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1위’ TSMC 리우 회장 떠난다…후임은 웨이 CEO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마크 리우(劉德音, 69) 회장이 내년 퇴진한다. 모리스 창(張忠謀, 92) 창업자로부터 바통을 넘겨 받았던 2대 회장이 물러나고, 함께 호흡을 맞춰온 부회장이 회장직을 이어 받는다. 업계는 TSMC의 경쟁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TSMC가 이날 성명을 내고 리우 회장의 퇴진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TSMC 이사회는 내년 6월 차기 회장 선임 투표를 하는데, 리우 회장의 불출마에 따라 현 최고경영자(CEO)인 웨이저자(魏哲家, 70) 부회장을 후임으로 추천했다. 두 사람은 모리스 창 창업자가 2018년 6월 회사 경영에서 공식적으로 손을 뗀 뒤 TSMC를 이끌어왔다.
리우 회장은 미국 UC버클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인텔·AT&T 등을 거쳐 1993년 엔지니어링 관리자로 TSMC에 입사했다. TSMC의 12인치 웨이퍼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고객들의 제조망 다각화 요구에 따라 글로벌 확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임 회장 자리에 오를 웨이저자 CEO는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싱가포르 차터드 반도체를 거쳐 1998년 TSMC에 합류했다.
리우 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TSMC와 함께한 30년은 특별한 시간이었고, TSMC를 글로벌 리더의 자리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건 동료들 덕분이었다”며 “수십년간 쌓아온 반도체 경험을 달리 활용하고, 이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인생 2막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기 끝까지 기업 지배구조를 성실히 감독하겠다. TSMC는 앞으로도 뛰어난 성과를 낼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TSMC의 향후 사업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는 애플·엔비디아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올해 생성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주가가 30% 폭등하기도 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TSMC(ADR, 주식예탁증서)의 시가총액은 4833억 달러(약 632조원)다.
최근 미·중 갈등과 대만해협 긴장 고조 속, 글로벌 고객사들의 공급망 디리스킹(위험제거) 요구가 이어지자 미국·일본·독일 등에 생산기지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공장은 현재 암초를 만났다. 당초 내년부터 4나노미터(㎚·1㎚=10억 분의 1m) 반도체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현지 인력 확보 어려움 등을 이유로 생산 시점을 2025년으로 연기했다. 일본 구마모토에 건설 중인 공장은 내년 2월 준공해 2분기쯤 정식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고, 독일 드레스덴 공장은 내년 하반기 착공할 예정이다.
제임스 황 프랭클린 템플턴증권 대만사무소 회장은 로이터에 “TSMC는 세계 수준의 회사이자 외국 투자자들이 가장 주식을 많이 보유한 대만 기업이다. 전문적인 고급 리더십 인재 육성 측면에서 내부 프로세서는 포괄적이고 세련됐다”며 “회사의 리더십 변화가 TSMC의 운영과 방향에 주목할만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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