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시선] 5년간 프로 배출 단 1명, '이영민 타격상' 권위 이대로 괜찮을까
윤승재 2023. 12. 20. 07:34
고등학교 최고 타자를 뽑는 '이영민 타격상'은 1958년부터 올해까지 66년간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주최한 고교야구 주말리그 및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15경기·60타석 이상 선 타자 중 '최고 타율'을 올린 선수에게 주어진다.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 중 리그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타자는 최정(2004·SSG 랜더스)과 김현수(2005·LG 트윈스) 박민우(2011·NC 다이노스) 김혜성(2016·키움 히어로즈) 등이다. 아마추어 무대에 이어 프로에서도 권위에 걸맞은 활약을 이어간 셈이다.
2023년 이영민 타격상은 도개고 3학년 박지완에게 돌아갔다. 박지완은 올 시즌 고교야구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545(55타수 30안타)를 기록했다.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경상권B) 6경기에서 타율 0.619(21타수 13안타), 같은 권역에서 치른 후반기 6경기에서 타율 0.545(22타수 12안타)의 좋은 타격감을 선보이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박지완은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1·2학년 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3학년 때 좋은 타격 성적을 냈지만 프로 구단의 관심을 받기엔 너무 늦었다. 최고 권위의 상은 받았지만 프로에 지명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최근 5년간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 중 프로에 입성한 선수는 단 한 명.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김민석(휘문고)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마했다.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한 '고등학교 최고의 타자'. 최고 권위의 타자상에 어울리는 결과는 분명 아니다.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가 프로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다는 일종의 저주가 있긴 했지만, 프로 지명조차 받지 못한 건 큰 위기다. 그만큼 권위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
이참에 이영민 타격상의 선정 기준을 바꿔보는 것 어떨까. 최고 타율을 기록한 타자들에게 주는 상이지만, 단순 타율로 계산하는 만큼 콘택트 위주나 빠른 주루로 내야 안타가 많은 선수에게 더 유리한 기록이기도 하다. 또 지역별로 진행되는 고교리그 특성상 권역별 수준 편차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최고의 타자'를 판단하기엔 한 해 경기 수 자체가 적은 것도 문제다.
타율이 타자 최고의 덕목이었던 옛날과는 달리, 현재는 타격지표가 이전보다 더 전문화·세분화 돼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가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지표가 됐고, 리그 득점 환경을 고려한 '조정득점생산력(wRC+)'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다양한 세이버매트릭스 지표가 나오는 가운데, 타율을 최고 지표로 삼아 최고 타자상을 주기엔 다소 편협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상인 만큼 권위가 중요하다.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수상자 선정이 필요하다. 그동안 수상자들의 성적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보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시대가 변한만큼 더 엄격하고 세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대하는 권위가 살아날 것이다.
스포츠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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