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소리도 시끄럽다는, 공연계의 시대착오적인 엄숙주의 [D:이슈]

박정선 2023. 12. 2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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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뮤지컬계에선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관객들 역시 조용한 공연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최대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등 최소한의 관람 예절을 지켜야 하고, 반대로 관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너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행동을 삼가야 하는 등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무엇보다 이런 논란이 뮤지컬 관람을 위축시킬 수 있다. 때문에 뮤지컬 제작사나 공연장 관계자들이 뮤지컬계의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하고 어떤 방향으로 대처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엄숙주의를 공연계가 자처한 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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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뮤지컬계에선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냉정하게 보면 시스템적인 문제보단, 마케팅적 접근으로만 뮤지컬의 대중화를 외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최근 불거진 뮤지컬 업계의 ‘시체관극’ 논란이 이를 방증한다.

뮤지컬 '리진: 빛의 여인'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시체관극이란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면서 작은 움직임에도 눈치를 주는 관람 문화를 이르는 말로, 사소한 움직임이나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시체’처럼 자세를 유지하고 극을 관람해야 한다는 뜻이다. 콘서트나 영화와 다르게 유독 뮤지컬, 연극, 클래식 등의 일부 공연 장르에만 적용되는 문화다.

최근 시체관극이 논란이 된 건, 이달 초 한 문화전문 기자가 “뮤지컬 ‘리진’을 볼 필요가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리면서다. 충무아트센터를 찾은 기자가 공연 리뷰 작성을 위해 작은 노트를 꺼내자 옆에 앉은 여성이 “메모하실 거냐?”고 묻고 시끄럽다며 행동을 제지했다는 설명이다. 기자는 이 여성이 제작사 직원까지 불렀고 메모를 하면 시끄러우니 자리를 옮기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공연장이 좁아서 노트 필기가 시끄러울 정도의 후진 공연장이라면 비싼 돈 내고 공연을 볼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후 SNS를 통해 이 기사가 공유됐고, 시체관극 문화를 겪어봤다는 경험담이 줄을 이었다. 공론화되진 않았지만 공연시장의 부활과 함께 시체관극 논란은 꾸준히 불거져왔다. 물론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관람 매너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데 뮤지컬 업계에서 유독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두고 뮤지컬 업계의 비정상적인 성장의 그림자라고 평가하는 시선이 짙다.

뮤지컬계는 급성장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보다는 단기 이익에 급급한 면이 있었다. 고가의 티켓으로 공연은 고급재라는 이미지를 입히고, 소비자로부터 고가의 돈을 주고도 만족도가 높은 장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관객들 역시 더 좋은 환경, 타인으로부터 방해받지 않으려는 심리가 당연해진다.

더해 제작사는 소비 권력이 된 일부 관객의 왜곡된 형태를 방치하면서 공연계의 엄숙주의가 일반적인 문화처럼 자리 잡게 된 셈이다. 최근 논란이 된 시체관극 사례에서도 볼 수 있 듯, 제작사는 무리한 클레임을 그대로 받아들여 또 다른 관객인 기자의 자리를 옮기는 조치를 취했다. 결국 공연장 측은 제대로 된 대응 매뉴얼 없이 급급하게 클레임 해결에만 집중했고, 공연계의 엄숙주의를 부추긴 꼴이 됐다.

이런 엄숙주의는 다분히 시대착오적이다. 과거에야 극장을 신성시하고 예술가는 신비로워야 한다는 말이 통용됐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공연장들이 공연이 없을 때도 공연장 로비를 개방하는 등 대중에게 열린 운영, 친근한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여전히 그 잔재로 남은 것이 바로 시체관극 문화라는 해석이다.

이런 논란은 공연계 입장에서도 좋을 것이 없다. 한 공연 관계자는 “관객들 역시 조용한 공연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최대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등 최소한의 관람 예절을 지켜야 하고, 반대로 관람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너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행동을 삼가야 하는 등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무엇보다 이런 논란이 뮤지컬 관람을 위축시킬 수 있다. 때문에 뮤지컬 제작사나 공연장 관계자들이 뮤지컬계의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하고 어떤 방향으로 대처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엄숙주의를 공연계가 자처한 면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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