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EU에 대한 미련을 남기지 않는 후련한 영화
[김준모 기자]
▲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포스터 |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
DC 확장 유니버스, DCEU의 그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DC 코믹스는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등 마블 코믹스보다 더 인지도 높은 히어로를 보유한 것에 더해 앞서 영화계 히어로 열풍을 일으켰다. 때문에 작정하고 그 세계관을 실사 영화로 제작에 나선 DCEU의 성공이 점쳐졌지만 결론적으로 시리즈 총 12편이 배트맨 실사화 시리즈보다 낮은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막강한 스케일과 시선을 사로잡은 비주얼, 코믹스와 싱크로율 높은 캐스팅에 MCU와 차별성을 지닌 무거운 분위기까지 보여준 이 고유한 세계관은 2022년 새로운 수장에 오른 제임스 건의 리부트 선언으로 종결되었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DCEU의 마지막 작품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DCEU 최고 흥행작 <아쿠아맨>의 두 번째 작품이기 때문이다.
▲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스틸컷 |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
유니버스 사이의 연결점을 고려하기 보다는 어드벤처의 매력과 히어로의 성장을 담은 확실한 서사의 재미, 여기에 누가 봐도 바다 사나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제이슨 모모아의 아쿠아맨과 매혹적인 앰버 허드의 메라가 오락성-스케일-캐릭터의 삼위일체를 이루며 흥행을 이끌었다. 그만큼 기대가 높았기 때문일까? 스케일도 신선함도 눈에 띄는 시도를 선보이지 않는 이번 속편은 매력이 정확하게 절반으로 줄어든 기분을 준다.
아틀란티스의 왕좌에 오른 아쿠아맨이 블랙 트라이던트라는 고대 악의 유물을 손에 넣은 블랙 만타와 다시 대적한다는 이야기 구조는 인상적이다. 육지에서 아틀란티스로 출퇴근을 하는 육아대디가 된 아쿠아맨의 모습은 신선함을, 아쿠아맨에 대한 원한을 동력으로 더 강해진 블랙 만타는 강렬함을 준다. 여기에 옴이 조력자 역할이 되며 가족의 사랑이라는 히어로물의 감동코드를 강화한다.
▲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스틸컷 |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
여기에 DCEU 시리즈 자체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는 점 역시 아쉬움으로 볼 수 있다. MCU가 시리즈의 동력을 확보하는 방법은 '히어로 어셈블'이다.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3편에 해당하는 '노 웨이 홈'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역대 시리즈의 모든 스파이더맨과 빌런을 한 자리에 모으며 신선함과 아련함을 주었다는 점에 있었다. <아쿠아맨>의 경우 시리즈의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전편에는 성공 요소였지만 속편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현 DCEU의 히어로들이 합류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간 성과를 고려해 보면 큰 도움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플래시>가 그러했듯 말이다. 결국 내부에서 흥미를 줄 만한 요소를 찾아내야 했지만 그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전편에서 지적을 받았던 평범하고 부실한 내러티브를 제대로 보완하지 못한 점에 더해 웅장한 세계관에 비해 좁은 이야기의 폭은 이번에도 반복되며 단점은 유지하고 장점은 줄어든 아쉬움을 보여준다.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다소 독한 방향으로 보자면 DCEU에 대한 미련을 남기지 않는 후련한 영화일지 모른다. 제이슨 모모아의 아쿠아맨은 그리워할 수 있어도, 이 시리즈의 후속편 불발에 아쉬움을 지니진 않을 것이다. <플래시>가 워너 브라더스 역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고 <블루비틀>은 DCEU 최악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새롭게 출범하는 DCU의 과제는 꽃이 진 후에 봄이었다는 걸 알았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끔 만드는 완성도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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