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수업은 끝났다…8×년생 오너 경영인 [스페셜리포트]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12. 1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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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재계 인사에서 1980년대생 오너 일가 3~4세 경영인이 전면에 나서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

과거 수년간 이들은 후견인 역할을 할 전문경영인 대표이사와 함께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최근 인사에서 이들은 ‘후계자’ 수식어를 떼고 대표이사 부회장 등의 직함을 달고 경영 전면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오너 일가 3~4세 경영인들은 그룹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며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Legitimacy)을 확보하고 조직 장악력을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재계에서도 산업 전반에 걸쳐 변화의 바람이 일 전망이다.

한동안 50대 부회장급 전문경영인의 활약으로 수익성 기반 효율성(Efficiency)을 좇는 전략이 부각됐다면 ‘3040’ 오너 경영자의 부상으로 위험 추구 성향 등 활력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일러스트 : 정윤정 기자
주요 임원 27%가 오너 3·4세

연말 인사서 줄줄이 승진

재계에서 1980년대생 오너 경영인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기업 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의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家 임원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 중 임원 타이틀을 단 인사는 모두 300명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지정한 82개 대기업집단(그룹)을 포함한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중견·중소기업 가운데 1970년 이후 출생한 오너가 임원이다.

출생연도별로는 1970~1975년생이 135명(45%)으로 절반에 가깝다. 1980~1989년 출생자는 82명(27%)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장급’ CEO로 분류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신유열 전무는 롯데지주 신설 미래성장실장을 맡는다. 롯데지주는 글로벌·신사업을 전담하는 미래성장실을 두고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사업 관리와 성장동력 발굴에 나선다. 신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한다.

SK그룹에서는 최태원 회장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이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해 그룹 최연소 임원이 됐다. 시카고대 뇌과학연구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친 최 본부장은 신약 연구개발과 승인 등 바이오 핵심 사업을 책임지게 됐다.

삼양그룹은 12월 정기 임원 인사에서 김건호 삼양홀딩스 경영총괄사무를 사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1983년생인 김 사장은 김윤 삼양 회장 장남으로 오너가 4세다. 2014년 삼양사에 입사한 뒤 해외팀장과 계열사 휴비스의 미래전략주관(사장) 등을 거쳤다. 김 사장 직책은 전략총괄로 그룹 성장 전략과 재무를 담당한다.

이외 OCI 오너가 3세 이우일 유니드 신임 사장은 대표이사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간판 부회장급 대표이사로 대외활동에 적극 나서는 1980년대생 부회장군도 두각을 보인다.

정기선 HD현대(옛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1982년생으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그는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한 뒤 미국 유학 등을 거쳐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복귀했다. 2021년 10월 사장에 올라 신사업 발굴을 주도한 뒤 2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2016년 현대중공업의 선박 AS 사업을 분리해 ‘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를 출범시켜 연매출 2000억원대 사업을 1조원대 규모로 키워낸 게 대표 성과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1983년생으로, 이미 지난해 9월 부회장으로 승진해 지주사 격인 한화의 전략부문 대표이사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겸하며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맡는다. 그는 아버지 김승연 회장 대신 그룹을 대표해 대통령실 행사 등 각종 대외 활동에도 활발하게 얼굴을 비춘다.

코오롱그룹에서는 이웅열 명예회장 장남 이규호 부회장이 1984년생으로 지난해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뒤 1년 만에 부회장에 올랐다. 그는 지주사 ㈜코오롱에서 전략부문을 총괄한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그룹의 자동차유통부문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켰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그룹에선 홍석조 회장 장남 홍정국 BGF 대표이사 사장이 BGF 대표이사 부회장 겸 BGF리테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홍 부회장은 2013년 BGF그룹에 입사해 전략기획본부장, 경영전략부문장을 거쳐 2019년 BGF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주력 계열사인 BGF리테일 경영 총괄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이사 부회장 혹은 사장급이 아니어도 이번 인사에서 사내 입지를 보다 강화한 오너가 그룹도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은 1989년생으로 김동관·김동원(한화생명 사장) 등 형들보다 경영 일선 진출은 다소 늦었다. 하지만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한화호텔앤리조트 전략부문장,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을 맡아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가다. 특히 로봇 사업은 한화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핵심 사업이다. 다만, 김동선 부사장은 아직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한국무역협회장)의 장남 구동휘 부사장은 LS일렉트릭 비전경영총괄 대표를 맡다 이번 인사에서 LS MnM으로 옮겨 그룹 미래 먹거리인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맡는다.

리더십 질적 변화

‘활용’ → ‘탐험 리더십’으로

1980년대생 오너 경영인의 전면 등장으로 재계 리더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우선 전문경영인 부회장단의 퇴진 흐름이 뚜렷하다. 통상 오너 경영 기업의 경우 전문경영인에서 다시 오너 경영자로 CEO 교체가 단행될 때 특정 패턴이 목격된다는 게 학계 진단이다. 오너 경영 체제 기업에 속한 전문경영인 대부분은 일가 경영인의 승계가 이뤄지기 전까지 교두보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승계 과정에서 후견인 역할을 자처하며 오너 경영인과 이사회에 참여하는 한편, 효율성을 좇는 경영 전략으로 실적을 다져 승계 교두보 마련을 지원하는 데 주력했다. 다만, 2선으로 밀려나더라도 기존 사업 관리와 신사업 관련 자문 등으로 오너 3, 4세 경영인의 후계 구도 안착을 후방 지원한다.

이런 패턴은 이번 인사에서도 엿보인다. 한 예로, HD현대는 최대주주 정몽준 이사장이 2002년 이후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 권오갑 회장 등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으나 이번 인사로 사실상 정기선 부회장 중심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코오롱그룹에서는 이규호 부회장 승진과 맞물려 안병덕 부회장이 지원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선 한발 물러났다.

학계와 재계에서는 3, 4세 오너 경영인이 산업 질서가 재편되는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과 맞닥뜨렸다고 진단하면서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 구현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분석한다. 기술 변화가 불연속적이고 상시적인 작금의 경영 환경 아래, 이들 3, 4세 경영인들은 기존 경쟁 우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 우위를 남보다 먼저 만들어내야 하는 무거운 책무를 안게 됐다는 지적이다.

양손잡이 조직은 ‘한 손(기존 조직)’으로는 주력 사업을, ‘다른 손(신규 조직)’으로는 신사업을 벌이는 조직 형태를 뜻한다. 학계에서는 ‘활용(Exploitation)과 탐험(Exploration)의 균형’에 양손잡이 조직의 명암이 갈린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활용’과 ‘탐험’은 제임스 마치(James G. March)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제안한 개념이다. 가령,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 사업을 유지, 관리, 심화하는 것은 ‘활용’이다. 모빌리티 분야 신기술에 전략적 도전을 감행하는 것은 ‘탐험’이라 볼 수 있다.

기존 전문경영인 부회장단이 효율성을 좇는 전략으로 기존 주력 사업의 토대를 다지고 현금 창출 역량을 강화하는 ‘활용 리더십(Exploitative Leadership)’에 주력했다면, 1980년대생 3, 4세 경영인은 신성장동력 발굴 등 ‘탐험 리더십(Exploratory Leadership)’ 역할을 맡은 구도로 볼 수 있다.

학계에서는 이들이 성장 산업군에서 승계 기반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조직 전반의 위험 추구 성향이나 혁신 수용도 등이 이전과 달라질 것으로 본다. 최고경영진 연령과 혁신 간 상호관계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여러 실증연구를 통해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최고경영진 특성과 조직 성과 간 일정한 관계가 있음을 강조한 ‘상층부이론(Upper-Echelons Theory)’이 등장한 이래 많은 실증연구에서 최고경영진 구성원의 특성과 조직 성과 간 상호관계를 분석했다. 학습능력, 추론능력·기억력 같은 인지적 역량이 나이가 들면서 저하된다거나(Botwinick, 1977년·Burke and Light, 1981년), 젊은 경영인이 위험 감수에 대한 선호가 높다는 연구(Vroom and Pahl, 1971년) 등이 그렇다.

요약하면, 기업의 혁신 성과는 상대적으로 젊은 경영진으로 구성된 기업에서 더욱 높다는 것이다. 젊은 경영자는 최신 기술 지식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고령의 경영자에 비해 위험 선호 경향을 보이므로 더욱 적극적인 태도로 혁신 전략을 추구한다는 것도 여러 연구에서 관찰됐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대전환기에 기업의 대응 역량을 높이려면 신산업 패러다임을 이해할 수 있는 젊은 경영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유 구조 취약…지배력 약점

주력 사업 실적은 ‘피크아웃’

3040 오너 경영인 중심으로 승계 구도가 안착한 듯 보이지만 이들은 태생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오너 일가 3, 4세 경영인은 선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유 구조 관점에서 지배력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50%가 넘는 상속세를 감안할 때 이들이 현실적으로 선대 경영인과 대등한 수준의 소유 기반 지배력을 승계하면서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1980년대생 오너 경영인의 지배력 확대 발판이 될 주요 지주사 지분율은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친다. HD현대만 봐도 소유 구조 측면에서는 정기선 부회장의 지배력이 취약하다. 올 3분기 정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5.3%에 불과하다.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 약 26.6%(1조2774억원)를 넘겨받으려면 대주주 경영권 주식에 적용하는 60% 상속·증여세율을 적용한 7000억~8000억원 규모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단순 배당 등으로 선대 경영인에 버금가는 수준의 지배력을 유지할 승계 재원 마련이 결코 쉽지 않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그룹 지주사인 한화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최성환 사장은 SK네트웍스 지분율이 3.1% 수준이다. 김건호 사장은 삼양홀딩스 지분율이 2.9%에 그친다.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은 지주사 지분이 전혀 없다. 부친인 이웅열 명예회장은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결국 상대적으로 취약한 소유 구조 아래서는 승계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 성적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만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즉, 창업자 가문의 일원이라는 상징성을 등에 업었더라도 이들은 소유 기반이 취약하므로 향후 경영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행동주의펀드와 전략적·재무적 투자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승계 정당성을 집중적으로 공격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작금의 경영 환경은 이들 1980년대생 오너 경영인에 우호적이지는 않다는 게 다수 전문가 견해다. 경영 실력을 숫자로 쉽게 증명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과정에서 후견인 역할을 하는 전문경영인 주도 아래 기존 주력 사업에서 끌어올 수 있는 실적은 이미 상당 부분 끌어와 승계 지렛대로 활용했다. 중후장대 같은 제조업이나 유통 등 전통 산업 영역에서는 상당수 주력 계열사 실적이 이미 정점을 찍고 ‘피크아웃(Peakout·정점 통과)’ 패턴이 뚜렷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실적 피크아웃은 여러 전통 산업에서 관찰된다. 조선업에서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신조선가지수가 45주 만에 주춤한 데 이어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크게 줄었다. 당장 내년부터 조선업 ‘피크아웃’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롯데그룹은 유통부문 계열사 실적 부진에 이어 화학군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범용 화학 소재가 공급 과잉에 직면했다.

‘진짜 승부처’는 여기

선대와 구분되는 평판 구축

이런 이유로, 1980년대생 오너 경영인 상당수는 로봇, 바이오, 모빌리티 등 하이테크 산업에서 승계 기반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는다. 해외 신기술 스타트업과 개방형 혁신이나 지식 확산(Knowledge Spillover) 등의 시너지를 일으켜 조직 속성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이들에게 주어진 숙제다.

로봇 산업에서는 정기선 부회장이 두각을 보이는 가운데 한화 3남 김동선 부사장도 존재감을 키운다. 정기선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신사업추진실장을 지냈던 김완수 HD현대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을 연말 인사에서 HD현대로보틱스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HD현대로보틱스는 로봇 사업의 국내 대표 주자다. HD현대로보틱스는 1984년 현대중공업 용접기술연구소 로봇전담팀에서 시작한 국내 1세대 로봇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1807억원을 내는 등 현재 국내 로봇 기업 가운데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실적 성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인다. HD현대로보틱스는 본업인 산업용 로봇의 기술력을 지렛대 삼아 협동로봇 사업에 진출해 매출 확대를 노린다.

한화 3남 김동선 부사장의 ‘진짜 승부처’도 로봇 산업이 될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된 갤러리아를 맡아 본업 백화점을 넘어 외식 등 신사업을 주도해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다만, 유통에서는 백화점이나 호텔 등 내부 공급 비중이 컸고 ‘파이브가이즈’ 등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도입만으로는 경영 능력에 관한 의구심을 불식시켰다고 보기 힘들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쉬운 길만 골라 간 것 아니냐’는 의문이 던져지는 대목이다.

김동선 부사장에게 로봇 사업을 맡긴 것도 이런 정당성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올 10월 한화는 한화㈜ FA사업부 내 협동로봇과 무인운반로봇 등의 사업을 분리해 로봇 전문 기업 ‘한화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지분은 ㈜한화가 68%, 한화리조트가 3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한화로보틱스의 전략담당 임원이다. 그는 한화리조트와 함께 푸드테크뿐 아니라 시설 관리, 보안 업무 등 사업장 곳곳에 로봇 기술을 활용한다. 바이오에서는 신유열 전무의 경영 행보가 주목받는다. 그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으로, 유통·화학 등 침체된 그룹 주요 사업군을 신사업으로 전환시켜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다. 그가 경영 능력을 입증할 주 무대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바이오 업계 후발 주자지만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필수적인 CDMO 산업 특성상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는 분석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화학과 바이오 산업에서 요구되는 핵심 역량이 다르지 않다고 보고 적극적인 투자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CDMO로 벌어들이는 현금과 축적한 개발 역량을 지렛대 삼아 향후 신약 개발 사업으로 역량 다각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규호 부회장은 수소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가 직전 사장으로 있던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기존 수입차 판매·AS 부문을 인적분할하면서 출범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 역시 그룹 안팎에선 ‘수입차 시장 고속 성장의 달콤한 과실을 누린 것이지 오롯이 그만의 경영 능력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라는 시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이 부회장은 수소 산업 밸류체인 구축과 종합 모빌리티 사업자 도약 등으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방침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9호 (2023.12.20~2023.12.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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