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서 마약 검사? 바로 나올 것"…비밀 지키며 알아내는 법 [김태일이 소리내다]

김태일 2023. 12. 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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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마약사범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실태 파악을 위한 구체적 조치와 대응할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래픽=정근영 디자이너

올해 마약사범 적발은 3만 건에 달할 전망이다. 그중 10·20대가 1만 명을 넘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학교에서도 마약 검사하면 어떨까?” 특수교사를 포함한 고교 교사 30명에게 물었다. “바로 나올 것 같다” “빨리 해야 된다”가 공통된 반응이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크웹·해외 직구 등을 통한 온라인 유통이 남녀노소를 불문한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고등학생이 6만 명 분량의 마약을 들여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미성년자’와 ‘촉법소년’이라는 ‘지위’를 악용하여 어른을 진두지휘한 ‘10대 마약 총책’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청소년 대상 실효적 대책 시급


청소년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사회 전체적으로 유통망을 뿌리째 들어내기 위한 대대적 조사와 조치가 필요하다. 군·경을 비롯한 공직자 임용·복무 과정에 불시 마약 검사 절차 도입하고 운전면허 등 국가 자격·면허 취득 및 유지 절차에 마약 검사를 반영해야 한다. 음주 운전뿐만 아니라, ‘마약 운전’ 단속도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자진 신고 기간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 교사는 자격 취득 과정에서 마약 검사를 필수로 받는다. 국방부에서도 입영 신체검사에서 마약 검사를 추가하고, 군 간부 전원 검사 의무화 계획을 밝혔다.

관련 예산은 ‘어쩔 수 없는 비용’이 아니라 ‘현명한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현존하는 마약은 1400여 종에 달한다. 반면, 현재 한국이 검출 가능한 것은 500여 종에 불과하다. 게다가 신종 검사 기술을 개발해야 할 연구 인력은 갈수록 폭증하고 있는 마약 검사 의뢰 건을 감당하느라 여력이 없다고 한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우리의 기술력은 상당히 앞서 있다. 마약중독자가 55만 명을 넘어선 스리랑카는 ‘마약분석 역량 강화’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방문 연수를 오기도 했다. 그러나 방심하다 뒤처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마약 문제가 더욱 심화하였을 때 외국 기술에 의존하게 된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런 사회 전반적 조치 외에도 청소년들의 마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이 요구된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지난 수십년간 쌓아온 논의와 시행착오를 참고해 한국만의 묘수를 찾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중·고등학교 등 청소년 시설에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조치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수원지방검찰청은 10대 청소년들이 주축으로 가담한 마약류 유통사건을 적발해 29명을 구속기소 했다. 4월 7일 수원지검 브리핑룸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한 마약류들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인권침해 없도록 기존 자료 활용


우선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은 주지 않을 수 있도록 기존 데이터를 활용하면 된다. 하수·폐기물 등을 표본 추출하여 주기적으로 검사해 마약이 검출될 경우 ‘학생건강평가’ 과정에 무작위 익명 표본 검사를 하고, 결과 정보는 비밀 유지하면서 학교·지역별 교육 상담 등 집단 관리를 통해 치료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한 번만’이란 호기심엔 ‘언젠간 걸린다’는 경각심을 주며, ‘또래 간 선도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단계적 접근을 통해 실태를 파악하면서도 인권 침해 소지는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교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회복해 낸다면 우리 사회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청소년 마약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들도 마련해야 한다. 이상 행동 시에는 마약 관련성도 검토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가령 학교폭력 같은 특수 상황에는 보호자 동의 아래 마약검사까지도 검토해볼 수 있어야 한다. 마침 SPO(학교 전담 경찰)의 학교 폭력 문제 해결 효과가 입증되어, 확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안의 특성상 대상 발굴과 연대감 형성에 방점을 둔 꾸준한 동행자가 필요하다. 이들이 마약 문제도 다룰 수 있다면 어떨까.

또한 검·경·여성가족부·교육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부처 장벽’에 제약받지 않고 명확한 주체가 문제 해결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 소관이 달라져 조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교 밖 청소년’ 사건이라고 복지부가 다루다가 재학생이 연루된 경우 교육부가 나서야 한다. 그러다 교권을 넘어서면 수사 기관이 개입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지난 4월 14일 오후 대구 능인중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린 ‘청소년 대상 마약 등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 마약나뽀(NOT! FOUR) 프로젝트'에 참석한 학생들이 마약 주의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학교 마약 콘트롤타워 있어야


미국 마약청(DEA)은 규제 약물·수사기관의 컨트롤 타워 역할과 동시에 ‘국제 사법 공조’의 창구 역할도 해낸다. 또한 예방ㆍ교육ㆍ치료ㆍ재활 지원 사업도 벌인다. 우리나라에도 마약청 도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검사의 ‘교육이수ㆍ치료ㆍ보호관찰선도 조건부’ 기소유예 제도 등이 있는데, 이 덕에 수사와 치료ㆍ재활 등의 연계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약 중독자 악마화가 근본적 해결은 아니다. ‘어차피 미련없는 삶, 쾌락의 끝이나 보다 가자’는 공허감에 잠식되는 것이 중독이기 때문이다. 수사 확대와 처벌 강화 등 사법조치만으로 마약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사례는 없다. ‘잃을 게 없는’ 사람이 무엇이 두렵겠나. 살 맛 나는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들을 지켜주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타인이 제공해줄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다.

BTS의 인기 비결 중 하나도 노래에 담긴 꿈과 희망이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범국가적 차원의 설득이 필요하다. 선거를 앞둔 국회를 기다리긴 늦다. 젊은 기초·광역의원 등 사회 곳곳에 포진한 미래 세대가 먼저 앞장서야 한다. 인구 재앙을 앞둔 대한민국은 미래 세대 한 명 한 명을 온전히 ‘살려내야’ 한다.

김태일 국가교육위원회 위원ㆍ전 신전대협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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