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 목표의 반도 못 채웠다…보조금 남아도 사업 종료
해마다 급성장하던 전기차 보급에 제동이 걸렸다.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올해 전기차 보조금 사업을 종료한 가운데 전기 승용차 보급대수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의 ‘2023년도 전기차 보급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기 승용차 보급대수는 11월 말 기준으로 10만 4854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11만 6433대)보다 1만 대 이상 줄었다. 당초 정부가 올해 보급 목표로 내걸었던 21만 5000대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예상보다 전기차를 찾는 수요가 줄면서 상당수의 지자체들이 보조금이 남았는데도 사업을 종료했다. 서울의 경우 4000대 이상의 전기 승용차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예산이 남았지만 15일부터 보조금 접수를 중단했다. 인천과 대전 등 다른 지자체들도 보조금을 소진하지 못했다. 연말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보급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전기차는 2012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 등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해왔다. 지난해 말에는 누적 보급대수 40만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s)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보조금은 줄어드는데 여전히 비싼 전기차
류필무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은 “소비자층이 얼리어답터(최신 기기를 일찍 사용하는 사람)에서 대중화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에) 진통을 겪고 있다”며 “보조금도 가격을 일부 낮춰주는 효과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기차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기 충전 요금이 꾸준히 오르는 등 유지비 절감 혜택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보조금 공백이 만든 겨울 혹한기
겨울철만 되면 전기차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는 것도 악영향을 미친다. 보통 12월 초·중순이 되면 지자체들은 전기차 보조금 사업을 종료한다. 그리고는 이듬해에 정부의 보조금 지침이 확정되고 국고보조금 예산이 지자체별로 배분되면 다시 보조금 접수를 시작한다. 올해의 경우 2월 중·하순이 돼서야 보조금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결국 보조금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달 이상의 공백이 발생하는 셈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백) 기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러려면 우선 정부에서 보조금 방향이나 금액 등의 지침을 빨리 정해서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겨울철 낮은 기온으로 인해 전비(電費)가 떨어지면서 주행 거리가 줄어드는 점, 화재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히 전기차 구매를 꺼리게 한다.
급증한 전기 화물차에 충전 전쟁
실제로 올해 전기 화물차와 승합차는 전기 승용차와 달리 높은 인기를 끌었다. 전기 화물차는 당초 목표(5000대)의 8배가 넘는 4만 2921대를 보급했고, 승합차도 목표(3000대)의 7배인 2151대가 팔렸다. 최대 2000만 원이 넘는 높은 보조금 혜택이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전기화물차의 경우 보조금이 차량 가격의 최대 절반에 이르고 승용차의 두 배가 넘는다”며 “친환경차 전환의 속도를 높이려면 보조금 제도의 불균형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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