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성탄이 어둠에 묻힌 밤? ‘어둠이 걷힌 밤’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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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 다가오면서 어디서나 성탄 찬양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요즘입니다.
"당시 번안곡은 거의 창작 수준"이라는 평가부터 "이제라도 (가사 변경을 위한) 크리스찬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자"는 반응, "조용히 빛난 밤도 좋겠다"는 아이디어, "우리 교회는 성탄 예배 때 (이 소장이 제안한) 고친 가사로 찬양하기로 했다"는 선언까지 다양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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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 다가오면서 어디서나 성탄 찬양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요즘입니다. 이런 가운데 새찬송가 109장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가사 ‘어둠에 묻힌 밤’을 ‘어둠이 걷힌 밤’으로 바꿔 부르자는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 국민대 교수인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 소장이 18일 ‘긴급제안’이라는 제목으로 자산의 SNS에 글을 올린 건데요. 이 곡의 영어 가사인 ‘All is calm, all is bright’의 뜻이 새찬송가의 가사 ‘어둠에 묻힌 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글의 취지였습니다. 이 교수는 “예수 탄생의 밤이 어둠에 묻혔다고?”라고 자문하면서 “100년 이상 불러왔지만 이제라도 바로 잡자”고 주장했습니다. “영문 가사의 뜻인 ‘모든 것이 고요하고 모든 것이 빛나네’에 가깝도록 어둠‘이’ 걷힌 밤으로 이제라도 고쳐 부르자”는 제안도 잊지 않았습니다.
해당 글에는 시기적절한 지적이라는 반응이 뒤따랐습니다. “당시 번안곡은 거의 창작 수준”이라는 평가부터 “이제라도 (가사 변경을 위한) 크리스찬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자”는 반응, “조용히 빛난 밤도 좋겠다”는 아이디어, “우리 교회는 성탄 예배 때 (이 소장이 제안한) 고친 가사로 찬양하기로 했다”는 선언까지 다양한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 소장의 제안에도 허점은 있는데요. 영문 가사 또한 원곡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 곡은 200여년 전인 1818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주 에베른도르프의 가톨릭 성 니콜라우스 성당에서 사목하던 요제프 모르 신부가 독일어로 지은 것입니다. 원곡 가사는 ‘Alles schläft einsam wacht’입니다. 직역하면 ‘모든 것이 잠든 때’라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이 소장이 지적한 부분, 예수님의 탄생을 ‘어둠에 묻혔다’고 표현한 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동시에 외국어 찬양을 우리 말로 번역하는 작업의 어려움을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한 해에 많게는 100여개의 외국 CCM이 한국어로 번안 승인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함량 미달’인 번역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푸념입니다. 2021년 국민일보와 함께 ‘크리스천 뮤직 100대 명반’ 선정 작업을 했던 윤영훈 성결대(문화선교학) 교수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어의 특성상 영어 가사를 그대로 옮기기 쉽지 않아 번역을 어렵게 한다”며 “영어로 8음절의 가사를 한국어로 옮기면 20음절까지 늘어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뜻만 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곡의 뉘앙스를 잘못 해석한 곡들도 엄밀하게 말해 ‘오역’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윤 교수는 존 뉴턴(J. Newton)이 1779년 지은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꼽았습니다. 원곡의 첫 소절 ‘놀라운 은혜’(Amazing Grace)을 부를 때와 한국어 가사 첫 소절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부를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찬송가 번역은 어학 문학 신학의 능력이 고루 필요한 고도의 작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똑같은 한글 가사라도 가톨릭에서 부를 때와 개신교에서 부를 때 표현을 달리해야 하는 예도 있습니다. 신학적 차이 때문입니다. 이 소장은 가톨릭의 성가곡으로 교회에서도 종종 부르는 ‘평화의 기도’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 곡에 ‘자기를 온전하게 줌으로써 영생 얻게 하소서’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는 행위로 인한 구원을 암시한다”며 “이는 개신교 신앙고백과는 맞지 않는다. 찬양 가사에 대한 보다 철저한 감수 과정이 필요한 이유”고 조언했습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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