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최정우 거취 표명 없이 '후추위' 가동…3연임 외풍 차단?

박영국 2023. 12. 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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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우선 심사제 폐지, 현 회장 연임 의사 표명 없이 선임절차 개시
후추위에서 최 회장 추천시 자연스레 3연임 도전…'외풍 차단 역할'
CEO 자격 심사 '우선권' 포기한 대신 '배제받지 않을 권리' 얻어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자료사진).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결국 ‘신(新)지배구조 개선안’이 나올 때까지 거취 표명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직 회장의 거취 표명 없이 CEO 선임절차가 시작되도록 하는 내용이 개선안에 포함되면서, 최 회장이 스스로 3연임 도전 여부를 언급하지 않고도 차기 CEO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졌다.

최 회장이 3연임을 노릴 경우 ‘외풍(外風)’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절묘한 한 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홀딩스는 19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대표이사 회장의 선임절차를 포함한 새로운 지배구조 체제인 ‘포스코형 신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현직 회장의 연임 우선 심사제 폐지다. 이는 그동안 ‘셀프연임’ 논란을 불러왔던 부분이라 개선이 예견됐던 부분이다.

여기에 한가지 조항이 추가됐다.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이 없었더라면 최 회장이 연임 의사 표명이 향후 절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였다.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CEO후보 추천위원회(후추위)’가 최 회장과 새로운 후보를 놓고 자격 심사를 진행한 뒤 최종 후보를 추천하고, 내년 3월 주총에서 이사회 승인을 얻어 최종 확정하는 방식이다.

사퇴 의사를 밝힐 경우 이사회 의장과 전문위원회 위원장 등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CEO 승계 카운슬(council)’에서 내부 육성 인재와 외부 발굴 인재를 후추위에 제안한 뒤 이후 절차를 진행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무관’이라는 조항이 추가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승계카운슬은 폐지되고, 최 회장의 거취 표명 없이도 후추위의 자격 심사를 통한 후보 추천 철차로 바로 넘어가게 됐다.

후추위의 심사 대상에 현직 회장이 배제된다는 조항은 없다. 즉, 최 회장은 본인 입으로 ‘3연임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차기 회장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서 ‘패싱’ 당하는 등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있었고, 포스코홀딩스 본사 배치와 관련해 포항 지역 시민들로부터 퇴진 압박도 받아 왔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로부터 회사차 사적유용 혐의로 고발당해 사법리스크에도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정우 회장이 스스로 ‘3연임 도전’을 선언하는 것은 큰 부담일 수 있다. 반발 여론은 물론 역대 포스코 회장들이 모두 두 번째 임기도 못 채웠던 배경인 ‘외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정우 회장이 침묵을 유지한 채 후추위에서 최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 중 하나로 결정할 경우 파장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

최 회장이 다른 후보들과 함께 후추위의 공정한 심사를 받는 모양새도 갖출 수 있다. 개산안에는 대외적으로 후추위 심사의 객관성을 주장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후추위에서 발굴한 회장 후보군에 대한 객관적인 자격심사를 위해 외부 저명인사로 구성된 ‘회장후보인선자문단’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회장 후보군의 자격요건도 ▲경영 역량 ▲산업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 ▲Integrity/Ethics 의 5가지 항목으로 구체화했다.

후추위를 구성하는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7명 중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6명은 최 회장 임기 내 선임된 이사들이라는 점이 최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어쨌든 절차상 문제는 없다.

포스코홀딩스는 오는 21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CEO후보추천위원회’운영을 의결하고,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할 회장 인선절차에 바로 착수할 계획이다.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홀딩스의 ‘신지배구조 개선안’ 의결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서의 ‘우선권’은 포기했지만, 대신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를 얻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거취 표명을 미룬 채 침묵을 유지한 배경도 여기에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본인이 무리수를 두는 모양새를 피하면서도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3연임에 도전할 수 있는 절묘한 장치가 마련됐다”면서 “후추위에서 최종 후보를 내세우기 전까지 최 회장이 거취를 표명할 이유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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