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받는 것, 부담 NO"…보라스 한마디에 '연봉 1480억' 이정후 생각이 달라졌다

유준상 기자 2023. 12. 2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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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유준상 기자) 예상을 뛰어넘는 계약에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에 계약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이야기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을 비롯한 미국 현지 언론은 지난 13일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480억원) 계약에 합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정후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빅리그로 향한 한국인 선수 중에서 역대 최고의 대우를 받게 됐다.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항이 포함됐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양 측은 계약 합의 이후 신체검사를 진행됐고, 샌프란시스코는 이틀 뒤인 15일 이정후의 입단을 공식 발표됐다.

이정후의 입단과 함께 연봉 및 계약금 등에 대한 세부 계약 내용이 공개됐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발표에 따르면, 이정후는 2024년 700만 달러, 2025년 1600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에 2200만 달러, 2028년과 2029년에 205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계약금은 500만 달러다.

덕분에 이정후는 마이클 콘포토와 로건 웹(이상 1800만 달러), 미치 해니거(1450만 달러), 로스 스트리플링(1250만 달러) 등 기존에 있던 선수들을 제치고 단숨에 팀 내 연봉 1위로 올라서게 됐다.

당초 현지 언론이 예상한 이정후의 계약 규모는 1억 달러를 밑돌았다.

지난달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행을 예측한 미국 매체 'CBS스포츠'는 "이정후는 재능 있는 수비수로, 스타들과 계약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자이언츠에 필요한 선수다. 또한 그의 뛰어난 콘택트 능력이 샌프란시스코 홈구장인 오라클파크와 잘 어울릴 것"이라며 "이정후가 6년 총액 9000만 달러(약 1178억원)의 규모와 더불어 4년 차 이후 옵트아웃을 행사할 권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29일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의 칼럼니스트 짐 보든은 "샌프란시스코가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높은 클래스의 FA 선수들을 노릴 것이지만, 가장 유력한 영입 후보는 이정후다. 구단은 시즌 내내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며 4년 6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이정후에게 투자했다. 팬들은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 언론도 이정후의 계약 내용을 연일 집중 조명했다.

일본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 호치'는 13일 "'한국의 이치로'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고 복수의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정후의 아버지는 과거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뛰었던 이종범"이라며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7년 연속 3할 타율을 넘겼고 두 차례 타격왕을 차지했다. '한국의 이치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2019 WBSC 프리미어12, 2012년 도쿄올림픽,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다"고 이정후를 소개했다.

또 다른 일본 매체인 '스포니치 아넥스'는 "이정후가 보스턴 레드삭스의 요시다 마사타카(5년 총액 9000만 달러)보다 더 높은 계약 조건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며 "(요시다의 계약은) 일본프로야구에서 이적한 야수 중 최고액이었다. 이정후는 연봉으로 환산하면 그 이상의 거액 계약을 따냈다"고 주목했다.

누구보다도 놀란 건 선수 본인이었다. 미국에서 첫 제안을 받을 때부터 큰 금액을 듣게 된 이정후로선 발이 풀릴 정도로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정후는 1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1억 달러 넘는 금액을 제안받은 게) 그게 첫 오퍼였다. 자세한 협상 내용은 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어서 밝힐 수 없지만, 샌프란시스코라는 좋은 명문구단에 가게 돼 영광이다. 구단에서 내게 이렇게 투자해주신 만큼 거기에 걸맞는 플레이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이정후는 "많은 구단들이 있었지만, 단장님이 한국에 와주시고 협상하는 데 있어서도 가장 나를 원하는 기분이 들었다. 자세한 건 말씀드리지 못해도 이렇게 역사가 깊은 팀에서 뛰게 돼 너무 영광이라고 생각해서 빨리 결정했던 것 같다"며 구단의 진심에 감사함을 표현했다.

포스팅 개시 이후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빠르게 계약을 체결한 이정후는 "어떻게 보면 (미국에 먼저 진출했던) 선배님들에 비해 일찍 (포스팅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여러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보기도 했다.

많은 금액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정후의 생각이 바뀐 건 '악마의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스캇 보라스이기 때문이다. 보라스는 그동안 자신의 '고객'이 된 선수들에 대해 대형 계약을 따냈고, 그만큼 선수 입장에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에이전트다.

보라스는 한국인 선수들과의 인연이 있는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FA(자유계약) 신분이었던 2000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총액 6500만 달러(약 850억원)에 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추추트레인' 추신수와 텍사스의 7년 1억 3000만 달러(약 1699억원) 계약,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과 다저스의 6년 3600만 달러 계약(약 471억원)도 보라스의 몫이었다. 빅리그 진출 이후 첫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이 2019년 말 4년 8000만 달러(약 1045억원)에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할 때도 보라스의 공이 컸던 게 사실이다.

보라스는 일찌감치 빅리그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이정후에게도 거액을 선물했다. 여기에 말 한마디로 큰 계약 규모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던 이정후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기도 했다.

이정후는 "솔직히 큰 금액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에이전트(스캇 보라스)가 해준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처음에 그런 오퍼를 제시받고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인데, '네가 지금까지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한 것에 대해 보상을 받은 거니까 부담을 느끼지 말라'고 해서 이제는 부담보다 기대가 더 크다"고 전했다.

한편 이정후는 계약과 관련한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자선 기부에 대한 부분을 언급했다. 구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정후는 '자이언츠 커뮤니티 펀드'를 통해 2024년 6만 달러, 2025년 8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에 11만 달러, 2028년과 2029년에 10만 2500달러를 기부할 예정이다.

이정후는 "(계약 내용에 대해) 다 감사하지만, 중간중간에 기부할 수 있는 조항을 넣었다. 미국은 연고지 선수가 잘 되면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게 있다고 했고, 그렇게 할 수 있게 돼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그는 "아직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해서 우승을 가장 하고 싶다. 사실 신인 때 생각해보면 내가 신인왕을 탈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상태로 시즌을 치렀는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고 그때 가서 생각해볼 문제다. 처음부터 목표를 잡진 않을 것 같고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다짐했다.

계약과 신체검사, 입단 기자회견 등을 모두 마무리하고 한국에 들어온 이정후는 당분간 비자 발급 등 미국행 준비와 함께 개인 운동으로 2024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정후는 "비자도 발급받아야 하고 미국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훈련하면서 지낼 생각"이라며 "지난해보다 더 일찍 운동을 시작했다. 10월 20일부터 시작해 운동하고 있었고, 미국에서도 계속 훈련했기 때문에 몸 상태는 좋다. 한국은 좀 춥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정이 나오는 대로 빨리 미국에 들어가 몸을 만들 생각"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진=인천공항,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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