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따따블’…LS머트리얼즈 ‘찐’ 매력은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던 LS머트리얼즈가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 12월 12일 상장 첫날 LS머트리얼즈 주가는 공모가(6000원)보다 232%(1만3940원) 급등한 1만994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 상승세를 거듭하던 LS머트리얼즈 주가는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 가격인 2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변수로 꼽히던 오버행(상장 후 대규모 물량이 한 번에 출회되는 현상) 이슈도 없었다. 주요 주주들이 최대 18개월까지 자발적으로 보호예수를 연장한 덕분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성공적 IPO의 정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관심은 향후 주가로 쏠린다. LS머트리얼즈 주가는 상장 이튿날에도 상한가를 기록, 종가 3만1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증권업계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는다. LS머트리얼즈의 경우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울트라 커패시터(Ultra Capacitor·UC)’ 부문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LS머트리얼즈도 성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번 공모 자금 대부분을 UC 생산능력(캐파) 확대에 쓸 예정이다. 총 공모액은 877억원, 이 중 시설 자금 용도로만 347억원을 배정했다.
LS머트리얼즈 어떤 회사
대형 UC 1위…자회사도 주목
LS머트리얼즈는 2021 LS엠트론 UC사업부가 물적분할돼 만들어진 회사다.
UC는 기존 전해질 커패시터와 충전식 배터리(이차전지)의 중간 특성을 지닌 에너지저장장치의 한 종류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하면 에너지 저장 용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충·방전 시간이 짧고, 기대 수명이 길다. 다양한 온도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풍력발전이나 반도체 공장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공장 자동화, 무인운반로봇(AGV)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기존 배터리 기능의 대체재 혹은 보조재로 쓰인다.
UC는 보통 소형(100F 이하)과 중형(100-800F), 대형(650-3400F)으로 나뉜다. LS머트리얼즈는 소형 제품은 생산하지 않는다. 오히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중형과 대형에 집중한다. 업계에서는 대형 UC 부문만 놓고 보면 LS머트리얼즈가 글로벌 점유율 1위라고 평가한다. 홍영호 LS머트리얼즈 대표는 “소형 UC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장이지만 중대형 UC는 기술 난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LS머트리얼즈는 최초 개발부터 중대형 UC 개발에 집중했기에 경쟁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LS그룹 내 유망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LS머트리얼즈는 알루미늄 사업을 펼치는 LS알스코와 전기차(EV) 부품 사업자 하이엠케이(HAIMK)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 중 LS알스코는 LS그룹 계열사와 국내 완성차 부품 업체 등을 고객사로 확보 중인 알짜 자회사다. 고객사의 원가 절감 노력과 차체 경량화 움직임까지 더해지며 알루미늄 수요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만 1200억원. 2022년 기준 LS머트리얼즈 연결 기준 전체 매출은 1620억원인데, 이 중 LS알스코 매출 비중이 74.5%에 달한다.
물론 변수는 있다. LS알스코가 중복 상장을 추진할 경우 LS머트리얼즈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LS머트리얼즈에 반영돼 있던 LS알스코 기업가치가 분산되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우려에 LS머트리얼즈는 상장 후 2년 내 주요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상태다. 동시에 LS알스코 정관에 ‘상장을 추진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LS머트리얼즈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승인을 얻도록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특별결의는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받아야 가결된다.
공모 자금 사용 계획 보니
시장 관심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쏠린다. 증권가는 일단 긍정적 전망을 제시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UC 시장이 연평균 24.9% 성장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 업체 스타트뷰리서치에 따르면 UC 시장은 2020년 23억달러(약 3조원)에서 2024년 54억달러(약 7조원), 2026년 85억달러(약 11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매출처인 풍력발전과 UPS, AGV 부문에서 UC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최근 풍력발전 시장에서 UC 선호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발전에서 보통 터빈이 고지대에 위치한 만큼 에너지저장장치를 빈번하게 교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풍력발전기용 배터리는 2~3년마다 교체해야 했다. 하지만 UC를 적용하면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조현지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작용할 수 있으나 이를 상쇄하는 경제적 효용을 눈여겨보는 곳이 많다. 신규 설치뿐 아니라 교체 수요까지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S머트리얼즈도 전방 산업 확대에 발맞춰 생산능력 확대를 예고 중이다. LS머트리얼즈는 안양1공장과 군포2공장을 가동 중인데, 지난해 기준 중형 UC와 대형 UC 가동률(생산능력 대비 생산 실적)은 80%를 훌쩍 넘어섰다. 이에 LS머트리얼즈는 당장 공모액의 대부분을 시설 자금 등에 투입한다.
LS머트리얼즈는 앞선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 흥행에 성공, 희망 가격 범위(4400~5500원) 최상단보다 높은 6000원에 공모가를 결정했다. 총 공모액은 877억원(1462만5000주)이다. 발행제 비용, 구주매출, 연구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은 464억원이다. LS머트리얼즈는 이 중 시설 자금으로 347억원을 배정했다. 사실상 쓸 수 있는 돈 대부분을 설비 투자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구체적 투자 계획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LS머트리얼즈는 증권신고서 등을 통해 “현재 흩어져 있는 조립, 검사 공장 등을 한군데로 모으기 위해 국내 신규 공장 증설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신규 공장 부지는 안양과 군포가 아닌 제3의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2024년부터 2026년까지 단계적 설비 투자를 통한 ‘공정 자동화’를 목표로 세웠다. 모두 수익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계획이다.
지분 가치 상승…다음 타자는 MnM
다행히 LS머트리얼즈가 성공적으로 IPO를 마치면서 지주사 LS도 모처럼 웃었다. 손자회사 지분 가치가 오르면서다.
LS는 LS전선을 통해 LS머트리얼즈에 지배력을 행사한다. LS가 LS전선 지분율 92.2%를 보유하고, LS전선이 LS머트리얼즈 지분 43.5%를 갖고 있는 구조다. LS머트리얼즈 시가총액이 높아질수록 LS의 보유 지분 가치도 상승한다.
LS머트리얼즈의 성공적 IPO로 LS그룹 다음 IPO 타자로 꼽히는 LS MnM을 향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펼치는 LS MnM은 2025년부터 본격적인 상장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S는 지난해 JKJS컨소시엄이 보유한 LS MnM 지분 49.9%를 9331억원에 인수해 100% 자회사로 품었다.
인수 과정에서 LS는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여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EB 투자자 측은 사실상 2027년 8월까지 LS MnM을 상장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LS는 이를 받아들였다.
LS MnM은 ‘종합 소재 기업’을 목표로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LS MnM은 6700억원을 들여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황산니켈과 황산망간, 황산코발트 등 이차전지 소재 공장을 짓기로 했다. 2024년 상반기 착공해 2026년 초 준공할 계획이다. 새만금산업단지에도 1조1600억원을 투자해 이차전지 소재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2026년 3월 착공 예정이다.
최근에는 오너가가 합류해 힘도 실렸다. 구동휘 LS일렉트릭 비전경영총괄 대표 부사장이 LS그룹 정기 인사를 통해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리를 옮겼다. 구 부사장은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남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9호 (2023.12.20~2023.12.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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