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 - 수에즈 운하 [글로벌 시황&이슈]
[한국경제TV 김채은 PD]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입니다. 오늘의 키워드는 ‘수에즈 운하’인데요.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글로벌 핵심 교역로로, 전 세계 컨테이너선 물동량의 약 30%, 그리고 원유나 천연가스 등 벌크선 물동량의 10~15%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분쟁 전선이 수에즈 운하까지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오늘 월렛에서는 최근 이 지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짚어보려고 합니다. 최근 한 달 동안 홍해를 지나는 최소 열 척의 배가 후티 반군으로부터 공격 또는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후티 반군은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남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 단체인데요. 이들은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교전이 발생하자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후, 지난달 14일 처음으로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 민간 선박을 표적으로 삼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무인기와 미사일 공격을 지속하고 있는 건데요. 이달 들어선 이스라엘 국적 선박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공격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무차별 공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주 월요일이었던 현지시각 18일,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당국과 관계된 선박 2척에 대한 군사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외에도 현재까지 확인된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달 19일에는 튀르키예를 떠나 수에즈 운하를 거쳐 인도로 향하던 차량 운반용 화물선 ‘갤럭시 리더호’를 나포했고요. 이번 달 들어서는 지난 3일 이스라엘 선박인 ‘유나이티 익스플로러호’와 ‘넘버나인호’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12일에는 노르웨이 선적 유조선 ‘스트린다호’를 공격했고요. 그 다음 날에도 홍콩 국적 화물선 ‘머스크 지브롤터호’를 미사일로 조준했으나 빗나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홍해 지역 무역항로의 안보가 위협 당하자, 미국 정부는 영국, 캐나다, 바레인 등 주요 동맹 10개국이 연합해서 다국적 함대를 창설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현지시각 18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번영 수호자 작전’의 설립을 발표하면서 예멘 후티 반군이 무고한 선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현지시각 19일, 후티 반군의 대변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스라엘 관련 선박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위협을 느껴온 글로벌 해운사와 에너지 업계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인 홍해-수에즈 운하-지중해를 연결하는 루트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를 통하지 않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멀리 돌아가는 우회로를 택하고 있는 건데요.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지난 15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할 예정인 모든 선박에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운항을 일시 중단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고요. 이어서 독일의 하파그로이드, 한국의 HMM, 영국의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BP도 후티의 공격 이후 홍해를 통과하는 모든 운항을 일시 중단했습니다. 수에즈운하관리청에 따르면, 후티 반군의 공격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희망봉으로 우회한 선박은 55척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이렇게 대체 항로를 택하면서 운임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졌다는 겁니다. 수에즈 운하가 아닌 희망봉을 돌게 되면 6500km를 더 항해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운송 시간도 최소 일주일 이상 더 걸리게 됩니다. 이에 따라 해상 운임 기준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 15일 기준으로 1093.52로 전주에 비해 61.31포인트 오르면서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대체 항로를 택하지 않고 홍해 항로를 그대로 이용하는 해운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요. 보험료 부담 때문입니다. 독일의 하파크로이트는 이스라엘을 오가는 모든 화물에 최대 80 달러의 ‘전쟁 위험 할증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른바 ‘반군 리스크’가 커지면서 다국적 해양 보험사들은 최근 홍해의 지역 위험도를 더 높게 평가하고 비싼 보험료를 매기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수에즈 운하와 양대 운하로 꼽히는 파나마 운하도 가뭄으로 인해 물을 끌어올릴 수 없어서 선박들의 정상적인 운항이 어려운 상태인데요.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12월 첫 주 기준으로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 선박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척 줄어든 167척에 불과했습니다. 전 세계 물류 업계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는 평가도 나왔는데요. 마르코 포지오네 수출 국제무역협회 사무총장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제때 도착하지 못하는 물품이 있을 것”이라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내년까지 공급망 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한 원유 수송 차질 전망에 국제 유가도 오름세를 보였는데요. 특히, 홍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요성이 더 커진 상태입니다. 블룸버그가 분석한 유조선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홍해를 지나는 석유 수송량은 일일 380만 배럴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에 비해 1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에즈 운하 항로의 위험성 마저 부각되자 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12일 바닥을 찍고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도 살펴보면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대니얼 하리드 수석 분석가는 “이번 마비 사태가 며칠 이상 지속된다면 해상 운임 상승으로, 컨테이너선 선사와 벌크선사의 신용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동시에 공급망의 추가적인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고요. 뉴엣지 웰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벤 엘몬스는 “브렌트유는 이러한 혼란에 특히 민감하고, 커피나 대두, 니켈 및 팜유와 같은 다른 상품에도 파급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골드만 삭스는 전반적인 영향이 제한적일 거라며 우려를 일축시키기도 했는데요. “선박들이 항로를 재설정한 점은 생산량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번 혼란이 원유나 LNG 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월렛에서는 수에즈 운하 인근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워낙 이 운하를 통과하는 물동량의 규모가 큰 지라 유가 상승과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후티 반군의 공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연 국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
김채은 PD c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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