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막아세웠다…"내란 가담자 대선 출마 금지" 첫 판결

김형구, 이승호 2023. 12. 2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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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워털루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란을 선동하고 가담한 혐의 때문에 콜로라도주에서 진행되는 대선 경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주(州) 대법원 판결이 19일(현지시간)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를 인정해 특정 주 대선 경선 출마를 금지한 첫 판결이다. 다른 주에서도 같은 판결이 이어질 경우 그의 대선 레이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과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에서 결론이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19일 미 뉴욕타임스(NYT)ㆍ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2021년 1ㆍ6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가담 등 내란 선동 혐의를 인정해 콜로라도주 대통령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출마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주 대법관 7명 중 4대3 의견으로 이렇게 판결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수정헌법 제14조 3항에 따라 대통령직 수행 자격이 없다는 것이 법원 다수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콜로라도주에서는 대통령 예비선거 투표용지에 트럼프를 후보자로 올리는 것은 법에 위배된다고 했다.

수정헌법 제14조 3항은 내란에 가담하거나 연방 헌법을 위협한 적을 지원하면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868년 채택된 헌법 내란죄 조항을 근거로 특정 대통령 후보를 투표용지에서 제외시킨 첫 번째 판결이다. WP는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다른 주 법원에서도 같은 결론에 이른다면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직을 확보하고 내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고를 감안해 판결 효력을 내년 1월 4일까지 유예하도록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상고 의사를 밝힌 만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판결의 효력이 더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콜로라도주의 공화당 대선 경선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슈퍼 화요일’로 알려진 내년 3월 5일에 잡혀 있다.

주목되는 점은 이번 판결이 트럼프의 대선 출마 자격과 관련해 다른 주에서 진행 중인 비슷한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내 25개 이상의 주에서 트럼프의 후보 자격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앞서 미네소타, 뉴햄프셔, 미시간 주 법원은 관련 소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미네소타주 대법원은 주법이 공직 자격이 없는 후보의 경선 참여를 금지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승소 판결했다. 미시간주 법원도 사법부가 대선 출마 자격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측 “결함 있는 판결…상고할 것”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에 불복,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완전히 결함 있는 판결”이라며 “미 연방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연방 대법원이 신속하게 우리에게 유리한 판결을 하고 마침내 이 비(非)미국적인 소송을 끝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현재 미 연방 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대3으로 다수를 점하고 있다. 평소 불리한 판결에 적대적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 워털루 연설에서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1월 콜로라도주 덴버 지방법원 새라 월리스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해달라’며 콜로라도 공화당원과 일반 유권자 6명이 낸 소송에서 ‘트럼프가 내란에 가담하긴 했지만 수정헌법 14조 3항은 대선 후보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고는 항소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란 혐의를 인정한 대목에 항소했다.

이날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에 미국 사회 반응은 엇갈렸다. 원고 측 소송을 지원한 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의 노아 북바인더 회장은 이날 판결에 대해 “역사적이고 정당할 뿐만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렌스 트라이브 하버드대 명예교수(헌법학)는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제가 촉구하고 예상했던 대로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의 헌법상 대선 후보 예비경선 자격 상실 판결을 내렸다”며 환영했다.

반면 공화당 대선 주자인 비벡 라마스와미는 “트럼프가 콜로라도주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수 있을 때까지 주 경선 투표에서 빠질 것을 약속한다”며 경쟁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해 왔던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판결문을 아직 안 봤지만 1ㆍ6 내란 선동 혐의로 형사재판도 없이 처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대선 미칠 영향?…“제한적”vs“사법리스크”


이번 판결이 내년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는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 양상인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서 콜로라도주의 결정이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또 콜로라도주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굳어진 만큼 대선 본선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거라는 관측이 있다.

오히려 트럼프 진영 역결집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WP는 지난해 공화당원 열 중 일곱은 1ㆍ6 사태를 ‘반란’으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답한 몬머스대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전에서 이미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트럼프 탄압론’을 바탕으로 지지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마중물 역할을 해 비슷한 사건이 진행 중인 다른 주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또 이번 사건을 연방 대법원이 심리할 경우 1ㆍ6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루된 다수의 사건을 병합해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선거법 전문가인 리처드 L 하센 UCLA 교수는 “연방 대법원이 다시 한번 미국 대통령 선거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NYT에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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