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윤의 야구 본색] 밖에서 본, 그리고 안에서 본 롯데 수비
배중현 2023. 12. 19. 20:50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은 지난 10월 부임 뒤 주목할만한 변화를 줬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코치를 여러 명 영입한 것이다. 특히 수비·주루·작전 코치로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경험한 김광수 벤치 코치와 김민호 수비 코치 등을 영입한 게 눈에 띈다.
올 시즌 롯데의 수비율은 0.981로 KIA 타이거즈와 공동 3위였다. 수치만 보면 꽤 견고한 수비력을 자랑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는 야구 관계자는 거의 없을 거다. 김광수 코치는 "현대 야구에서 수비는 범위"라며 "롯데는 수비 범위가 좁고 체력의 뒷받침이 부족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타자들이 타구 속도에 신경 쓰는 만큼 수비도 순발력과 주력이 중요하다. 수비 범위가 넓지 않으면 실책 아니더라도 안타를 쉽게 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민호 코치는 롯데의 수비를 두고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하고 상황에 맞는 견실함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올해 롯데의 내야 수비율은 0.975(공동 6위), 병살타 처리율은 36.6%(10위·이상 스탯티즈 기준)로 높지 않았다. 인플레이 타구 중 아웃으로 처리한 비율을 의미하는 수비효율(DER:Defense Efficiency Ratio)은 65.3%로 리그 최하위. 수비 범위가 좁고 연계 플레이의 세밀함마저 떨어지니 전체적인 안정감도 기대를 밑돌았다. 6년 연속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로 공격과 마운드 못지않게 수비가 언급되는 이유다.
김민호 코치가 마무리 캠프에서 강조한 건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야구는 개인 종목이 아닌 팀 종목이라 조직력과 상대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타구가 떴을 때 "내가 처리하겠다"고 하거나 주자의 움직임을 파악, 서로 얘기하며 도와줄 필요가 있다. 병살타를 처리할 때는 받는 선수의 다음 동작(포구 후 송구)까지 고려해 플레이해야 한다. 그런 점이 롯데가 잘 안됐다고 한다.
둘째는 "화려한 플레이보다 상황에 맞게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다. 타자 주자가 느려 러닝스로를 할 필요가 없는데도 무리해서 던지면 설령 아웃카운트를 잡았다고 해도 좋은 수비라고 할 수 없다. 수비는 작은 실수가 큰 화를 부르기 마련이다. 주자와 득점 상황, 타구 속도와 방향 등에 따라 포구 동작과 송구가 달라진다. 그런 세기가 부족했다는 진단이다. 마지막으로 "타격도 수비도 좋은 플레이는 자신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플레이를 자신 있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그래서 김민호 코치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신경을 썼다"면서 "수비 연습은 지루하고 힘드니까, 항상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고 밝혔다.
선린인터넷고에서 2년간 인스트럭터를 경험한 김광수 코치는 "수비에서 기본기 부족은 롯데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아마추어 때부터 과거보다 수비 연습에 들이는 시간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송구 능력이 떨어진 데는 정확한 송구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것을 몸에 익힌 선수가 드물기 때문이라고 한다. 힘으로만 던지려고 하니까 투수도 아닌 내·외야수가 팔을 다치는 사례도 꽤 나온다.
김민호 코치는 "이미지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수 시절 이미지 트레이닝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점수 차이와 주자 유무, 타구 방향과 속도를 비롯해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리고, 거기에 맞게 포구와 송구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나가면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된다"고 부연했다.
마무리 캠프에서 나름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를 확인한 베테랑 수비 코치들이 롯데 야수진을 어떻게 단련해 나갈지 기대가 크다. 다만 수비는 축적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일희일비가 아닌 긴 시간을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야구 칼럼니스트
야구 전문 칼럼니스트로 네이버에서 아마야구 등을 다루는 '야반도주'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기무라 고이치 기자가 네이버에 연재한 '야큐리포트'를 번역했으며, 김성근·김인식 감독 등과 함께 쓴 '감독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가이드북', '프로야구 크로니클', '킬로미터', '포수 교본' 등 다수의 야구 서적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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