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다시 생각해보는 시진핑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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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중국 베이징에 부임했을 때 시진핑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은 한·중 관계 최대 이슈였다.
또 지난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서도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방한 자체가 중국 정부 쪽에 이제부터 한국과 잘해보자는 신호를 줘 교류의 물꼬가 트일 수는 있겠지만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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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중국 베이징에 부임했을 때 시진핑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은 한·중 관계 최대 이슈였다. 당시 정부는 관련 질문이 나올 때마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조기 방한을 성사시킬 것”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코로나만 아니면 당장에라도 올 것 같은 뉘앙스였다.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시진핑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대면 회담에서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서도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다만 시진핑의 이 발언들은 중국 발표문에는 없었다. 아직 의향이 없고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가 올해 1월 철통같았던 코로나 방역을 전면 해제한 뒤 시진핑이 방문한 나라는 러시아(3월 정상회담), 남아프리카공화국(8월 브릭스 정상회의), 미국(11월 정상회담 및 APEC 정상회의), 베트남(12월 정상회담) 네 곳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유지됐던 지난해 이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9월), 인도네시아(11월), 사우디아라비아(12월)에 간 것을 보면 애초에 코로나 상황은 해외 순방의 주된 변수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카자흐스탄은 시진핑이 2013년 일대일로 구상을 처음 밝혔던 곳이고 우즈베키스탄에선 중국 도시 이름을 딴 첫 국제기구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인도네시아에선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했고 사우디에선 중국·아랍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시진핑 집권 3기 중국 외교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동선이다.
시진핑이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한 건 2014년 7월이다. 이후 박근혜·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양자와 다자 행사 참석을 계기로 모두 다섯 번 중국에 갔지만, 지금까지 답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의 꽃이라는 정상외교가 상호주의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굴욕까지는 아니어도 불균형하고 무안한 일인 건 분명하다. 내년 초에 한·일·중 정상회의를 열고 그 여세를 몰아 시진핑 방한을 성사시키려던 현 정부 구상도 물 건너간 분위기다. 지난달 부산에서 4년3개월 만에 3국 외교부 장관 회담이 열렸지만, 정상회의 개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시진핑이 한국에 온다고 사상 최악이라는 한·중 관계가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는 없다. 방한 자체가 중국 정부 쪽에 이제부터 한국과 잘해보자는 신호를 줘 교류의 물꼬가 트일 수는 있겠지만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한·미의 핵 밀착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성급하게 방한을 추진할 이유도 없다. 중국이 내미는 방한 카드를 잡으려 한한령 해제, 탈북자 강제 북송 같은 민감한 현안을 피하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한다.
외교·안보 진용이 새로 꾸려진 참에 중국 외교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도 냉철하게 돌아봤으면 한다. 중국은 한국을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고 하는데 과연 그에 맞는 대우를 하고 있는가. 현 정부는 대중 굴종 외교 대신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당당한 외교를 내세웠는데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시진핑 방한을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 한·중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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