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재테크]2024년 경제, 삼고에서 삼중으로

지난 2년 세계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고'(三高)에 시달렸다. 그러나 2024년 세계 경제의 화두는 삼고보다는 '삼중'(三中, 중물가·중금리·중환율)일 것이다.

고물가→고금리→고달러 순서로 진행되었던 '삼고 시대'는 마무리되고 있다. 우선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동월비)이 지난해 6월 9.1%로 1981년 11월(9.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올해 11월에는 3.1%로 낮아졌다. 한국 물가상승률도 작년 7월 6.3%로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후, 올해 하반기에는 3%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이유는 주로 양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에 있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2월 0.00~0.25%였던 연방기금금리 목표 수준을 올해 7월에는 5.25~5.50%까지 급격하게 인상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2021년 7월 0.50%에서 2023년 1월에는 3.50%까지 올렸다.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면서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은 마무리되고 있다. 특히 지난주 개최되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연준 위원들이 점도표에서 제시하는 연방기금금리의 중간값은 4.6%였다. 시장은 내년 3월부터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여섯 차례에 걸쳐 1.5% 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도 내년 2분기부터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하 기대로 시장금리가 먼저 떨어지고 있다. 올해 10월 19일 4.99%였던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지난주 말에는 3.91%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한국의 10년 국고채 수익률도 4.36%에서 3.36%로 낮아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달러지수도 하락했다. 주요 선진국 통화에 대한 달러지수가 11월 1일 106.88에서 지난 주말에는 102.59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357.3원에서 1296.5원으로 떨어졌다.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금리와 달러지수 하락 추세가 지속할 전망이다. 미국 경제가 국내총생산(GDP)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 중심으로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가계의 낮은 저축률이 소비 감소 요인이다. 지난해 미국 가계저축률이 3.3%로 금융위기 직전 해였던 2007년(2.5%) 이후 가장 낮았다. 미국 가계의 소비지출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보다 높았다는 의미이다. 올해 들어서 10월까지 저축률이 4.8%로 오르고 있다. 이제 가계가 소비를 상대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소비의 중심축인 중간가구 소득 감소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9년에 7만 8250달러였던 중간가구 실질소득이 2022년에는 7만 4580달러로 4.7% 줄었다. 2023년에도 물가보다 낮은 임금 상승률로 실질소득이 줄었을 것이다. 여기다가 가계 이자 부담이 늘고 있는 것도 소비 위축 요인이다. 금리 하락으로 2021년 3월에는 가처분소득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2%였으나, 2023년 10월에는 2.8%(2010.1~ 2023.9, 평균 1.9%)로 늘었다.

삼고가 완만하게 해소되면 경제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도가 경기침체로 급격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업수익이 줄면서 주가도 하락할 수 있다. 기업이나 개인은 선제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해야 한다. 비효율적 자산 매각을 포함해서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한 기업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적정한 현금을 가진 개인은 주식시장에서 부를 늘릴 기회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024년은 탄력성(resilience) 있게 대응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도약의 한 해가 될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