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안희정과 ‘제왕적 리더십’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였던 문상철씨와 전 경기도 공무원 조명현씨가 최근 각각 『몰락의 시간』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법카』란 책을 냈다. 책은 공통으로 ‘지역 대통령’이라 불리는 자치단체장 통치 기간에 발생한 비리 의혹 등을 폭로하고 있다.
문씨는 586운동권 출신인 안 전 지사가 취임 때부터 여비서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기까지 과정 등을 소개했다. 반면 조씨는 이재명 지사 시절 경기도청에서 법인카드가 어떤 식으로 유용됐는지를 소상히 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좀 더 눈길을 끄는 건 문씨의 책이다. 그건 필자가 과거 충남도를 취재하면서 안 전 지사를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또 당시 취재를 통해 안 전 지사 문제를 지적한 것과 유사한 내용이 일부 있어 반갑기도 했다. 당시 지적한 것은 과도한 ‘의전(儀典)’이나 ‘이미지 연출’ 등이다.
문씨도 안 전 지사 몰락의 발단으로 의전을 꼽았다. 그는 “처음에는 의전을 불편해했지만, 점차 다양한 보살핌에 익숙해졌고, 철옹성 같은 안정된 의전을 원했다”고 썼다. 비행기를 탔을 경우 수행비서는 안 전 지사가 내릴 때 도왔고, 예방주사도 간호사를 불러 집무실에서 맞는 등 편안함에 대한 추구는 끝이 없었다고도 했다. 결국 안 전 지사 지시로 ‘수행비서 매뉴얼’을 만들게 됐다. 안 전 지사는 외모를 가꾸는 데도 무척 신경 썼다. 몸에 딱 맞는 슈트 핏을 유지하기 위해 안경닦이는 물론 라이터도 갖고 다니지 않았다. 이 바람에 수행비서 호주머니는 잡동사니로 가득했다.
안 전 지사의 이미지 연출 행태도 눈길을 끈다. 그는 홍성 도지사 관사 한쪽에 배추·무 등을 심고, 방문객이 올 때마다 “농사가 잘됐다”며 자랑했다고 한다. 그가 농사를 지은 건 차가운 철의 이미지를 ‘따뜻한 흙의 이미지’로 바꾸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당시 필자는 ‘농사짓는 안희정’ 모습을 취재해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농사는 충남도 농업기술원 박사들이 우수 품종을 골라 심고, 농사까지 지어줬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도지사 이미지 관리에 직원이 동원된 셈이다.
문씨는 안 전 지사처럼 자치단체장의 몰락을 막으려면 견제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법인카드 비리의혹 사건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대통령과 국회 권력 등은 여러 시스템을 통해 집중 견제받고 있다. 반면 자치단체장 권력은 견제·감시 장치가 별로 없다. 지방의회나 지역 언론도 사실상 단체장에 예속됐다. 이에 단체장은 지역에서 ‘왕’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단체장 선거제(1995년)가 도입된 지 30년이 다 됐지만 개선된 건 별로 없다. 많은 자치단체장은 중앙 집중 권력을 지방에 넘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분권 요구에 앞서 견제 장치를 보완하는 게 순서일 거 같다.
김방현 내셔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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