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데 돈 안 쓰면 어디에 쓰나"…서울 공공야간약국 사라지자 '비난 봇물'

김인희 2023. 12. 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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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야간약국 매년 이용건수 늘고 시민들 반응 좋아 '최고의 민생규제혁신'
내년도 긴축 재정으로 예산 감소…공공야간약국 운영예산 '전액 삭감'
서울시약 "시민들 건강권 짓밟는 무책임한 처사…즉각 예산 편성해야"
야간에 문을 연 심야약국ⓒ연합뉴스

서울시가 긴축재정으로 공공야간약국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내년부터 공공야간약국 운영이 중단된다. 하지만 야간에 응급실에 가지 않고도 약을 구할 수 있고, 복약지도까지 받을 수 있는 공공야간약국의 효용성이 매우 높은데 굳이 이 예산을 삭감했어야 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시민들의 건강권과 의료접근성이야말로 '기본복지'에 해당하는데도 '약자와의 동행'을 서울시 운영 기조로 잡은 오세훈 시장이 오히려 그 기조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쏟아지고 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8일 각 자치구에 공공야간약국 운영 사업 종료를 안내하는 공문을 보냈다. 시는 "2024년 공공야간약국 운영 사업 예산 미확보로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며 올해 12월 31일부로 공공야간 운영 사업이 종료되는 점을 안내했다.

공공야간약국은 시민들이 평일, 주말, 공휴일 야간에도 안전하고 올바르게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운영하는 약국이다.

시는 2020년 9월부터 공공야간약국을 지정·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운영 중인 서울지역 공공야간약국은 총 33곳이다. 구마다 1∼2개의 공공야간약국이 운영되는 셈이다.

공공야간약국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도 좋다. 서울시 24개 약사회(이하 서울시약)에 따르면 공공야간약국을 통한 의약품 구입이 2020년 4만5469건 2021년 17만7994건, 2022년 20만3014건으로 매년 시민들의 이용이 증가했다. 전화상담도 같은 기간 각각 559건, 1521건, 1419건이 이뤄져 복약상담이나 응급상황을 대처하고 필요시 병원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야간·휴일 보건의료 공백시간대 시민들의 '건강지킴이'로 자리매김했다.

또 현 정부 정책 중 공공심야약국 확대가 국민이 뽑은 최고의 민생 규제혁신 사례로 꼽힐 정도로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도 칭찬일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내년도 예산이 감소함에 따라 공공야간약국 사업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서울시 예산은 올해보다 약 1조4000억원이 줄어든 45조7405억원으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공공야간약국을 비롯한 일부 사업은 예산이 전액 삭감돼 사업을 중단하기에 이른 것이다.

시는 약사법 개정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공공심야약국 본사업을 시행하는 2025년부터 국비 지원을 받아 재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러한 일방적 조치에 시민들과 약사회는 분노를 표하고 있다.

서울시약은 공문이 전달된 다음날인 19일 공동성명을 내고 "시민의 건강권을 짓밟는 처사를 즉각 바로잡아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공공야간약국 예산을 편성해 휴일·심야시간대 시민이 안심하고 약국을 통해 안전하게 의약품을 구매·복용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서울시약은 "현 정부 들어 공공심야약국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2024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서울시는 공공야간약국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서울시 조례에 따라 지난 4년간 운영된 공공야간약국을 한순간에 폐기해 버린 것"이라며 "이는 서울시민의 건강권과 보건의료 접근성을 무참히 짓밟는 시대역행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약은 "내년부터 서울시민들은 늦은 밤 의약품 구매를 위해 약국을 찾아 서울 전역을 헤매야 하며, 비싼 병의원 응급실을 이용해야할 판"이라며 "서울시가 공공야간약국을 없애서 발생하는 보건의료 취약시간대 시민의 의약품 구입불편과 응급의료비 부담 증가, 시민 건강권과 접근성 훼손 등의 책임은 전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있다는 것을 밝힌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시민들도 서울시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이미주(43·여)씨는 "아이들이 호흡기가 약해 집에 항상 약이 있어야 하는데 종합감기약같은 것은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고 해도 기침약같은 건 약국에 가야 구할 수 있다"며 "올해도 밤중에 아이들 기침이 심해서 심야약국을 두 번 이용했는데 심야약국 운영이 중단되면 안될 것 같다"고 전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심야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도 공공심야약국은 필요하다. 물류회사의 새벽배송일을 하고 있는 박규원(37)씨는 "야간 배송일을 하다 보면 자잘한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근골격쪽에 부상을 입으면 먹는 진통제가 필요할 때가 많은데 공공심야약국을 편리하게 이용해왔다. 야간에 일하는 사람에겐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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