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세대로서 자녀 세대의 결혼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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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규현 기자]
나는 어느새 환갑, 60대로 접어들어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은퇴 이후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연락하고 만날 기회가 많다. 요즘 이들과 가장 많이 주고받는 이야깃거리 중의 하나는 자녀들의 결혼 문제다.
세상을 떠나시는 노부모님들이 많아지니 부모님을 부양하는 이야기는 줄어들고, 대부분 30대 전후에 있는 자녀들의 앞날에 대한 염려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자녀 중에는 결혼을 한 자녀보다 결혼을 안 한 자녀가 더 많다.
모두들 자녀들이 결혼을 안 하거나 못 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여건이 나아져 어울리는 배필과의 만남을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결혼에 대한 젊은 자녀들의 인식은 부모 세대와는 차이가 크며, 결혼을 둘러싼 그들의 환경도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결혼 생각이 없는 친구들의 딸
얼마 전 절친하게 지내는 친구 몇 명이 모여 오랜만에 만나서 회포를 푸는 자리가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화제의 중심은 자녀들의 앞날에 관한 것이었다.
A 친구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딸내미 결혼 문제로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A 친구의 딸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대기업에서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하며,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면서 즐겁게 산다고 한다.
그 딸이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소연 한다. 부모의 결혼 이야기는 잔소리로 받아넘기고 귓등으로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A 친구는 딸이 나이를 더 먹기 전에 빨리 시집을 가야 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거 아니냐며 애를 태우고 있었다.
B 친구의 딸은 금융기관에 종사하고 있다.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남자친구와 몇 년에 걸쳐 오랫동안 연애를 하고 있지만, 그 딸도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B 친구 부부는 딸의 남자친구가 마음에 들어 그의 부모와 만나보고 싶어하고, 딸에게 결혼을 권유해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딸은 부모의 마음을 몰라주고 연애는 좋지만 결혼은 별개의 문제라며 소극적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B 친구는 딸의 결혼을 빨리 성사시키고 싶어 하는데, 마음고생은 계속 이어질 듯하다. B 친구 역시 자녀가 결혼을 해야 부모로서 홀가분한 기분이 들 것 같다고 한다.
▲ 필자의 30여 년 전 결혼식 모습이다. |
ⓒ 곽규현 |
나도 친구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겉으로는 친구들에게 자녀들의 인생은 그들의 인생이니 부모가 결혼을 지나치게 걱정하고 개입하면 오히려 자식들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겠냐고 이야기했지만, 속마음으로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60대 부모들과 30대 전후 자녀들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크게 다른 것 같다. 내가 결혼한 1990년대 초반, 나와 친구들은 남자의 경우 대부분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여자는 20대 중, 후반에 결혼했다. 30대로 넘어가면 주변에서 '노처녀, 노총각'이라는 딱지를 붙여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사회 분위기가 그랬던 시절이라, 혼기가 되면 누구나 결혼은 당연히 하는 것으로 여겼다. 간혹 결혼 안 한 친구는 그럴만한 개인적인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정도였다.
과거에 그런 젊은 시절을 보냈기에 자녀들도 혼기가 되면 당연히 결혼을 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20~30대 자녀들, 특히 딸자식 중에서는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면 굳이 결혼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지는 추세다.
결혼보다는 개인의 자유로움과 자기 발전을 위한 삶을 더 중요시하는 자녀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독신으로 사는 것도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청년들의 결혼관도 많이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부모와 자녀 사이에 결혼을 두고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부모 세대인 친구들이나 나의 고민도 깊어진다.
자녀들이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세상 오기를
친구들은 딸아이들의 결혼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 그날 모인 친구들의 맏이는 전부 딸이고 둘째는 아들이다. 나만 반대로 첫째가 아들이고 둘째는 딸이다. 90년대 초반 당시까지만 해도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는 표어들이 나붙었던 시절이었다.
친구들과 나는 구별하고 낳은 건 아니지만 딸 하나, 아들 하나씩, 둘만 낳아 잘 길렀다. 셋째 아이부터는 분만 시에 병원에서 아예 건강보험조차 적용되지 않고, 주위의 시선도 따가웠던 시대라 정부의 인구 정책에 충실히 따랐다. 그런 시기에 태어난 친구들의 딸이 어느새 30대가 되었고, 나의 딸은 20대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30대 초반을 넘어서는 나이에도 결혼을 안 하고 있는 딸로 인해 친구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나는 아직 좀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몇 년 지나면 친구들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아들의 경우는 여건만 되면 언제든지 결혼을 시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상대적으로 다소 느긋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딸은 나이가 들수록 임신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데다, 점점 결혼에 대한 생각이 멀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결혼 안 한 딸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부모들은 마음을 졸이면서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딸이 홀로 살아가는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음을 잘 알기에 항상 걱정이 앞서는 게 부모 마음이다.
언제쯤 마음 고생을 하는 친구들과 나는 딸아이들의 반가운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기분좋은 회식 자리를 가질 수 있을까. 혼자 사는 것보다 부부로 사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는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결혼하고 싶어질 것이다. 하루빨리 그런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세대가 결혼을 당연하게 여겼던 30여 년 전처럼 청춘의 자녀들이 아름다운 연애를 하고, 모두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 본다. 친구들과 함께 딸들의 축복 받는 결혼식을 위하여 건배를 외치는 그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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