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황정민이 압박하던 그곳…실제 전두환 별장이었다 [GO로케]
‘서울의 봄’이 문화계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18일까지 누적 908만명이 다녀가 천만 고지를 눈앞에 뒀다. 영화 흥행과 함께 실제 ‘12‧12 군사반란’ 사건과 인물이 재조명되고, 관련 책도 역주행하는 분위기다.
영화를 봤다면 흥미롭게 둘러볼 만한 촬영지도 있다. ‘대통령 별장’으로 유명한 충북 청주의 청남대다. 역대 대통령이 휴가철 침실‧서재‧회의실‧접견실 등으로 쓰던 청남대 본관이 영화에 여러 차례 등장한다. 전두광(황정민) 일당이 최한규(정동환) 대통령을 압박하던 장면은 본관 ‘대통령 거실’에서 촬영했다. 정상호(이성민) 대장이 “전두광 자식 이대로 두면 안된다”고 오국상(김의성) 국방부 장관을 설득하던 국무회의실 풍경도 청남대다. 본관 정문은 영화 초반 전두광 일당과 헌병대가 철문을 사이에 두고 육탄전을 벌이던 장소로 등장했다. 촬영지 모두 일반에 공개된 장소여서 누구나 가볼 수 있다.
청남대에는 낡은 소파와 벽난로, 브라운관 TV, 노래방 기계 등 역대 대통령이 쓰던 가구‧가전이 그대로 남아있다. 권력의 공간이라는 특수성, 특유의 고상한 분위기 덕에 영화에도 여러 번 등장했다. 1987년 6월 민주 항쟁을 다룬 ‘1987’을 비롯해 ‘효자동 이발사’ ‘나의 독재자’ 등이다. ‘서울의 봄’ 이용수 프로듀서도 “실제 대통령이 머물던 당시의 분위기가 남아 있어, 그 시대를 리얼하게 재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983년 건립한 청남대는 영화의 모티브가 된 전두환과도 인연이 남다르다. 애초 그를 위해 지어진 ‘전두환 전용 별장’이었기 때문이다. 5공 당시 전두환과 그의 일가가 휴가를 즐기는 모습의 사진이 지금도 청남대 곳곳에 남아 있다. 대통령 기념관(옛 경호동)에는 전용 보트였던 ‘영춘호’를 비롯해 운동화, 테니스 라켓, 당구 큐 등 그의 손을 거쳐 간 물건이 다수 전시돼 있다.
전두환에 대한 역사의 평가가 달라지면서 청남대의 풍경도 바뀌었다. 본관 뒤편에서 시작해 대청호반을 끼고 도는 1.5㎞ 길이의 산책로는 과거 ‘전두환 대통령길’로 불렸으나, 2년 전 ‘오각정길’로 개명했다. 특히 동상은 목 부위가 줄 톱으로 훼손되는 등 수모가 많았다. 본래 2개의 동상이 있었으나 하나는 철거되고, 하나는 별관 뒤편의 오솔길로 자리를 옮겼다. 동상 옆에는 ‘군사반란을 주도하여 권력 장악’ ‘‘서울의봄’을 짓밟고 비상계엄 전국 확대’ 등의 과오가 적힌 안내판도 생겼다. 바로 뒤편으로 동상이 하나 더 뒤따르는데, ‘50년 단짝’ 노태우의 동상이다.
역대 대통령이 휴가를 즐겼던 청남대는 2003년 4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국민의 품으로 돌아갔다. 개방 20년간 1300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지난 4월부터는 1박 2일짜리체험 프로그램도 생겼다. 5‧6공 시절 장관급 수석이 머물던 객실, 대통령의 일가친척이 머물던 객실, 경호원 객실 등에서 하룻밤에 머물며 청남대에 깃든 역사를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경쟁은 퍽 치열하다. 김찬중 운영팀장은 “객실이 많지 않아 사연을 공모해 체험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일찍이 12월 분까지 예약이 끝났다”고 말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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