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보실에 경제안보 3차장 신설…'중국통' 왕윤종 내정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국정원장 후보자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조태열 전 주 유엔 대사를 지명했다. 〈중앙선데이 2일자 1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조태용 후보자는 외교부 1차관과 국가안보실 1차장, 주미대사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외교 안보 분야 전략가”라며 “대미 관계와 대북, 안보 문제에 모두 정통하고 경륜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빈틈없는 안보 태세를 구축했는데, 국정원장으로서도 안보와 정보 역량을 한 단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조태용 후보자는 “국정원은 정확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 대한민국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며 “온 구성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세계 어느 정보기관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 초일류 정보기관이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외시 14회로 외교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조태용 후보자는 북핵외교기획단장과 북미국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안보실 1차장을 지낸 뒤 2020년 21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윤 대통령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으나, 오직 실력으로 초대 주미 대사로 발탁됐다. 올해 3월 김성한 전 안보실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그 다음날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안보실장에 임명됐다.
조태열 후보자에 대해 김 실장은 “통상교섭조정관과 주 제네바 대표부 차석대사, 주 스페인 대사 등을 지내 양자 및 다자 경험이 풍부하고 특히, 경제 통상 분야에 해박하다”며 “경제와 안보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국제환경 속에서 후보자의 경제통상 전문성과 외교 감각은 다양한 외교 현안을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조태열 후보자는 “미ㆍ중 전략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질서가 요동치면서 안보와 경제의 경계까지 허물어지는 대변환 시대에 후보자로 지명돼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중압감을 느낀다”며 “우리 외교의 입지와 전략적 공간, 활동 영역을 넓혀 국가 안보와 번영의 토대를 튼튼히 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앙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조태열 후보자도 외시 13회의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주로 통상과 다자 분야에서 활동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부 2차관을 거쳐 주 유엔 대사를 맡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사의를 표명했으나 유임돼 3년간 대사직을 역임했다. 시 ‘승무(僧舞)’로 유명한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아들이다.
대통령실은 안보실 산하에 경제안보를 전담하는 3차장직을 새로 만든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외교와 경제의 경계가 무너지고, 과거 자유무역주의에서 평온하던 국제경제 질서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공급망도 중요한 상황에서 사령탑 역할을 맡을 3차장을 신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3차장에는 왕윤종 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이 내정됐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때 신설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경제안보비서관을 맡고 있는 왕 비서관은 대통령실과 백악관을 잇는 경제안보 채널을 구축하고, 한ㆍ미ㆍ일 경제안보 대화의 수석대표를 맡으며 공급망 외교에 힘을 실어왔다. 왕 비서관은 그간 “예기치 못한 공급망 교란에 대비해 신뢰에 기반한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며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ㆍ동맹국 공급망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와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학계에 있을 땐 중국통으로 통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 발탁으로 공석이 된 안보실 통일비서관에는 이인배 국립통일교육원장이 내정돼 지난주 초부터 출근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안보수석실에서 근무하며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도 인연이 있다.
이날 조태용 후보자의 후임 안보실장은 발표되지 않았다. 장호진 현 외교부 1차관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데, 이날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검증을 포함해 여러 가지 볼 게 많아 준비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조태용 후보자가 당분간 안보실장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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