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철강사 갑질에… 망간합금철 4개사 ‘울며 겨자먹기식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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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망간합금철 구매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업체 4곳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사의 비정상적인 원료 구매 행태가 드러났다.
공정위 조사결과, 망간합금철 4사는 2009년 12월~2019년 6월 국내 10개 철강사가 실시한 165회의 구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투찰 가격, 거래 물량 등을 합의했다.
포스코는 "공정한 방식을 통해 입찰과 계약을 진행했다"면서 "이번 국내 망간합금철 제조사 담합으로 매우 유감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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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선 구매제품 가격·물량 결정
공정위, ‘생존형 담합’ 과징금 낮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망간합금철 구매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업체 4곳을 제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사의 비정상적인 원료 구매 행태가 드러났다. 대형 철강사들은 통상적인 입찰 문법과 거리가 먼 방식으로 계약 가격과 물량 결정 전반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공정위에서조차 “무늬만 입찰 같다”, “구매 카르텔 아니냐”며 이들 업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19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망간합금철 생산 기업 4곳의 담합 행위에 대한 최종 과징금 부과율을 애초 심사보고서 조치 의견에서 제시했던 관련 매출액 대비 7%보다 크게 낮춘 2%로 확정했다. 발주처, 특히 포스코의 구매 입찰 방식이 비정상적인 점을 고려한 조치다.
공정위 조사결과, 망간합금철 4사는 2009년 12월~2019년 6월 국내 10개 철강사가 실시한 165회의 구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투찰 가격, 거래 물량 등을 합의했다. 망간합금철은 철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철강을 생산할 때 투입하는 필수 소재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13일 DB메탈, 심팩, 동일산업, 태경산업 등 4개 회사에 과징금 305억3700만원을 부과했다. 당초 공정위는 1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려했지만, 이들 기업이 ‘생존형 담합’인 점을 감안해 과징금을 대폭 경감해줬다.
실제 국내 철강사들은 망간합금철 제조 업계의 이익을 과도하게 훼손하는 방식으로 구매 입찰을 진행했다. 업계 1위 포스코는 겉으로는 공개 입찰의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구매할 제품의 가격과 물량을 ‘뒤에서’ 결정했다. 일반적인 구매 입찰은 낙찰 가격이 정해지면 그게 곧 계약 가격이 된다. 하지만 포스코는 낙찰 이후 제조사와의 개별 협의를 통해 최종 계약 가격을 최저 입찰가보다 낮추는 작업을 수행했다. 낙찰자와 발주사 간 추가 협상으로 계약 내용을 확정한 것이다. 추가 협상은 보통 2~3회 이뤄졌다. 포스코는 목표로 하는 구매 가격을 입찰에 참여한 제조사 측에 역으로 제안(카운터 오퍼)하기도 했다. 담합에 적발된 4사 중 한 곳 관계자는 “포스코의 역제안 가격은 제조사들이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털어놨다.
다른 철강사들은 ‘맏형’ 포스코의 잘못된 관행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포스코의 계약 단가를 기준으로 현대제철, 동국제강, 중소 제강사 등 규모 순으로 망간합금철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현대제철의 2014년 계약 단가는 포스코 계약 단가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특정 품목은 약 1달러 차이에 불과했다. 공정위도 중소 제강사의 계약 단가가 포스코, 현대제철의 계약 단가를 추종한 점을 인정했다.
고질적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대형 철강사 ‘갑질’의 토대가 됐다. 2008년 금융위기로 망간합금철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적으로 공급사가 늘었다. 포스코가 2009년 자회사 포스코하이메탈을 설립해 망간합금철 사업에 뛰어들면서 국내시장도 공급과잉 상태가 됐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2015년 망간합금철 사업을 구조조정 대상 산업으로 선정했다. 국내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협상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포스코는 공정위 의결 이후 담합 4사에 “과징금의 약 50%를 포스코 피해 금액으로 추산한다”며 손해배상을 별도로 청구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꼴”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공정한 방식을 통해 입찰과 계약을 진행했다”면서 “이번 국내 망간합금철 제조사 담합으로 매우 유감스러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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