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무너졌다…‘김은지 시대’ 개막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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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는 제국,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왕국을 건설했던 최정 9단이 무너졌다.
'천재소녀' 김은지 8단이 '바둑여제' 최정 9단을 꺾고 제7기 해성 여자기성전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김은지 9단은 올해 7월 여자바둑리그에서 처음으로 최정 9단에게 1패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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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 여자기성전 우승한 김은지, 9단 등극
역대 최연소, 최단 기간 ‘입신’ 오르며 김은지 시대 열어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왕국을 건설했던 최정 9단이 무너졌다. 적수가 없으리라 여겼던 최 9단도 장강의 앞물결이 뒷물결에 의해 밀려나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천재소녀’ 김은지 8단이 ‘바둑여제’ 최정 9단을 꺾고 제7기 해성 여자기성전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김은지 8단은 한국기원 승단 규정에 의해 9단에 등극하며 역대 최연소, 최단 기간 9단 승단 기록도 남겼다.
19일 밤 늦게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막을 내린 여자기성전 결승 최종 3국에서 김은지 8단은 최정 9단을 상대로 3시간 10분이 넘는 혈투 끝에 250수 끝 백 불계승으로 항서를 받아냈다.
결승 3국은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며 혼전에 휩싸인 한 판이었다. 전성기 때 승부처에서 강했던 최정 9단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고, 시종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 김은지 8단은 차분하고 냉정한 마무리 수순을 이어갔다. 결국 최정 9단은 돌을 던지며 괴로워했고, 종국 후 복기 단계에선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지난 12일 열린 결승 1국을 내준 김은지 8단은 불리한 상태로 결승 3번기 승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18일 열린 결승 2국에서 김은지 8단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백으로 2집반 승리,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바둑여제 최정 9단을 상대로 한 번도 우세를 놓치지 않은, 그야말로 완승이었다.
우승 확정 후 입신에 등극한 김은지 9단은 “이번엔 그냥 뭔가 기운이 좀 좋았던 것 같다. 방금 둔 3국에서도 제가 좀 위험한 순간이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이겨서 기쁘다”며 “최정 사범님한테 이겨 우승을 했다는 것은 정말 기쁘지만 그래도 앞으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자기성전 타이틀 획득에 성공한 김은지 9단은 2020년 1월 10일 입단한 신예 기사다. 2007년 5월 27일생인 김은지 9단은 종전 한우진 9단의 최단기간 9단 승단 기록보다 6개월 빠른 3년 11개월로 최단 기간 입신 등극 기록을 세웠다. 또한 17세 11개월에 입신에 오른 박정환 9단보다 17개월 빠른 16세 6개월에 9단에 오르며 최연소 9단 기록도 동시에 갖게 됐다.
한편 두 기사의 상대전적은 김은지 9단 기준으로 3승 13패로, 세계 여자 바둑 최강자 최정 9단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었다. 다만 최근 김은지 9단이 무서운 상승세였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조차 이번 여자기성전 결승 승자를 쉽게 예측하지 못했다.
김은지 9단은 올해 7월 여자바둑리그에서 처음으로 최정 9단에게 1패를 안겼다. 이후 8월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결승 1국에서 승리를 거두며 새로운 여제 탄생 조짐을 보였으나, 결승 2국에서 아쉬운 ‘반집’ 패배 이후 최종 3국마저 내주며 주저 앉았다. 하지만 당시 김은지 9단의 선전은 최정 9단의 시대를 끝내고 새 시대를 열 강자의 등장으로 바둑팬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8월 31일 4년 만에 대면 개막식을 갖고 대회 출발을 알렸던 제7기 해성 여자기성전은 이남경, 이서영 등 아마추어 선수 4명과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46명이 함께하는 통합예선을 통해 16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렸다.
국내 여자 개인전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해성 여자기성전은 해성그룹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한다. 각자 1시간, 40초 초읽기 3회로 진행하는 제7기 해성 여자기성전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2000만원이며, 시상식은 2024년 1월 19일 개최될 에정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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