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 사회공헌 지출 3조5367억…경영 불확실성에도 역대 최고치
지난해 기업 사회공헌 지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았지만 기업들이 해외 지원과 기술 기반 공헌 사업 등을 키우며 사회공헌 활동을 늘린 데 따른 결과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사회공헌 트렌드를 'GRIT'으로 제시했다.
20일 한경협은 지난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설문 응답 기업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기업 등 29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해 나온 결과를 토대로 '2023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지난해 전체 사회공헌 지출 금액은 총 3조5367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20.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개사당 평균 지출액의 경우 153억원으로 14.6% 늘었다. 이는 사회공헌 실태 조사를 실시한 1993년 이래 최고치다.
지난해 사회공헌 지출액이 증가한 기업은 63.5%로 이 중 지출 규모가 25% 이상 증가한 기업이 전체 분석기업의 39.8%로 나타났다. 증가 이유로는 '긴급 구호, 국가적 행사 등 당해연도 이슈에 따른 일시적 비용 증가(23.3%)'가 많았던 가운데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증가 및 신규 론칭(21.7%)',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지원 요구 증가(17.5%)' 등이 제시됐다.
지출 분야별로는 '취약계층 지원(25.5%)', '교육·학교·학술(16.3%)', '문화예술·체육(13.6%)', '지역경제 활성화(13.2%)' 등이 주요했다. 취약계층 지원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사회공헌 지출이 증가한 가운데 특히 해외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 환경 보전, 교육·학교·학술 등에서 지출 비율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위축돼 있던 사회공헌 사업이 재개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경협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기업 사회공헌 트렌드를 'GRIT'으로 제시했다. GRIT은 지난해 활발했던 해외지원(Global)과 축제 등 대규모 사업의 재개(Reopen), 기술 기반 공헌사업(IT) 키워드를 결합한 것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한 국내 기업의 끈기와 노력을 의미한다.
2021~2022년에 새롭게 시작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 '아동·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이 29.1%로 가장 많았다. 뒤로는 '환경(27.9%)', '지역사회 발전(21.5%)'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경 관련 사업은 2021년(8.6%) 대비 3배 이상, 지역사회 대상 사업은 2021년(10.7%)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최근 국내외 ESG 경영 강화 기조와 함께 기업의 ESG 활동도 본격화했다. 실제 관련 설문 응답 기업(105개사)의 73.7%가 ESG 전담부서를 설치했다고 답했다. 분석 기업 중 210개사는 '이중 중대성 평가(외부 환경 및 사회 요인이 기업 재무에 미치는 영향과 기업 경영 활동이 외부에 미치는 영향을 양방향 분석해 핵심 이슈를 결정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ESG 경영 활동을 공시하는 과정에서 분석 기업의 92.8%는 국제 지속가능성 보고지침(GRI) 인덱스를 준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 추진 관련 애로사항으로 '모호한 공시개념과 명확한 기준 부재(36.1%)', '요구되는 데이터 확보 애로(29.2%)', '촉박한 공시 일정(13.4%)' 등을 지적했다.
이상윤 한경협 CSR본부장은 "2022년은 미중 갈등과 공급망 이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컸지만 집중폭우로 인한 재난 구호 등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했던 한 해였다"며 "특히 한경협이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를 발간한 지 30년이 된 올해 기업의 우수한 사회공헌 성과와 활동을 알리게 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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