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날렸다? '가짜 의사'가 홍보한 SNS 상품 [김수진의 5분 건강투자]
[한국경제TV 김수진 기자]
"먹으면 살이 빠진다", 솔깃한 문장이다. 먹고 남은 열량(칼로리,kcal)은 살이 되는데, 먹으면 오히려 빠진다는 점에서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건강기능식품인 T사의 P제품을 고발한 바 있다. 해당 제품이 유튜브 광고 등을 통해 의사와 약사가 아닌 배우를 '가정의학과 교수' '서울 S약국 약사'등으로 소개해 제품을 광고했다는 것이다. 또 '두 시간 내내 뛰면 900kcal가 소모되는데, 이 한 알에 다 들어가 있다', '떡볶이 60인분이 내 몸에서 삭제된다'등 자기 전 1알만 섭취하면 900kcal가 빠진다는 내용의 홍보 문구를 지속적으로 사용했다는 내용도 문제를 삼았다. 의협 관계자는 "배우에게 가운까지 입혀가며 의사와 약사를 사칭한 행위이며, 질병 예방·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허위·과대광고"라고 밝혔다. T사는 자신들을 '미디어 커머스 기업'이라고 소개한다.
●2023년 급증한 건기식 과대광고…적발 3배 이상
최근 유튜브와 SNS에서는 일부 건강기능식품의 허위·과대광고 의심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OO으로 미리 관리하셈 구내염, 만성피로, 감기, 조울·우울증 관리 한방에 가능', '약사입니다. 다이어트 하실 분은 OO 사가세요'…수법부터 타깃 질환까지 가지가지다.
이런 업체들은 소문만 잘 타면 단기간에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과장 광고에 SNS 마케팅 등으로 소비자에게 접근, 고수익을 올린 뒤 브랜드 이름이나 업종을 바꾸면 그만이다. '효과가 없고 돈만 날렸다'는 소비자만 남는다.
건기식 허위·과대광고는 점점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튜브나 SNS 등 온라인에서 허위·과대광고 식·의약품을 적발하는 사이버조사단을 운영한다. 식약처가 제공한 관련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적발은 총 414건이었지만 2023년에는 상반기까지의 집계만 확인했는데도 1,235건이었다. 식품 등을 포함하면 적발건수는 훨씬 많다.
식약처 관계자는 "온라인 모니터링에서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홈페이지 접속 차단 요청을, 지자체에서 판매업을 가진 영업자라면 지자체에 행정처분 요청을 한다"며 "사회적으로 관심이 늘어난 제품들에 대해서도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있고, 추가적으로 점검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처가 밝힌 부당광고 행정처분은 영업정지 2달 가량이다.
●반복된 과대 광고 노출, '세뇌' 노린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는 "특정 건강기능식품만 먹으면 의약품 이상의 효과를 볼 것처럼, 혹은 만병통치약처럼 과장하는 경우가 많이 보이는데 그럴 상황이면 진작 의약품으로 개발됐다"며 "의약품은 효과 인정을 위해 무척 까다로운 임상을 거치는데 건강기능식품 임상은 그렇지가 않고, 제철식품에 비타민이 많아서 몸에 좋아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식약처가 인정하는 건강기능식품 원료 정보를 살펴보면 '~에 도움을 줄 수 있음(May help~)'이란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이다. 100%가 아니라, 애초에 미미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논문에 따라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거나, 간 등 특정 장기에 손상을 준다는 보고가 있는 원료도 있다.
의학적으로 의문이 드는 홍보 문구도 많다. 예를 들어 '자기 전 1알 먹으면 900kcal 칼로리가 소모된다'는 문구를 살펴보자.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의는 "수면시 누구나 칼로리를 소모하는데, 몸에서 기초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소모"라며 "운동선수 수준이라면 900kcal는 될 거고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300~500kcal는 기본으로 소모한다"고 말했다. 김의연 홍보이사는 "기본 소모 이외에 건기식을 먹어서 추가로 900kcal 수준으로 소모되면 임상으로 입증해야 하는 수준"이라며 "실제로 소모된다 해도 기저질환이 있거나 중장년층 이상에게는 몸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안전성에 대한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광고 문구가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신과 전문의 의견이다.
김진세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거짓된 정보라도 반복해서 노출되면 '정말일까' 하는 마음이 들 수 있는데,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의심의 역치가 낮아지는 일종의 세뇌과정"이라며 "그 외에도 '한 번에 쉽게 살을 뺄 수 있다는게 진짜라면 좋겠다'는 소망 때문에 구매하는 심리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특정 건강기능식품이 질병을 낫게 해 준다거나, 의약품 수준 이상의 극적인 효과를 낸다는 광고를 접하면 의심해 보는 게 좋다. 그러나 우후죽순 늘어나는 유튜브·SNS 허위·과대광고를 소비자가 모두 구분하기는 어렵다. 업계의 자정 노력과, 정부의 촘촘한 '골라내기'가 필요한 때다.
김수진기자 sjpe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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