리드를 꿈꾼다
기후위기, 고령화, 낡은 농촌 인프라, 변화하는 도시민의 식생활, 에너지가격 상승 등 농촌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많은 키워드가 있다. 그 속에서 지역별로 특색있는 농촌 공간을 중심으로 지역민들과 그 마을에 가장 잘 맞는 발전모델을 찾아야 한다.
원천마을은 성우농장 축산을 데이터화하고, 마을의 에너지도 데이터화해서 독립형 마이크로 그리드를 운영할 목표도 가지고 있다. 마을에서 사용하는 전기사용량, 기상데이터, 집 안 온도·습도, 이산화탄소(사람 있는지 유무 확인)를 파악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해 빅데이터를 만들고 있다.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와 전기사용량을 함께 분석하면서 마을 전체의 1년 전력 소비량과 특성이 파악되면, 마을단위에서의 마이크로 그리드 운영도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모든 데이터의 소유자는 머내협동조합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원천마을에서는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 생산을 넘어 자원순환, 협동조합, 문화, 디지털, 지역 일자리 등 다양한 실험을 벌였고 성과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이도헌 대표는 원천마을 사례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원천마을처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를 보고, 지역과 환경의 맥락에서 각각의 지역에 맞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한국의 에너지자립마을 사례를 보면,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과 주민들의 협력이 에너지전환을 이끌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할 일은 이 리더십이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부딪힌 장벽을 경청하고, 제도개선을 지원함으로써 의지를 가진 공동체들이 보다 쉽게 시도해볼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일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유진씨는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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