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국 생산 패트리엇 미국 수출 계획..."방위장비 3원칙 개정"
일본 정부가 미국 기업의 라이선스를 구입해 일본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지상배치형 요격미사일 패트리엇을 미국에 수출할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20일 보도했다. 이를 위해 현재 방위장비 공동 개발국 이외 국가로의 장비 수출을 제한하고 있는 '방위장비이전 3원칙'의 운용 지침을 개정한다. 2014년 방위장비 3원칙이 제정된 이후, 사람의 살상이나 물체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무기 완성품을 외국에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이 미국으로 수출을 검토하고 있는 미사일은 미국 레이세온사와 록히드마틴사의 라이선스를 구입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각각 생산하고 있는 지대공 유도탄 'PAC2'와 탄도 미사일 요격에 특화한 'PAC3', 두 종류다. PAC3은 일본이 북한 탄도미사일 요격 등을 위해 배치하고 있는 무기다.
미국으로의 패트리엇 수출을 위해 일본 정부는 오는 22일 현행 방위장비이전 3원칙의 지침을 개정하는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일본은 1960년대 이후 헌법 9조의 '평화주의'에 근거해 사실상 무기 금수 정책을 펴 오다가 군사력 강화를 주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들어서면서 2014년 무기 수출을 일부 허용하는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제정했다.
이 원칙은 ▲평화 공헌과 일본 안보에 기여하는 경우에 한해 무기를 수출하며 ▲분쟁 당사국과 유엔결의 위반국에 무기를 수출(이전)하지 않고 ▲수출 상대국에 의한 목적 외 사용 및 제3국 이전은 적정한 관리가 확보되는 경우로 한정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해외 기업에 특허료를 지불하고 일본에서 제조하는 '라이선스 생산품'의 경우에는 부품에 한해서만 라이선스 제공국과 그 외 3국에 수출할 수 있으며, 완제품은 수출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칙에 따라 그동안 일본이 방위장비 완성품을 외국으로 이전한 경우는 필리핀으로의 방공레이더 수출이 유일하다. 따라서 이번 패트리엇 미국 수출은 일본 무기 수출 정책의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자위대 방위 장비 가운데 라이선스 생산품은 79개 품목이며, 이 가운데 미국 라이선스 장비는 패트리엇과 F15 전투기 등 32개 품목이다.
일본의 패트리엇 수출은 미국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과 지난 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 사안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제기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도 일본이 패트리엇 미사일과 155㎜ 포탄의 미국 재고를 채워주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155㎜ 포탄은 공격용 무기로 일본 규정상 수출이 어렵지만 패트리엇 미사일은 상대 공격을 요격하는 방어용이어서 수출 논의가 진전돼왔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공화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기존에 보유한 패트리엇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일본으로부터 공급 받은 미사일로 일본·인도태평양 지역의 재고를 보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본은 22일 개정할 방위장비이전 3원칙 운용 지침에도 실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국가에는 원칙적으로 무기 수출을 금지한다고 명시한다. 따라서 일본에서 제조한 미사일이 미국을 거쳐 우크라이나로 넘어가지 않도록 미국 측에 철저한 관리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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