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입자 '회전형 치료기' 가동… 수술 힘든 폐암·간암·췌장암 치료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2023. 12. 2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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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특진실_연세암병원
연세암병원, 중입자 치료 적용 암종 확대
국소진행암·재발암 포함해 10여 개 암종
회전형치료기 2대 포함 총 3대 가동
연간 1000명 이상 신규 환자 치료 예상
연세암병원은 단일기관으로는 세계 최초로 중입자 회전형 치료기 2대를 보유하면서 폐암, 간암, 췌장암, 골육종암 등 다양한 암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가 내년 초부터 '회전형 중입자 치료기'를 가동한다. 연세암병원은 지난 4월부터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에너지빔이 한 곳에서만 나오는 고정형 치료기 1대만 가동했다. 회전형 치료기는 360도 방향에서 에너지빔이 나오며, 환자 치료에 최적의 방향을 선택해 에너지빔을 쏜다.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회전형 치료기 1대씩 총 2대가 추가 가동되면서, 치료 적용 암종이 기존 전립선암 단독에서 폐암, 간암 등 10여 개로 확대된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원자를 가속해 만든 에너지빔을 환자 몸속 암세포에 정밀하게 조사해 사멸한다. 이를 위해 원자 가속기가 탄소 원자를 1초당 지구 5바퀴 도는 빠르기(빛의 속도의 70%)로 속력을 가해 치료기로 전달한다. 초당 10억 개의 탄소원자가 정상 조직은 지나치고 3D 엑스레이로 설정한 좌표에 따라 정확하게 암세포에서만 터져 에너지를 발산하고 사라진다. 정상 조직은 보호하되 암세포 사멸력은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연세암병원이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 것은 전 세계에서 16번째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고정형 치료기 1대와 회전형 치료기 2대까지 총 3대를 가동하면 연간 1000명 이상의 신규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병원측은 기대하고 있다.

회전형 중입자 치료기. 360도 방향에서 빔이 나온다.

전립선암 환자 140명… 성적 우수, 합병증 거의 없어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는 지금까지 약 140명의 전립선암 환자를 치료했다. 총 12회 스케줄로, 한 달 안에 끝마쳤다. 치료 후 암세포의 크기는 크게 감소하고, 전립선 특이항원(PSA) 수치도 크게 떨어진 것을 확인했으며, 장 천공·출혈 같은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일례로 첫 치료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암세포의 크기가 현저하게 감소하고, 전립선 특이항원(PSA) 수치는 7.9ng/㎖에서 0.01ng/㎖ 미만으로 떨어졌다. 환자가 치료기 위에 누워있으면 2분 내외로 에너지빔이 들어가며, 작은 통증 조차 없어 환자 만족도가 높다. 전립선암 초기 환자 뿐만 아니라, 남성호르몬 억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도 호르몬 치료 2~3개월 뒤에 중입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폐암·간암·췌장암에 추가 적용

연세암병원은 내년에 회전형 치료기를 가동하면 폐암, 간암, 췌장암 환자에게도 중입자 치료를 적용할 계획이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이익재 센터장은 "현재 어떤 환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중입자 치료를 적용할 것인지 치료 프로토콜을 만들고 있다"며 "일단 다른 장기에 암 전이가 있는 4기 환자는 제외하고, 암 위치상 수술이 어려운 환자가 대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암만 타깃으로 하고 정상 조직은 거의 손상시키지 않는 중입자 치료 특성상 폐 기능, 간 기능이 떨어진 폐암, 간암 환자에게 유용한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익재 센터장은 "여러 진료과 의료진이 모인 다학제 진료를 통해 중입자 치료가 효과가 있을 만한 환자를 잘 선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폐암 환자 중 폐가 딱딱한 간질성 폐질환을 동반하면 수술이 어렵고,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면 방사선 폐렴 발생의 위험이 커지는데, 이들에게 중입자 치료를 시행하면 폐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국소제어율(치료 받은 부위에 암이 재발하지 않는 확률)'은 높일 수 있다. 간질성 폐질환이 있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중입자 치료를 받았을 때 방사선 폐렴 발생율과 생존율에서 차이가 없었다는 일본 군마대학병원의 연구가 있다.

간암 역시 간경변이 있는 상태라면 간 기능이 떨어져 있어 암 치료가 쉽지 않은데, 암만 타깃으로 사멸시키는 중입자가 효과적일 수 있다. 일본 군마대학병원에서 치료한 간암 환자의 2년 국소제어율은 92.3%에 달했다.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QST) 연구에서는 5년 국소제어율 81%를 기록했다.

악성암인 췌장암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병기가 진행돼 수술이 불가한 췌장암 환자의 경우 항암제와 중입자 치료를 병행했을 때, 2년 국소제어율이 80%까지 향상됐다는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 결과가 있다.

두경부암·골육종, 재발암에도 효과

얼굴 부위에 암이 생겨 수술이 어려운 두경부암에도 중입자 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익재 센터장은 "두경부암 중에서도 점막흑색종 또는 선양낭성암종 등의 경우 수술로 완전 절제가 어려운 경우가 많고 기존의 방사선 치료는 효과가 떨어진다"며 "중입자 치료를 하면 3년 국소제어율과 생존율이 각각 80%, 75%에 달해 기존 치료 방법 대비 치료 성적이 높다"고 했다. 눈에 발생하는 맥락막 흑색종과 같은 난치암에서도 국소제어율이 90%에 달한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이익재 센터장

뼈에 생기는 골육종암은 대표적인 난치암으로 항암치료 중에도 50%는 폐 전이가 발생하고 방사선 치료를 해도 수개월 내에 재발한다. 그런데 중입자 치료를 받은 척추골육종암 환자 48명의 5년 국소제어율이 79%, 5년 생존율이 52%로 기존 치료를 통한 생존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는 결과가 있다. 근육, 신경 등 연부조직에 발생한 골육종암 환자 61명의 3년 국소제어율과 생존율은 각각 84%, 88%에 달했다.

재발암에도 중입자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재발성 직장암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여럿 있다. 이익재 센터장은 골반 안에 깊이 있는 직장암은 재수술이 어렵고, 이미 방사선 치료를 받아 추가 방사선 치료에 반응이 안 좋을 수 있다"며 "중입자가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익재 센터장은 "국내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를 도입한 만큼, 외과 수술이 어려운 암뿐만 아니라 국소적으로 재발한 암 등 난치성암에 계속해서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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