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LG전자 'LG노텔 우선주 감자대금'에 법인세 부과 잘못"
LG전자가 합작 투자로 설립한 LG노텔(현 에릭슨LG)로부터 우선주 감자대금으로 받은 돈을 수입배당금이 아닌 조세회피 목적의 사업양도대금으로 봐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12년 100억대 세금이 부과된 지 11년 만이다.
과세관청은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거래형식을 부인하고 과세할 수 있지만,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법률관계에 경제적 목적과 합리성이 인정되고, 과세관청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형식과는 다른 실질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LG전자가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은 쟁점 금원의 실질이 네트워크 사업양도대금이라는 전제에서 법인세법상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실질과세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LG전자는 캐나다 네트워크 장비업체 노텔네트웍스와 2005년 8월 합작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0월 국내 법인인 LG노텔을 설립했다. 이어 네트워크 사업 부문 전부를 LG노텔에 현물 출자 방식으로 양도하고 3044억원 상당의 대가를 받았다.
이와 별개로 LG전자는 노텔네트웍스와 우선주 약정을 체결하고 2007∼2008년 LG노텔로부터 797억원을 받았다.
LG노텔이 내수매출액 4800억원 이상의 실적을 달성하면 LG전자가 보유한 우선주를 LG노텔에 환매하고, LG노텔은 이에 따른 감자대금을 지급하고 우선주를 소각하기로 한 계약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받은 797억원의 성격을 두고 LG전자와 세무당국의 의견이 갈렸다.
LG전자는 이를 자본감소에 따른 의제배당액으로 봐 '익금불산입'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금불산입이란 내국법인이 출자한 다른 내국법인으로부터 수익배당금을 받을 때 중복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이 중 일부는 회계상 소득금액으로 넣지 않는 것을 말한다.
반면 세무당국은 797억원이 외관만 배당금일 뿐 실질적으로는 네트워크 사업 양도대금이므로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 가산세를 포함해 최종적으로 109억원의 법인세를 LG전자에 부과했다.
LG전자는 익금불산입 규정을 적용해 계산한 정당한 세액은 약 41억원 수준이므로 이를 초과하는 67억7000여만원 상당의 법인세 부과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과세당국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LG전자가 형식적으로만 우선주약정을 체결하고 실질적으로는 사업양도대금으로 797억원을 받았다고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입배당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법원은 "실질적으로 LG전자가 조세회피를 주된 목적으로 네트워크 사업부 사업양도 대금으로 금원을 수령한 것"이라며 세무당국의 법인세 부과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원고 전부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LG전자가 우선주 감자대금으로 받은 797억원은 익금불산입 대상이 되는 수입배당금이 맞는다고 보고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우선주 유상감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사업양도대금에 대한 법인세를 회피하고자 의도적으로 '우선주 유상감자 대금'의 외관을 만들어 내어 797억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텔네트웍스 입장에서 실적을 내기 위해 LG전자의 사업 협력이 필요해 이 같은 우선주 약정을 체결했으며, LG노텔이 상법상 요구되는 절차를 모두 갖춰 767억원을 지급한 점 등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파기환송심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는 등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67억7000여만원의 법인세 부과 처분은 취소될 전망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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