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학의 경영산책] 대기오염은 야구 심판의 볼 판정마저 흐린다

2023. 12. 2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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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학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

겨울부터 봄 사이 북서풍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황사와 미세먼지가 한국을 덮친다. 이처럼 최근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환경 문제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과다한 오염 물질 때문에 발생한 지구 온난화 같은 기후 변화, 이와 연관된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 악화 등의 문제 때문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슈가 대두하게 됐다. 이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나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업들이 이윤추구를 넘어서 환경 문제 개선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 환경은 직무 생산성에 큰 영향
오염 심한 지역 인력난 겪기도
기업들 환경문제 고민은 당연
소비자도 기업 노력 성원해야

대기오염 지역 피하는 중국 고급인력

대기 오염은 근로 환경 악화와 기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상태를 보인 지난 10일 오후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도심 모습. [뉴시스]

그렇다면 논의의 범위를 좁혀 대기오염이 기업이나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자. 미세먼지, 오존, 일산화탄소 등 다양한 오염물질이 공기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면 건강에 좋지 않으리라는 건 상식이다. 오염이 심한 지역은 유아 사망률과 질병 발병률이 높으며 기대수명은 짧다. 오염으로 인해 직원들이 건강상 문제를 겪게 되면 직무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오염이 심한 날은 직원의 결근이나 조퇴 비중이 늘어난 결과 생산성이 저하된다. 특히 야외에서 육체노동을 주로 수행하는 기업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중국 명문대 졸업생들이 오염이 심한 베이징, 톈진, 정저우, 지난, 시안 같은 지역에 있는 기업으로 취업하는 비중이 점점 감소한다는 추세도 발견되었다. 이 지역 기업에서 근무하던 숙련된 인력이 오염이 덜한 다른 지역 기업으로 이직하는 성향도 나타났다. 이런 발견은 오염이 정신노동을 주로 하는 기업의 성과에도 간접적·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고학력 숙련 인력이 취업하지 않거나 떠나는 기업이라면 발전 가능성이 작다고 볼 수 있다.

공기 나쁘면 감사 품질도 떨어져

이런 간접적 발견을 넘어서서, 최근 연구들은 대기오염이 기업의 성과나 개인의 행동에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중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심판들의 볼·스트라이크 판정의 정확성을 분석한 연구가 흥미롭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해마다 대략 100명의 심판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심판들은 경기마다 140개 정도의 투구에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린다. 메이저리그는 판정이 정확했는지를 컴퓨터를 통해 사후적으로 분석해서 심판 각 개인에 대한 재계약이나 성과평가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학자들이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가 열리는 구장이 위치한 도시의 해당 날짜 대기오염 정도가 높을수록 판정의 정확성이 감소하였다.

야구 심판은 실외에서 일하지만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에게서도 유사한 결과가 발견되었다. 대기오염이 심한 날 콜센터 직원이 하루에 처리하는 전화 통화 숫자가 감소했다. 오염이 심한 지역에 있는 기업은 재무보고의 품질이 나빴다. 전문직종인 공인회계사가 기업을 방문하여 감사를 수행하는 기간 해당 도시의 오염이 심한 경우 감사품질도 하락했다. 이스라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시험을 치르는 날의 오염 수치가 높을수록 학생들의 점수가 하락했다. 미국에서도 오염이 심한 지역에 위치한 학교일수록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낮았다.

이런 발견들을 종합하면 대기오염이 모든 사람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염물질이 뇌의 기능을 저하해 인지능력이 감소한 결과 집중력이나 판단력이 하락하는 것이다. 오염 정도가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에만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일부 연구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오염 정도가 낮더라도 그 정도가 증가하면 판단의 정확성이 감소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몰랐던 놀랄만한 발견이다.

오염 심한 날 주가도 하락 경향

주식 투자자들도 영향을 받았다. 대기오염이 심한 날 주식거래 빈도가 줄었다.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서 굳이 외출할 필요는 없다. 실내에서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거래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런 날 사람들이 덜 생각하고 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투자자의 판단도 부정확해지고 주가도 하락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기업이 위치한 지역이 아니라 주식시장이 위치한 뉴욕의 오염이 심한 날 주가가 하락한다는 점이다.

이런 성향은 공해유발 업종 기업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오염이 심한 날 애널리스트가 더 보수적으로 기업에 대한 이익예측치를 발표한다는 발견도 있다. 이와 일관되게, 세계건강기구에서는 오염이 인간의 기분이나 심리상태에 영향을 미쳐 불안감이나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발표하였다. LA에서 오염이 심한 날 더 많은 폭력사건이 발생한다는 발견도 있다. 즉 오염이 심한 날 주가가 내려가는 이유가 투자자들이 불안감이나 우울함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학술연구의 발견을 종합하면 대기오염이 개인이나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일반 대중들도 이 이슈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 제품을 가격이 높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사주는 등 성원해주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돈을 써서 ESG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만 손해를 보게 되므로 어떤 기업도 그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목표가 ESG 달성은 아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앞에 나서야 기업도 나선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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