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만 빠르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두산 김유성이 얻은 깨달음

김지수 기자 2023. 12. 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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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아마추어와 프로는 확실히 달랐다. 빠른 직구만으로는 승부가 안 된다는 걸 배웠다."

두산 베어스 우완 파이어볼러 유망주 김유성은 올해 혹독한 프로 데뷔 시즌을 보냈다. 고려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 얼리드래프트 자격으로 참가,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두산에 지명되며 즉시 전력감 평가를 받았지만 KBO리그는 루키에게 만만한 곳아 아니었다.

김유성의 2023 시즌 성적은 1군 7경기 6⅓이닝 6피안타 12볼넷 6탈삼진 7실점 평균자책점 9.95로 기대에 못 미쳤다. 퓨처스리그 성적도 준수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18경기 59이닝 5승 2패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했다. 탈삼진 74개를 잡아내고 피안타율이 0.189로 매우 낮았지만 볼넷 34개로 제구력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김유성의 가장 큰 강점은 150km를 넘나드는 위력적인 직구다. 하지만 컨트롤이 잡히지 않은 빠른공으로는 프로 무대에서 타자들을 제압할 수 없었다. 불리한 카운트에 쉽게 몰렸고 아웃 카운트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김유성은 지난달까지 경기도 이천에서 진행된 두산의 마무리 캠프 막바지 인터뷰에서 "확실히 프로와 아마추어는 다르다고 느꼈다. 1군과 2군의 차이도 크다는 걸 배웠다"며 "시즌이 끝난 뒤 마무리 캠프 기간 동안 일관성 있게 공을 던지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해서 밸런스에 중점을 두고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김유성의 잠재력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구위 하나 만큼은 팀 내 투수진에서 손꼽을 정도로 날카로움을 자랑한다고 보고 있다.  

두산은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3.92로 10개 구단 중 3위였지만 타선이 팀 타율 0.255로 9위에 그쳐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았다. 특정 투수들에 대한 의존도도 컸다. 토종 선발진은 곽빈이 127⅓이닝, 좌완 영건 최승용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11이닝을 던졌고 불펜에서는 김명신이 70경기 등판, 79이닝을 던지는 투혼을 불살랐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1984년생 베테랑 좌완 장원준이 41이닝을 책임지지 못했다면 두산 마운드는 심각한 과부하에 걸릴 수 있었다. 우완 유망주 김동주가 18경기 78⅓이닝을 소화한 걸 제외하면 투수 쪽에서 눈에 띄게 성장한 젊은 선수가 없었다.

두산이 2024 시즌 더 높은 순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유망주 껍질을 깨뜨리는 어린 선수가 나와야 한다. 김유성이 한 단계 성장해 준다면 두산 마운드의 운영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김유성은 일단 지난 10월 참가한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 빼어난 피칭을 선보이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4경기 15이닝 1실점의 호성적을 거뒀다. 제구력도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2024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김유성이 데뷔 시즌 크게 깨달은 건 투수는 구속보다 제구가 먼저라는 당연한 진리다. 불펜에서 몸을 풀 때도 강하게 던지는 것보다 포수 미트에 정확히 컨트롤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유성은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투구 후 습관적으로 전광판을 보면서 자신의 스피드를 확인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시선이 숫자로 향했다.

김유성은 직구 스피드에 대한 집착을 어느 정도 내려놨다. 내년부터 두산 1군 마운드 운영을 맡은 조웅천 신임 투수코치의 지도 아래 밸런스와 제구를 부지런히 가다듬었다. 

김유성은 "조웅천 투수코치님께서 아무리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어야 좋은 선수라고 하셨는데 나도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불펜 피칭 때부터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고 한다. 조웅천 코치님이 투구 밸런스와 팔스윙을 잘 봐주셔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비시즌 성과를 설명했다.

또 "프로는 무조건 스피드로 찍어 누른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일단 컨트롤이 돼야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며 "(공이 빠르다고) 직구만으로는 타자와 승부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부분이 가장 크다"고 돌아봤다.  

김유성은 내년 시즌 보직은 어떤 위치라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단순하게 올해보다 더 오랜 시간을 1군에 머무르면서 최대한 많이 마운드에 오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포스트시즌 마운드는 꼭 밟아보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두산이 올해 정규리그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김유성은 NC 다이노스와 맞붙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두산은 NC에게 9-14로 패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김유성은 두산의 2023 시즌 가을여정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멈춘 뒤에도 포스트시즌 전 경기를 TV로 챙겨봤다. 특히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LG 트윈스 투수 이정용이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KT 위즈 김상수를 병살타로 잡고 8-7 리드를 지켜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유성은 "가을야구 경기는 빠짐없이 TV로 시청했다. 너무 재미있었다"며 "나도 저런 큰 무대에서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1차적인 목표는 팀도 잘 되고 나도 올해보다 잘해서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정용 선배님이 한국시리즈 3차전 1사 만루에서 김상수 선배님을 상대로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해 병살타로 막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내가 이정용 선배님 상황에서 던졌다면 너무 긴장돼서 어떻게 했을지 아직은 상상이 안 간다. 그래도 꼭 포스트시즌에서 던져 보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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