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태 신한證 사장, 증권가 CEO 교체 바람 속 연임 성공
IB 성과 반영…부동산 경기 침체 속 역량 강화 ‘결실’
연말 여의도 증권가에 대표이사 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김 사장은 올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기업금융(IB)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하면서 연임이라는 시험대를 통과했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과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중 현재까지 연임을 확정한 CEO는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유일하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서울 본사에서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경위)와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자회사 사장단 후보 추천 및 지주사 경영진 인사를 실시했다. 자경위와 이사회는 김상태 사장의 연임을 추천하면서 2년의 임기를 새롭게 부여했다.
김 사장은 지난 2022년부터 CEO로 선임돼 이달 말 2년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1년 추가 연임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이번에 2년의 임기를 새롭게 부여받은 것이다. 연임 시 1년씩 임기를 부여하던 관례가 깨진 것으로 장기적인 경영 성과 창출에 대한 지주의 신뢰를 확보한 것이다.
앞서 10대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이미 새 대표를 맞이했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역시 연임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키움증권은 황현순 대표가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에 따른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자진 사임하면서 엄주성 부사장이 새 대표로 내정됐다. 하나증권의 경우 강성묵 대표가 지난해 말 새 수장을 맡아 임기가 내년까지라는 점에서 연임 이슈가 없었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아직 결정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간 업계에선 김상태 사장도 올해부터 단일 대표를 맡은 만큼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다만 하나증권과 대신증권을 제외하면 무려 7곳의 CEO가 교체되거나 교체 위기를 맞으면서 이러한 인사 기조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실적 측면에서 사모펀드 관련 충당금 설정으로 일회성 손실을 낸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통 기업금융(IB) 부문에서 활로를 찾으면서 이를 진두지휘한 김 사장의 연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수익은 1조1378억원, 영업이익은 349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0.2%, 22.1% 증가했다.
다만 누적 당기순이익은 2234억원으로 60.8% 감소했다. 영업 외 이익 부문에서 라임자산운용·젠투파트너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약 1200억원의 충당 부채를 적립하며 3분기 18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한 탓이다.
그러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는 점과 IB 부문에서 선방한 것이 향후 실적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 떠올랐다. 신한투자증권은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전통 IB 부문인 채권발행시장(DCM)과 주식발행시장(ECM)에서 성과를 내며 IB 부문의 존재감을 끌어올렸다. 올해 위탁매매 수익 등으로양적 성장을 거둔 것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업계에선 IB 전문가로 통하는 김상태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이 효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미래에셋증권 IB총괄 사장 출신으로 작년 이영창 전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직을 수행하다가 올해부터 단독 대표를 맡고 있다.
그 결과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DCM 대표 주관 실적에서 전체 증권사 중 4위에 오르며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특히 DCM의 핵심인 일반회사채(SB) 부문에서 약진한 것이 결실을 맺었다. 이에 DCM 시장에서 형성된 ‘빅3’(KB·한국투자·NH투자증권) 구도에서 신한투자증권이 합류한 ‘빅4’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김 사장의 IB 부문 육성이 실제 역량 강화로 이어졌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IB를 담당하는 GIB그룹을 부동산과 대체투자 부문인 GIB 1그룹, ECM·DCM 분야를 공략하는 GIB2그룹으로 분리했다. 이어 올해 6월에는 커버리지 3부를 신설하는 등 IB 영업에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IB 조직 개편과 세분화를 통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DCM 영역이 눈에 띄게 확대됐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DCM 부문에서 실적을 쌓으면서 경쟁력을 키운 것이 회사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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