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백화점과 경쟁한다…쿠팡, 세계 1위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

최은경 2023. 12. 19. 18: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중앙일보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가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한다. 최근 수익성이 개선된 쿠팡이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동시에, 명품 카테고리를 강화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이 침체한 것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19일 쿠팡Inc 측은 “온라인 럭셔리 기업인 파페치홀딩스를 인수하기로 했다”며 “쿠팡의 운영 시스템과 물류 혁신을 파페치와 결합해 전 세계 고객과 파트너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 대금은 5억 달러(약 6500억원)다.


‘온라인 명품 선도’ 파페치, 최근 위기설도


파페치는 2007년 포르투갈의 사업가 호세 네베스가 영국에서 창업한 이커머스 기업으로, 1400여 개 명품 브랜드를 미국·일본·중국·인도 등 190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2015년 1억4231만 달러(약 1800억원)였던 매출은 지난해 23억1668만 달러(약 3조원)로 늘었다. 그동안 이탈리아 패션 업체 뉴가즈그룹을 인수 등을 통해 세계 1위 명품 플랫폼으로 부상했지만 최근 수요 둔화로 부도 위기에 빠진 상태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는 “파페치가 올해 말까지 5억 달러의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도산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사진 파페치 홈페이지


이에 따라 인수 과정이 조금 복잡하다. 쿠팡Inc가 투자사 그린옥스캐피탈과 합자회사 ‘아테나’를 설립하고, 인수대금 명목으로 파페치와 대출 계약을 체결해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아테나 지분은 쿠팡Inc가 80.1%, 그린옥스 펀드가 19.9% 소유한다. 파페치는 쿠팡과 손잡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넘기게 됐다. 쿠팡Inc 측은 “영국 법에 따른 사전 회생절차로 아테나가 파페치의 모든 비즈니스를 인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Inc는 파페치를 품에 안으면서 4000억 달러(약 520조원, 베인앤컴퍼니 등) 규모의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리더가 부상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김범석 쿠팡Inc 최고경영자(CEO)는 “파페치는 명품 분야의 랜드마크 기업으로 온라인 럭셔리가 명품 리테일의 미래임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파페치는 비상장사로 안정적이고, 신중한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페치는 2018년 뉴욕 증시에 상장했지만 이번 인수로 상장을 폐지할 전망이다.

차준홍 기자


쿠팡은 이번 인수로 신선식품과 가전·공산품에 비해 부족했던 패션과 명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기를 마련했다. 올해 출범한 럭셔리 뷰티 브랜드 ‘로켓럭셔리’도 강화할 전망이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결합해 명품 배송이 빨라져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로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보다 높다.

업계는 또 이번 인수를 통해 최근 주목받는 K-패션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파페치에는 우영미, 송지오, 이명신(로우클래식), 스튜디오 톰보이(신세계인터내셔날) 등 10여 개 한국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차준홍 기자

“인수 금액 비싸고, 온라인 명품 시장 침체”


특히 국내 백화점과 ‘정면 승부’도 예상된다. 백화점 3사는 지난해 높은 명품 매출을 올렸지만 하반기 들어 역성장하는 등 최근 고전하고 있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비중은 지난해 20%에서 2030년 30%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대형마트 브랜드에서 백화점 브랜드로 카테고리를 상향 확장한 것”이라며 “명품 플랫폼을 활용해 ‘아시아의 아마존’으로 성장한다는 목표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인수 금액만큼의 효과를 낼지와 최근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이 침체한 것이 변수다. 향후 시장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