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기 계속' 결정 일본은행 총재가 끝내 피한 질문은

윤현 2023. 12. 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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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융완화 정책 유지키로... 우에다 총재 "임금과 물가 선순환 더 지켜봐야"

[윤현 기자]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보도하는 NHK 방송
ⓒ NHK
 
일본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더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장 내년 봄에라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은행은 18~19일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현재의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1990년대 거품이 터지고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은 2016년 1월부터 단기 금리를 -0.1%로 동결하며 과감하게 '돈 풀기'를 해왔다. 

그러나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7일 참의원(상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 "연말부터 내년에 걸쳐 한층 더 도전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며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이 확실해진다면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장단기 금리 조작도 그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금융완화 정책을 그만둘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금리 인상의 전망이 쏟아졌으나, 관심을 모았던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정책 유지 결정이 내려졌다. 

일본 NHK 방송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0월까지 19개월 연속 일본은행이 목표로 하는 2%를 웃돌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임금 상승을 수반하는 물가 목표 달성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해 금융완화를 끈질기게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우에다 총재는 금융정책결정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임금과 물가 선순환이 강해지고 있는지 여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앞서 참의원에서의 발언에 대해서는 "향후 대응과 관련한 질문에 (임기) 2년째에는 한층 마음을 다잡겠다는 각오로 말한 것"이라며 "금융정책에 대해서는 끈질기게 금융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말했었다"라며 정책 수정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7년째 극단적인 금융완화 정책... 일 장기불황 끝낼까 

일본은 장기불황에서 탈출하려면 물가와 임금 상승의 선순환을 구축하고 돈을 쏟아부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 세계 경제의 흐름에 역행하면서까지 극단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했다.

그럼에도 기대만큼 물가가 오르지 않아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멈추면서 한국과 미국의 물가가 치솟는데도 일본의 물가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7년째 계속된 돈 풀기로 엔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수입 물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본 기업들의 수출 실적은 좋아지면서 임금 상승의 여유가 생겼다. 

이런 기대 속에서 우에다 총재가 금융완화 정책 해제의 '신호'를 보내자, 일본 재계도 곧장 화답했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은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가능하면 빨리 (금융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시장과 어긋나는 정책은 경제를 죽인다"라고 말했다. 금리는 정책이 아닌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의 중요 조건으로 보는 임금 상승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열의를 보이고 있다"라면서 "재계도 지속적인 임금 인상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꺼지지 않는 불씨... 내년엔 '마이너스 금리' 끝?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당장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지는 않았지만, 이르면 내년에 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물가가 올랐으니 임금도 올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마이너스 금이 정책의 해제가 한층 더 현실화되고 있다"라며 "2024년 1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 대한 관심도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에는 일본은행이 경제 및 물가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좀 더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판단한 모양새"라며 "내년 4월 춘계 노사협상에서 기업들이 올해처럼 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할지를 정책 변화의 열쇠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우에다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의 조건으로 평가되는 '물가 2%의 안정적 상승'과 관련해 "확실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라며 "더 다양한 데이터를 봐야 한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일본의 금리 상승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 경쟁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금리 없이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끝나고 일본 자금이 본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러면 일본 자금이 투자된 미국, 유럽, 호주, 동남아 등의 국채 가격이 내려가고 금리가 상승한다. 보통의 경우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다만 일본은행이 엔저 가치가 높아지면 일본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들과 경합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어느 쪽도 정답은 없지만, 정부가 시장 경제를 쥐고 흔들면서 한없이 돈을 찍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본으로서는 물가와 임금 상승은 반갑지만, 막대한 정부 부채를 짊어지고 있어 금리가 급등하는 것은 피하고 싶어 한다.

우에다 총재가 이날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도 "어떤 순서와 속도로 출구 전략을 만들 것이냐는 현재로서 확고하게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끝내 답을 피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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