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일이 선사하는 재료와 형태의 기묘한 조우 #데코데코
Q : 박진일을 대변하는 작품
A : ‘Drawing Series Armchair #1’. 드로잉 시리즈는 친구와 함께 그린 낙서에서 시작됐다. 투시도 틀리고 삐뚤빼뚤하게 그려진 선을 보면서 실제 사물로 만들어보면 재미있는 작업이 될 거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사람의 무게를 버틸 수 있으면서 얇은 선으로 이뤄진 재료를 고민하다가 철사를 선택했고, 삐뚤빼뚤한 드로잉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망치질 등의 기법을 더했다. 수많은 철사를 겹치고 용접하는 내 작품은 물성과 기법에 관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Q : 〈엘르 데코〉와 함께하는 전시 〈데코·데코: 리빙룸 아케이드〉에서는
A : ‘Drawing Series’로 관람자들을 만난다. 전시 주제를 들었을 때 드로잉 시리즈로 채워진 전시장 풍경이 생각났다. 예전부터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장면이다. 이 작업에서 선은 한 사람의 생각과 상태, 사물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작용해 공간을 채운다.
Q : 당신 작품으로 이뤄진 방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A : 조금은 날카롭고 차가운 방인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의 생활공간이 아닐까. 드로잉에 큰 영감을 준 화가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이 살고 있을 수도 있고.
Q : 당신이 경험한 가장 놀라운 공간
A : 네덜란드에서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Piet Hein Eek)의 작업실 겸 쇼룸을 구경한 적 있다. 빨간 벽돌공장을 인수해 1층은 쇼룸으로, 2층은 작업실, 3층은 전시공간으로 꾸렸더라.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공간이라는 게 인상적이었다.
Q : 요즘 당신을 몰입으로 이끄는 것
A : 빛과 조명을 공부하고 있다. 괜찮은 조명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의 공간을 보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Q : 작업으로 완성하고 싶은 이야기
A : 물성과 기법에 관심이 많고, 이 둘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조형미를 좋아한다. 의도적인 조형과 우연적 조형이 함께 나타나는데, 궁극적으로 나만의 물성과 기법, 조형의 3박자가 잘 맞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Q : 작업과정에서 중요시하는 것
A : 처음 구상한 느낌을 가공의 불편함과 재료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끝까지 구현하는 일.
Q : 자신의 삶과 예술을 위한 노력
A : 자주 주변을 환기한다. 어떤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 생긴다. 자주 생각과 저변을 환기하고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박진일의 인스타그램 @park_in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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