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사랑 나누자’ 그 마음으로 직원들과 지구촌 봉사 참여하죠”

박용미 2023. 12. 2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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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첫 지역후원회 조직한 구정모 대구백화점 회장의 지구촌 이웃 사랑 32년
구정모 대구백화점 회장이 19일 대구 중구 백화점 회장실에서 30년 넘게 월드비전과 함께 이어온 나눔 사역을 설명하고 있다. 구 회장 뒤편에는 아프리카 월드비전 직원들이 선물한 십자가가 걸려 있고 아래에는 큰 성경책이 펼쳐져 있다.


2024년 창립 80주년을 맞는 대구백화점은 대구 시민들의 오래된 ‘만남의 장소’이자 향토 기업의 명맥을 이어온 지역의 자랑거리다. 구정모(70·대구 수산교회 장로) 대구백화점 회장은 백화점 운영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했고 기업인으로서 나눔과 봉사의 역할도 이어왔다.

구 회장은 30년 넘게 한국월드비전(회장 조명환)과 동행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 활동을 펼쳤을 뿐 아니라 월드비전 최초로 ‘지역후원회’ 개념을 도입해 대구후원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구 회장을 19일 대구 중구 백화점 회장실에서 만나 전 세계 소외 이웃을 향한 그의 발걸음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1992년부터 월드비전과 함께 소외 이웃을 위한 나눔을 시작했다. 처음 월드비전과 함께하게 된 계기는.

“한국청년회의소 모임에서 당시 월드비전 대구지부장을 만나게 됐다. 월드비전에 대해 이름만 들었지 어떤 사역을 하는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던 때였다. 그런데 월드비전이 전 세계 어린이들을 섬기는 사역을 하고 있다고 해서 관심이 갔다. 나는 선친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고 재정적 어려움 없이 살아온 사람인데 내가 받은 만큼의 사랑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후 월드비전의 많은 사업에 꾸준히 함께하려고 노력했다. 아프리카에 학교를 세우는 일이나 월드비전이 운영하는 복지관에 차량을 기부하고 직원들과 봉사활동을 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직접 아프리카를 방문해 아이들을 만난 적도 있다고 들었다.

“아프리카 케냐 사업장을 찾아갔는데 이런 광야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나 싶었다. 현지인들이 쓰러져가는 집안에서 닭 염소 등을 키우면서 생활하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도 먼 곳에서 온 우리를 환대해준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케냐로 출발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풍선아트를 해주면 좋아할 것 같아 풍선으로 강아지나 꽃 등을 만드는 것을 열심히 연습하고 갔다. 아이들이 난생처음 풍선을 보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행복해졌다.

한국에 돌아와서 이 아이들을 더 적극적으로 도와줄 방법을 모색하다가 월드비전 대구후원회를 조직했다. 내가 회원들도 모으고 회장도 맡으면서 후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함께 머리를 맞댔다. 그 후 월드비전 지역후원회가 전국 곳곳에 생겨났다고 들었다.”

-자녀와 직원들에게도 나눔 사역을 강조하고 있다. ‘나눔의 명문 가문’ ‘사랑을 실천하는 기업’을 만들어가는 셈이다.

“내가 아프리카에 다녀온 뒤 세 자녀에게도 아프리카 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자녀들도 큰 고생 없이 살아왔는데 나눔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억지로 강요하는 게 아니라 직접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덕인지 자녀들도 기부와 나눔 사역에 열심이다. 또 코로나19 전까지는 매년 우수 직원 2명을 뽑아 아프리카에 보냈다. 다녀온 직원들이 현장을 방문한 소감들을 다른 직원들과 나누면서 서로 격려하고 또 열심히 나눔에 참여했다. 아프리카에 서로 가고 싶어 해서 일도 더 열심히 하더라.”

-기독교인으로서, 또 지역을 이끄는 리더로서 ‘나눔’의 중요성과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하나님의 자녀로서 그 사랑을 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 명의 기업인으로서 내가 도움이 된다면 감사한 일이다. 지인을 소개해주는 일이나 내가 한 마디라도 거들어서 작은 영향력이라도 끼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시간을 내서 나간다. 월드비전 이사로 있을 때는 호텔에서 조찬을 먹으며 회의하는 문화를 없애기도 했다. 섬기기 위해 모인 이사들이 비싼 밥 먹으며 설렁설렁 회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이사들이 월드비전 본사에서 도시락 먹으며 회의한다.”

구 회장(뒷줄 왼쪽 다섯 번째)을 비롯한 월드비전 대구후원회가 2015년 베트남 호아방을 방문해 유치원에 식수 탱크를 설치하고 현판을 전달하는 모습. 월드비전 제공


-한국사회 리더들이 모인 캐피탈위원회의 위원으로 지난 4월 위촉됐다. 이를 통해 월드비전과 새로운 동역을 하게 될 텐데.

“월드비전에 또 코가 꿰였다(웃음). 캐피탈위원회는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리더 및 사업가들과 함께하는 자리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모두 한마음이 돼 식수위생과 기후위기 등 세계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 기업인들이 ‘오너십’을 가지고 사회 공헌에 책임감을 느끼게 되면 직원들을 독려해 나가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남은 비전이 있다면.

“돌아가신 어머니의 소원이 ‘주일에 문 닫는 백화점’을 만드는 거였는데 아직 이뤄드리지 못했다. 주일에 출근할 수밖에 없는 직원들을 위해 사내에 목사님 두 분을 초빙하고 예배드릴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언젠가는 주일을 온전히 주님께 드리고 예배할 수 있는 날이 오도록 기도하며 준비할 것이다.”

대구=글·사진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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